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DVD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 다른 책을 찾다가 얇아서 부담없겠다 싶어 고른 책이다. 책을 읽는데도 때가 있나보다.책은 읽고싶은데, 많이 읽으면 눈이 안 좋다. 그래서 요즘은 책 읽는 것도 조금씩 아껴 읽고 있다. 나이 먹는게 이렇게 서글플 줄이야. 내 맘같아서는 두꺼운 책을 마구마구 읽고 싶은데,그러면 안되니 자꾸 얇은 책만 고르게 된다.


 어찌생각하면 이 책은 스토리가 간단하기 짝이없다. 단지 관점만 바꿨을 뿐이다. 외계인의 시선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간단한 것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글로 옮겨서 작품을 만들었고, 나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특한 작가다. 소설로 알고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희곡이었다.


 한 남자가 유리상자 안에 갇혀 있다. 그는 라울이다. 한 여자도 유리상자 안에 갇혀 있다. 그녀는 사만다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유리상자에 갇혀 있는지 알지 못한채 불안해 한다. 사만다는 외계인에게 잡혀 먹을 거라는 온갖 상상으로 불안해 한다.이상한 점은 그들이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때마다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라울은 다른 행동을 해보기로 하지만 사만다는 거절한다. 두껑문을 통해 엄청나게 큰 눈이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저들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어요.우리를 벌하기 위해 전기충격을 주었고,상으로 먹을 것을 내려 주었어요 」

「 우리가 동물들에게 겪게 했던 것을 우리 자신이 겪고 있는 거야 」

「당신 생각대로라면, 저들은 당신의 발을 불에 달군 쇠로 지지고 내 눈에 독한 샴푸를 넣겠네요? 」

「다른 생명들에게 고통을 겪게 한 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르겠어.」p46~47


라울과 사만다를 유리상자에 가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불안하다. 그들이 외계인을 상상하자 나는 우리가 기르던 애완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에 가둬 길렀던 햄스터,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그들이 말하는 개구리 실험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어렸을적 아무생각없이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현재도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돌아보게 되었다. 단지 관점을 바꿨을뿐인데 그것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들의 아버지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뇌>,<나무>,<개미>에 이어 상상력의 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 다른 소설을 골랐다. 베르나르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다. 베르나르의 그 많은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뭔가를 발견해 내는 그 상상력의 원동력이 나에게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소설은 2개의 스토리가 층으로 전개된다. 하나의 스토리는 인류의 비밀을 알게된 교수의 죽음을 둘러싸고,그가 알게된 비밀이 무엇인지.그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한 추격전이다. 또 하나의 스토리는 인류의 최초의 조상들의 삶이 펼쳐진다. 유인원과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존재들의 야생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인류의 비밀을 알게된 아제미앙교수가 살해된다.<르 게퇴르 모데른>사의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는 이 사건에 의구심이 생겨 아제미앙교수의 집에 잠입했다가 원숭이탈을 쓴 범인을 잡았다가 놓친다. 그녀가 원숭이 탈을 쓴 인물들에게 잡혀갈 때  전직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가 그녀를 구해준다.그런데 사건은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아제미앙교수의 동료들이 테러를 당하거나 납치된다.


샌더슨 교수의 이론 인간은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가 옮긴 병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콩라드 교수의 이론 인간은 유전자의 우연한 결합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반 리스베트 박사의 이론 인간은 원숭이가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식품 가공 기술자 엘뤼앙의 이론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슈퍼 천적이 될 필요성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p243


 인류의 조상들의 삶은 언제 다른 동물에게 잡혀먹힐지 알 수 없고, 먹이를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며, 맘 놓고 잠을 잘 수 없는 공포스러운 생이었다. 소설은 그런 공포스러운 생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이며,어디서 왔고,어디로 가는가? 인류의 영원한 질문 세가지는 스토리의 전개를 위한 상상력의 출발점이다.


 흔히들 현재에 빠져 살며 미래를 두려워하며,과거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인류의 과거에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현생인류와 그 조상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되는 중간단계의 존재는 과연 어떤 형태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상상하는 미싱링크는 유인원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존재들의 야생의 삶을 다룬 부분이 바로 그 미싱링크가 아닐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편을 읽고 내용이 궁금해서 부랴부랴 2편을 읽었다. 1편보다 2편이 오히려 굴곡이 많다. 1편은 마지막부분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어서 내용이 오히려 단순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2편은 내용은 다양하지만 1편보다 그 충격이 덜하다.1편에서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2편은 당연하다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1편에서는 카산드라가 잊혀진 과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과 오빠를 자폐아로 만든 것이 부모의 의도적인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면, 2편에서는 카산드라의 부모님이 어떤 방법으로 카산드라가 미래를 내다 보는 자페아로 만들었는지 알아내고, 카산드라가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카산드라는 오빠를 찾지만 다니엘은 그녀를 피한다. 다니엘은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변화시킬수 없다는 절망을 안고 카산드라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카산드라는 자신은 꼭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현재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간다. 노숙자들은 그녀와 함께 힘을 합쳐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 모두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이 시계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사변(思辨)해 보는 기계일 뿐이라고.네가 어원학을 좋아하니까 하는 말인데 이 <사변​speculation​>이라는 단어는의 뜻이 뭔지 알아?」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널 위해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어 」

그는 기억에 의지하여 인용해 본다.

「이 말은 <스페쿨루스​speculs​>에서 왔어.라틴어로<거울>이라는 뜻이지.따라서 미래에 대해서 사변한다는 것은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뜻이야」

거울.

김의 말이 맞아.훌륭하군.

