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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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人種, rac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명사 "인류를 지역과 신체적 특성에 따라 구분한 종류.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이 대표적이다."이라 정의하고 있다.

사전에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인종에 대해 저자는 생물학적 인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개체의 외견상 차이는 존재하지만 유전적으로는 단일한 종이라는 의미다.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사실을 1950년에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무려 70여 년도 전에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인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인류학자인 저자는 생물학적 개념인 인종이 어떻게 정치, 문화, 종교적 개념으로 받아들였는지 이른바 우생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을 알려준다.

이런 구분에 종교가 가장 앞장 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초기 그리스도인, 히브리인, 그리스인들은 종교로 서로를 구분해왔고 스페인 종교재판은 유태인 혈통을 가진 이들을 주류에서 구분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했다. 이 재판을 통해 순수하지 않는 혈통이라는 개념이 탄생했고 이후로 5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종적 차이는 혐오와 편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생학이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지, 어떤 의도로 인종주의가 이용되었는지를 보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인종이라는 거짓말에 속아왔는지 알게 된다. 물론 무지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이른바 우월주의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도 관과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은 서양 중심의 인종주의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지 자문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순혈주의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또한 국민의 결속을 다지고, 국가의 부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오랜 기간 "단일민족"이라고 믿어오지 않았나. 이미 생물학적으로 단일민족이 아님이 밝혀졌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믿으며 인종차별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에 실린 내용들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나 혹은 우리는 특별하다는 인식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가장 쉬운 수단이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했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왜 우리는 이 인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그 비극의 고리를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인간 다양성에 경이로움을 알려줘야 하며 세계에 존재하는 인종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하는 소명이 있음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수 백년간 뿌리깊게 자리잡은 편견과 혐오를 단시간에 뿌리뽑을 수는 어렵지만 "혐오를 지지하지 말라"는 변정주 감독의 말처럼 정치와 이념, 종교를 넘어 혐오가 포용과 사랑에 더 집중해야 공생의 답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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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모니카 우트닉-스트루가와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김영화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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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겪으며 위생과 청결에 관한 대중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손을 씻고 세정제를 사용하면서 팬데믹 예방은 물론. 결막염이나 감기 같은 질병도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병 50~70% 막을 수 있는 만큼 개인위생이 중요하지만 과거에는 상하수도 시설의 미비와 잘못된 위생관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렸다.


목욕을 즐겨 대중목욕탕이 대중화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목욕탕에서 친교를 맺는 등.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목욕으로 커진 모공으로 병균이 침범해 병에 걸린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수백 년에 걸쳐 유럽인들의 위생관념을 지배했다. 그 결과 목욕을 꺼리는 문화가 생겨났다. 물론 화려하고 풍성한 의상과 가발과 각종 장식을 즐겨 착용하던 유럽인들이 매일 목욕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이힐을 신은 이유도 똥을 밟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나.




그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귀부인을 배경과 '더러워'라는 이율배반적인 제목이 눈길을 끈다.

책은 과거부터 청결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려준다. 같은 문화권에서도 시대에 따라 청결의 의미가 달라졌음이 흥미롭고, 오늘날과 같은 상하수도 시설이 생기기 전까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 일 처리를 했음이 재미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과 같은 화장실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휴지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뒤처리를 했는지. 과거에는 어떻게 양치를 했는지, 책을 읽을수록 궁금한 것들이 많아진다. 그동안 너무 청결한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 그런 궁금증조차 가지지 않았나 보다.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 의사의 손이 더러워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전쟁 당시 나이팅게일은 군 병원의 더러운 환경을 개선해 사망률을 현저하게 떨어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생의 계념이 실생활에 정작 되기 시작했다.

위생과 관련된 책이라 유쾌하지 않은 내용도 많지만 재미있는 그림체가 거부감을 줄여준다. 어른들도 접해보지 못한 내용들이 많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청결과 위생의 역사와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이다.


물론 씻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행운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청결한 생활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씻기 귀찮아하는 어린이들과(물론 어른도 포함해서) 청결의 역사를 통해 청결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음을 배울 수 있다.


『더러워』는 더러운 것을 더럽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꼭 기억하자. 청결은 누가 시키거나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지키고 실천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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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 - 악마의 무늬가 자유의 상징이 되기까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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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를 좋아한다. 계절별로 다양한 스트라이프를 이너로 매치해 입는데 스트라이프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주로 입는 옷이라는 생각에 나이가 들수록 너무 어려 보이지는 않을까. 내 옷을 입으면서도 가끔은 주변 눈치를 볼 때도 있다. 사실 고백하자면 아직도 스트라이프를 입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류나 물건에 적용하는 패턴이나 문양에 나이의 구분이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로는 존재하고, 과거에는 더 엄격하게 의복으로 신분을 구분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조선시대 의례용 치마인 스란단의 무늬를 보면, 왕비는 용 무늬, 공주와 옹주는 봉황무늬, 사대부 여자는 글자와 꽃무늬를 넣어 입었다.

