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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 동화로 풀어낸 12가지 지식 스펙트럼
루이스 캐럴 원작, 존 테니얼 그림, 이남석 풀어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복잡할 땐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술술 읽을 수 있는 동화를 가끔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렇게 읽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층적인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것도 알았고,<주석달린 앨리스>가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게의치 않고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뒤적거리다 내 눈에 확 끌리는 단어가 있었으니..시뮬라크르! ... 날밤새워서 다 읽어버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모순덩어리이면서도 스펙트럼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한 해석과 인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책이다. 철학, 정신분석학, 논리학, 심리학, 생물학, 물리학, 정치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해석이 가능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 리델을 모델로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쓴 작품이지만, 오히려 어른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주석달린 앨리스>가 출판되었을 만큼 많은 해석이 필요한 책이지만, 저자는 철학, 심리학, 정치학,유머,초과학,뇌과학,시간학,진화론,교육학,언어학,법학,정신분석학 등12가지의 지식 스펙트럼에 맞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원본 없는 이미지 그 자체가 현실을 대체하고 현실은 이미지에 지배받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을 나타내는 '과다실재hyper-reality'에 놓여 있다. 보드리야르는 들뢰즈가 정립한 시뮬라크르에 바탕을 두고, 동사적 의미인 '시뮬라크르를 하기'라는 뜻으로 '시뮬라시옹'이라는 단어를 정의했다. 그리고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는 실제보다 기호가 더 본질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p30)
예전에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어야 할 줄 알았는데, 다행스럽게도 풀어쓴이는 스토리의 대부분을 싣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전에 읽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너머간 부분도 많았고, 웃어야 할 부분에서 웃지 못하고 너머갔음을 알고 책을 수박컽핧기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앨리스가 떨어졌던 토기굴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더 시뮬라크르해서 책을 읽으면서 감탄사와 함께 한숨도 나온다. 붉은 여왕 가설처럼 "제자리에 있고 싶으며 죽어라 뛰어야 한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는 나의 현실, 우리의 현실은 또 얼마나 씁쓸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다는 것은 루이스 캐럴의 뇌의 지도를 훔쳐보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