아,바로 그거야! 거울이 모든 것의 열쇠였어! 세계는 거울을 통해 축소되기도 하고,확장되기도 하지.p416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고,한국인 청년 김의 등장도 우리에겐 이 소설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많은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에서 내다보는 미래도 디스토피아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그리고 있다. 노숙자들의 모습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도

놀랍고, 확률시계도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무엇보다 카산드라의 부모가 카산드라와 다니엘에게 취한 방법은 충격적이다. 그들이 예지력을 갖게 하기 위해 사용한 극단적인 방법은 비록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유아교육학 부문의 지식이 있어야만 그 정도의 상상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속 지도가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산드라의 거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력의 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 다른 책을 찾았다.  카산드라의 거울은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카산드라는 알렉산드라를 줄인 말로,기원전 1300년경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이다. 카산드라는 예지능력이 있어 미래를 보게 된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카산드라의 거울>의 주인공은 고대의 카산드라 공주와 동명이인이다. 주인공 역시 카산드라 공주처럼 예지능력이 있다. 고대의 공주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았듯이 주인공의 미래를 보는 능력 역시 저주일 뿐이다.카산드라는 테러나 폭발사고를 예언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토리는 카산드라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작가는 엄청난 폭탄과 같은 사실을 책의 끝부분에 배치시켰다.


카산드라 카첸버그는 이롱델 학교 교장 필리프 파파다키스의 귀를 깨물고,누군가가 보낸 선물을 낚아채 도망친다. 선물은 <5초후 사망확률>이 나타나는 시계다. 그녀가 도망친 곳은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존재하는 시립쓰레기 하치장이다. 그녀는 시쓰장에서 노숙자들과 생활한다.카산드라는 폭발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카산드라는 어렸을 적의 기억이 없다. 그녀에게 그것은 수수께끼다. 그녀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찾아간 집에서 자신의 방과 오빠의 방에 <실험23>,<실험24>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본다. 그녀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교장과 알지 못하는 오빠의 존재뿐이다.


 태어나기 직전,천사는 손가락으로 아기의 입술을 누르고서 이렇게 속삭인다.<너의 전생들을 모두 잊어버리렴.그래야 그 기억이 이 생에서 너를 번거롭게 하지 않는단다.>갓난아이의 입술 위에 인중이 찍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카발라 p9


「카첸버그 양의 어머니가 보기에, 자폐아들은 좌뇌의 폭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그래서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게끔 입을 다물어 버리고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사람들이에요.양의 어머니는 이에 대한 예로서 입곱 살이 될 때까지 거의 말이 없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들었어요.」p459 


 책 중간 중간에 삽입된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책은 박식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속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중간쯤 읽다보면 계속되는 쓰레기 하치장의 이야기에 별거 없는 스토리가 될 것도 같지만,  끝부분에서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놀라워서 멍해진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야! 역시 뭔가가 있었다. 2권을 빨리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토피아 열린책들 세계문학 208
토머스 모어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토피아Utopia는 토마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인데, 동시에 이 말은 '좋은(eu-)', '장소'라는 뜻을 연상하게 하는 이중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상향이면서도 실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늘상 써오던 단어의 기원이 담긴 고전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꿈꾸는 이상향의 국가인 '유토피아공화국'이라는 하나의 섬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유토피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것을 그리고 있는 풍자소설이자,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국가로 착각하게 만든다.<유토피아>가 1500 년대에 쓰인 소설인 점을 생각해보면 토머스 모어가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유토피아는 모든 것이 현대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그의 생각은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라는 학자가 들려준 유토피아에 대한 목격담을 진술한다. 제1권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법률,나태한 귀족,전쟁을 좋아하는 군주,욕심 많은 지주와 사유 재산 제도를 비판하고, 제2권에서는 이상국가<유토피아>의 법,종교,제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유토피아의 왕은 유토푸스이며,유토피아에는 사유재산이 없다. 또한 간접선거를 한다. 유토피아인들은 6시간만 일한다.인쇄술과 제지술이 발달하여 종이를 사용한다. 유토피아는 일부일처제이며, 원로원의 동의를 얻어 합의이혼도 가능하다.유토피아에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가 공존하며,안락사할 권리도 있다.  


 

음식과 물은 담는 그릇으로는 훌륭하게 만들어졌지만 값이 저렴한 도기 그릇과 유리잔을 사용하고, 요강과 변기(공동 회관이나 개인 집에서 사용하는 가장 변변찮은 용기들 모두) 금과 은으로 만듭니다.노예를 묶는 사슬이나 묵직한 족쇄도 금이나 은으로 만듭니다.마지막으로,범죄자들은 죽을 때까지 수치스러운 행위의 표시로 귀에는 금귀고리를 달고, 손가락에는 금반지를 끼고, 목에는 금목걸이를 걸고, 머리에는 금관까지 써야 합니다. 이렇듯 유토피아인들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금과 은을 경멸의 대상으로 취급합니다.p113 

 

 

 토머스 모어는 15세기 사람으로서 <유토피아>를 통해 이상적인 공화국 형태로서 하나의 패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현대인이 보기에도 15세기가 아닌 21세기에 어울릴 법한 제도들이 많아서 놀랍다. 물론 유토피아에는 딜레마가 있고, 모순도 있다.그것은 토마스 모어가 15세기 사람이기에 어쩔수 없는 부분들이다.


<유토피아>는 그 시대의 예상 독자층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인문주의자들이었는 점이 말해 주듯이,다른 고전들처럼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쓰기 위해서 유토피아의 알파벳을 이용해서 시를 썼다는 사실이다. 21세기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27세기의 미래인들이 읽는다면 그들은 어떤 느낌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