의류의 색상과 문양으로 신분을 구분한 건 동서양에 차이가 없는데 스트라이프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중세 시대 줄무늬는 주로 상인이나 노예, 광대, 매춘부, 예술가들의 의상이었다. 예술가들은 눈에 띄기 위해, 노예와 매춘부는 신분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는데, 프랑스에서는 줄무늬 죄수복을 입혀 사회와 죄수들을 엄격하게 격리시켰다. 의상을 통해 심리적인 격리까지 가능케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장착 계층과 의미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비주류로 취급됐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흥미로운 건 당시의 직조 기술상 민무늬 옷감의 직조가 어렵다는 것도 신분을 구분 짓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종교화에서는 악마나 인간을 유혹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의 의상에 스트라이프를 적용해 구분 지었다. 예시들을 보면서 혐오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확실히 구분을 짓는 가장 명확하고 쉬운 수단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런 기능은 가문의 문장에 더 유용하게 적용됐다. 중세 귀족들은 가문의 문장으로 정체성을 드러냈는데 스트라이프는 가장 좋은 기호 수단이었다.

단순한 선의 조합인 스트라이프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경멸과 배척, 예속과 속박, 낭만과 혁명, 자유의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어서다. 과거 배척의 상징이 현재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듯. 현재의 혐오와 배척의 상징도 미래에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용될지 모른다.


단순한 선을 넘어 인식을 바꾸는 선으로 바라보면 간결한 선이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단순한 선도 사용자에 따라 의미가 이렇게 달라지는데, 지금 스트라이프를 어떻게 소비할지는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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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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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대학 졸업 후 법조인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알렉은 만화가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두고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작은 섬 안타키아로 이주한다. 이곳은 그의 아버지가 전 재산을 털어 매입한 섬으로 가족들과 함께 섬으로 이주할 계획이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하자 알렉이 아버지의 유지를 잊기로 한 것이다.


썰물 때만 도보로 이웃 섬에 건너갈 수 있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외딴섬에 왜 그토록 가고 싶었는지 알렉도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그곳은 그의 안식처였고 에브 생질이라는 유명 소설가와 섬을 양분하여 거주 중이다. 소설가와는 교류가 없지만 뱃사공 아가멤논과는 멋진 우정을 나누고 통신 수단으로 세상과 교류하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던 어느 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인터넷, 전화 등이 모두 불통이 돼버린다.


섬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통신이 이른바 블랙아웃이 돼버렸다. 블랙아웃 전 핵무기로 서로를 위협하던 미국과 러시아의 분쟁이 현실이 된 것일까? 아님 테러리스트의 소행일까?

혼란에 빠져있을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후손으로 초능력으로 인간의 모든 질병을 고치고 불멸에 가까운 삶을 사는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인류의 눈을 피해 땅속과 바다에 숨어 살다 인류가 자멸의 위기에 처하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 인류를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그리고 뛰어난 의료기술로 말기 암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기 시작하고 젊음을 되돌리는 등. 한순간에 인류의 지식이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그들의 출현은 인류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소설 속 세상이나 현실이나 인류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이거나 분쟁 중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로 미래는커녕, 현재의 삶도 위태로운 지금. 차라리 엠페도클레스의 친구의 힘이라도 빌려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인물들의 캐릭터와 관계, 형제들의 출현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다. 인류의 후손이지만 이방인인 형제들과 그들 앞에 무력해지는 인류의 모습을 보며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정치인들과 알렉과 에브 처럼 새로운 삶을 살아갈까. 그들의 지식을 거부하는데 동조할까.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다소 엉뚱한 설정 같지만 자멸하는 인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인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도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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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 -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자연 순간들
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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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부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자연 순간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숲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자연과 가까운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도심을 찾아가거나 도시농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동물의 서식처가 사라진다는 현실이다.


뉴스를 통해 종종 민가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는 야생동물들의 뉴스를 접한다. 맷 데지 살포 뉴스도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이 모든 현상은 자연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자 사람들의 주거지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인간들이 그들의 서식지를 차지하고 생태계를 파괴해서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1960년대에는 서울 영동에 여우가 살았다고 말하는 청취자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에서 여우가 살았다고 생각하면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종종 뉴스를 통해 멸종 위기 동식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곤 하지만 그 많은 동식물들은 어디고 다 사라져버린 것일까.

환경 사학자인 저자는 인간과 야생동물들이 공존했던 시대의 이야기와 미국의 도시가 어떻게 다시 야생동물의 보호소’가 되었는지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 들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야생동물 하면 흔히 떠올리는 동물보다 훨씬 큰 동물들도 도시에서 살았다는 점이다. 뉴욕에서 고래를 봤던 때가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나.


저자는 야생동물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비용, 노력, 조직, 인내심, 미래상, 꾸준함이 필요하며 반드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동물들과의 공존에는 많은 이점이 존재함을 강조한다.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우리를 교육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부분이 좋았다. 더 나은 미래와 환경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자극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만 하기보다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막연함이 아닌 도시의 일원으로 자연과 공존하기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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