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N.H 클라인바움 지음, 한은주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기는 미로와 같아서 다음 책을 선택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때 고​전을 집어든다. 고전을 읽으면 실패할 확률이 없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도 그렇게 내게 온 책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홍경린이 출연했던 영화라고만 알고 있었다. TV에서 자주 언급됐기 때문에 대충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 그것과는 달리 원작이 있었다! 그래서 읽어보게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무대가 1950년대의 미국이지만, 어쩌면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직 명문대 진학만이 인생의 목표가 된 대한민국의 고교생과 그 부모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읽으면서 놀라웠다.책은 오직 전통과 규율만을 중요시하는 학교와 거기에 적응해버린 학생들, 그런 세계에 변화의 돌을 던지는 키팅선생과 몇명의 학생들의 모습을 감동깊게 그려내고 있다.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사립 고등학교 중 하나다. 웰튼은 많은 수의 졸업생을 아이비리그에 입학시켜 왔다. 그것은 전통이고 학교와 부모들과 학생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새로 온 국어 교사인 키팅선생도 이 학교의 졸업생이다. 그런데 키팅선생의 수업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키팅선생에게서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킨 달튼,닐,카메론,피츠,낙스,토드,믹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키팅선생의 학창시절 비밀조직을 부활시킨다. 그러나 닐의 죽음은 그들과 키팅선생에게 위기가 된다.


"내가 교탁 위로 뛰어올라왔을 때는 뭔가 중요한 까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조금 전에 말한 대로 나는 여러분이 다른 각도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좀더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이거든"

"좋다! 모두들 여기 올라와서 직접 느껴 보도록! 너희들 전부 순서대로!"(p134~135)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쓰럽다. 자신의 꿈보다 부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들과 그 전통이 오히려 편안한 옷처럼 길들여진 모습이다. 전통을 깨트린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책에서 키팅선생의 모습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미래에 위기를 자초하는 것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토록 견고한 전통을 깨트리는데는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 동화로 풀어낸 12가지 지식 스펙트럼
루이스 캐럴 원작, 존 테니얼 그림, 이남석 풀어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복잡할 땐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술술 읽을 수 있는 동화를 가끔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렇게 읽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층적인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것도 알았고,<주석달린 앨리스>가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게의치 않고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 내 눈에 확 끌리는 단어가 있었으니..시뮬라크르! ... 날밤새워서 다 읽어버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모순덩어리이면서도 스펙트럼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해석과 인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책이다. 철학, 정신분석학, 논리학,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정치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해석이 가능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 리델을 모델로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쓴 작품이지만, 오히려 어른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주석달린 앨리스>가 출판되었을 만큼 많은 해석이 필요한 책이지만, 저자는 학, 심리학, 정치학,유머,초과학,뇌과학,시간학,진화론,교육학,언어학,법학,정신분석학 등12가지의 지식 스펙트럼에 맞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원본 없는 이미지 그 자체가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미지에 지배받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을 나타내는 '과다실재hyper-reality'에 놓여 있다. 보드리야르는 들뢰즈가 정립한 시뮬라크르에 바탕을 두고, 동사적 의미인 '시뮬라크르를 하기'라는 뜻으로 '시뮬라시옹'이라는 단어를 정의했다. 그리고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는 실제보다 기호가 더 본질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p30) 


 예전에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어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풀어쓴이는 스토리의 대부분을 싣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전에 읽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너머간 부분도 많았고, 웃어야 할 부분에서 웃지 못하고 너머갔음을 알고 책을 수박컽핧기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앨리스가 떨어졌던 토기굴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더 시뮬라크르해서 책을 읽으면서 감탄사와 함께 한숨도 나온다. 붉은 여왕 가설처럼 "제자리에 있고 싶으며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는 나의 현실, 우리의 현실은 또 얼마나 씁쓸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다는 것은 루이스 캐럴의 뇌의 지도를 훔쳐보는 것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역 니체의 말 초역 시리즈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 삼호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히틀러가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말을 듣게 된 후부터는 니체를 색안경 끼고 바라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니체의 글은 멀리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그 오해는 계속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니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저자는 니체의 여러 권의 저서에서 간추린 문장들을 책에 실었다.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고, 감동적인 글 위주로 실었다. 우리는 간추린 문장들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를 만나게 된다. 글을 읽노라면 그의 시대 니체의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느껴진다.


