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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이 책은 앞에 두고도 외면하며 읽지 않으려 했던 책이다. 표지의 싱그러움과 제목의 아름다움이 왠지 마음에 거슬리다고나 할까.. 그리고 베스트셀러라는 점도 마음에 안들었다. 가수도 너무 유명한 가수보다 좀 인기없는 가수의 노래를 더 좋아하는 그런 기분.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고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의 문장들은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음 속에서 낱말카드가 회오리 친다는 둥, 이것은 눈, 저것은 밤, 저쪽에 나무. 발밑엔 땅. 당신은 당신... 이런 문장들 말이다. 내가 시인이 아니어서 그런가..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냥 책장을 넘겼다. 앞의 문장들은 뒤를 읽어야만 저절로 이해되는 그런 글이었던 것 같다.
한아름. 여자이름 같은 이 이름이 17세 주인공 남자의 이름이다. 아버지의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아름이는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있다. 4살에 그 병을 알게 되고 17세인 지금은 신체 나이가 80세이다. 그는 18세가 되는 날 생일에 부모님에게 줄 선물로 글을 쓰고 있다. 부모님 모르게..
아름이의 부모님은 현재 34세. 아름이 나이인 17세에 만나 아름이를 가지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아름이 아빠 한대수는 막노동을 하다가 스포츠 용품 매장을 하다가 조끼를 입는 일을 하다가.. 그렇게 지내왔다. 엄마인 최미라는 현재 식당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름이의 병은 나날이 심해지고.. 어느날 그의 한 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입원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병원비를 걱정하던 부모는 미라의 친구 수미에게 연락해보기로 한다. 그 이야기를 듣게 된 날 아름이는 그동안 써오던 소설을 모두 지운다. 자신이 매일 밤 쓰던 것들. 읽고 또 읽고 문장을 다시 써 내려가던 글들을 말이다. 그리도 다음날 방송에 출연하기로 한다. '이웃에게 희망을'
처음에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아버지도 병원비 때문에 협조를 하게 되고 2주 뒤 방송이 이루어졌다. 아름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았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위로와 상관없는 글들에 상처 받다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아이들의 글로 마음을 토닥인다. 한 사람의 아픔을 보며 함께 무엇인가 나누는 사람들이 갑자기 대단해보였다. 난 그런 프로를 보면 왠지 마음이 아플것 같아 그냥 다른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이제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도움으로 그들은 행복을 찾을지도 모르니까..
방송이 나간 후 그에게 변화가 생겼다. 바로 마음을 떨리게 하는 이서하라는 아이에게 메일이 온 것이었다. 자신도 아프다고 하면서 방송국에서 메일 주소를 알았다며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왠지 아름이는 너무 좋아서 답장을 늦게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17세 소년과 17세 소녀의 만남. 왠지 두근거린다. 여기서 두근두근인가? ^^ 그렇게 행복한 시간들.. 서하라는 아이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자 소녀는 손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가벼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서로 주고받았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방송국 PD 아저씨가 서하와 아름이의 이야기를 방송하고 싶다며 서하의 메일 주소를 물어왔다. 아름이는 서하가 상처받을까 걱정했지만 혹시라도 소녀를 보게 될까 떨려하며 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 후 서하와 몇번의 메일을 주고 받은 후 메일은 끊겼다. 그 때부터 아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란..
아주 충격적인 것은 그 다음이다. 다들 아름이에게는 서하는 중환자실에 있어서 연락을 못한다고 했지만 아름인 다 듣고 말았다. 승찬아저씨(PD)와 어머니가 나눈 대화를.. 바로 이서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36세의 남자로 불치병 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다룬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를 벌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충격에 빠진 아름인 게임에 푹 빠져버린다.. 눈이 점점 나빠져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게임을 마지막으로 하게 된 날, 끝판왕을 깨고도 모든 것이 해결되고 분명해졌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기분으로 펑펑 울음을 울게 되었다. 그리고 아름인 마음을 접은 거겠지..
그 후 아름인 두 눈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동안 어른이 된 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자기 나이 또래의 친구들만큼 배우기 위해 책을 읽고 그랬는데 이제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냄새로 주변을 판단하게 된다. 그의 이웃 장씨 할아버지가 병문안을 와서 아름이가 먹고 싶어하던 소주도 사주고, 마음편히 대화를 나누고... 며칠 후 어머니가 집에 간 사이 퍼뜩 잠에서 깼을 때 낯선 향기를 맡고 누구냐고 물었을 때 침묵으로 일관하며 침을 삼키는 사람에게 네가 이서하냐며 묻던 아름이..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내가 너를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있어주었던 것이 고맙다고 말하던 아름이.. 아.. 정말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가 오셔서 그 사람은 황망히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아름인 중환자실로 가게 된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노트북에서 소설을 프린트해와달라고 했을 때 아빠는 이서하에게 온 메일이라며 그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다. 아름인 다 알고 있는데..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있는 아름이를 위해 이 편지를 썼으리라.. 아름인 그런 아버지에게 답장을 대필해달라 말한다. 그 후 아름인 자신의 소설을 읽어달라 말하고 하늘나라로 간다.
마지막 부분에 아름이가 쓴 소설이 나온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게 된 운명적인 장소와 사건들이.. 한 여름 바람이 부는 산의 큰어른나무 아래, 물가에서.. 그렇게 아름인 생겨났겠지.. 그리고 현재 아름이 엄마는 아름이 동생을 임신중이니 앞으로 아름이는 하늘에서 그 가족을 지켜줄 것이다.
다 읽고 마음이 참 먹먹했다. 그저 단순한 연애소설일거라 생각한 이 책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줄이야.. 답답함, 안타까움, 화남, 안쓰러움, 그리고 보통의 삶에 대한 감사까지.. 아름이 옆에 있는 그의 부모와 친구가 되어준 장씨 할아버지.. 그리고 이서하.. 진정 이서하가 17세 소녀로 둘이 얼굴을 보았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하지만 이서하와 주고 받은 편지만으로도 아름인 행복을 느꼈었겠지..
조로증이 걸린 아이의 마음이, 자연에 대한 표현들이 아름다운 언어들로 잘 표현되어 있는 책인것 같다.
특히 낱말을 하나 집어 만지작 거린다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처음에 이해 안되었던 그 표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