 존경이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상대와의 거리가 존재한다. 그것에는 외경이라는 것이 드리워져 있다. 서로 간에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고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에는 그런 관점이 없다. 위아래도, 차이도, 힘의 우위와도 무관하게 감싸 안는 것이 사랑이다. 그 때문에 명예심이 강한 사람은 사랑받는 것에 반항심을 갖는다. 사랑받는 것보다 존경받는 것이 기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때때로 사랑받지 못한다. 사람이 사랑받고 존경까지 받길 원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존경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p206


 니체의 바른 문장들은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아름다운 문장들은 삶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고전을 읽는 이유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점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으로 현대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그의 혜안이 우리가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물 한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는 병아리처럼 한 문장을 읽고 창밖을 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 책은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에 좋다. 그의 다른 책들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이트의 환자들 -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김서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얄롬박사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니체와 프로이트에게 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이번에 읽을 책은 니체와 프로이트의 저서를 골랐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고 싶었지만 너무 두꺼워서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선택했다. 프로이트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알고 있는 것 보다 모르고 있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흔히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성적인 것을 상징으로 해석한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이트는 상징보다는 꿈을 분석할 때 환자의 사연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분석한다. 정신분석은 삶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그의 시대 그의 생활 속에서의 일과 꿈을 분석하여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만들었다. 우리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한 것과 프로이트의 자기 분석을 보고 초기 정신분석학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된다.

 

저자는 8000페이지에 달하는 프로이트 전집 스물네 권에 수록된 사례 중에서 150개의 사례를 중심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이야기한다. 먼저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보편저인 사례들을 모았고, 다음으로 프로이트의 이론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사례들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례들을 모았다.

 

프로이트는 농담에서 이용하는 단어의 압축이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무의식은 자주 두 가지를 하나로 압축시켜 새롭게 보이는 어떤 것이 의식에 드러나도록 만든다. 모양이 같지만 뜻이 다른 경우,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뜻하는 경우 등 무의식은 진정 놀라운 언어유희를 즐긴다.p64

 

프로이트의 자기 분석이 무척 흥미롭다.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자기분석은 거인 프로이트도 한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의 실수로 환자가 죽기도 하고, 엉터리 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며, 분석에 실패한 사례도 있고, 엉뚱한 분석도 있다. 신화에의 접근, 성경에의 접근, 예술 작품 분석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신비롭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실수도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무의식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사회 생활을 하는 인간은 많은 것들을 억압할 수밖에 없다. 억압한 것들은 틔어나오려는 틈을 필요로 하며, 그것들은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읽고부터는 내 꿈을 분석하느라 잠을 설치는 나를 발견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내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보고, 내가 억압하고 있는 부분은 없나 되돌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 개정판 Meaning of Life 시리즈 11
어빈 얄롬 지음, 임옥희 옮김 / 필로소픽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료의 선물>,<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카우치에 누워서>에 이어 얄롬의 또 다른 작품이다.  제목을 검색하고 나서 책을 떠올리자 먼저 루살로메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오래전에 봤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왜 이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못했을까?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 때가 아니었던가 보다. 이제야 이 책을 소화할 수 있는 때가 됐나보다.


 소설은 180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요 등장인물인 프리드리히 니체, 요제프 브로이어, 안나O, 루 살로메,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실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존재했던 인물들이지만 소설은 실제와 허구가 적적히 배합되었다. 소설은 주로 브로이어와 안나O의 사랑,니체와 루 살로메와의 사랑을 철학과 정신분석학과 버무려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정신분석학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우화로도 읽힐 수 있다.

 요제프 브로이어는 루 살로메로부터 절망에 빠져 자살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친구 니체를, 니체 자신도 모르게 치료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니체를 치료하기 위해 브로이어는 그를 로종에 입원시켜 자신이 니체의 편두통을 지켜보며 치료하고, 대신 니체는 자신의 절망을 철학적으로 치유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브로이어와 니체는 오히려 그 역할이 전도되어버린다.


"이상해요. 하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가장 깊은 내면에서 나의 고독을 드러냈을 때,바로 그 순간 그 고독이 눈 녹듯 사라지다니! 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해본 적이 결코 없었다고 당신에게 말했던 그 순간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접촉하도록 허용해준 최초의 순간이죠. 엄청난 순간이죠. 마치 아주 커다란, 내 속의 얼음덩어리가 갑자기 쩍 갈라지면서 산산조각 난 것 같아요."..."역설이군요! 고독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존재하죠. 일단 같이 공유되면 그것은 소멸합니다" .....p559

 니체를 생각하면 "신은 죽었다"라는 허무주의 사상이 먼저 떠오르며 철학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소설은 그들의 사랑과 조화되면서 철학과 정신분석학에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실존인물이었다는 점은 소설이 독자에게 현실감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