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병종 화백!
그에겐 화백, 작가 두가지 칭호가 따라 붙는다.
신문에서 김병종 화백의 화첩기행 컬럼을 종종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종종 그림과 글을 스크랩하여 노트에 또는 벽에 붙여놓고 한동안 감상하기도
했었다. 더 이상 빛이 바래고 너덜거려서 볼 수 없으면 버리기도 했지만
그의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그림은 볼 때마다 늘 기분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다.
읽으면서 작가의 글을 따라 그곳에 있는 나를 발견하곤 그 느낌에 도취하기도 한…
그의 화첩기행을 ‘라틴화첩기행’이라는 책으로 다시 접하게 되니 집안에 그림을 걸듯이
귀한 것을 소장한 것 같아 아껴두고 읽게 된다.
그림과 글, 더군다나 여행을 그림과 글로 작가가 직접 쓴 화첩기행을 읽고 나니
작가의 감성과 삶의 여정까지 같이 느끼고 호흡하는 것 같아 작가를 만나지 않아도
작가에 대해 친근감이 느껴지고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첫 페이지에 소개된 쿠바!
카리브해의 코발트블루의 물빛과 강렬한 햇빛, 원색적이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았던
쿠바. 혁명의 나라 쿠바에 대한 기억은 십 년은 안되었지만 오래 전 영화로 만났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열정적인 음악과 그들의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정열적이고 카리스마 넘치고 가슴에 뜨거운 열정과 애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그들이 생각난다.
그때 그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어 가보지 않았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친근감 마저 느껴지는 나라 쿠바.
그 나라에 대한 김병종화백의 느낌도 나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첫 장부터 읽게 되었다.
“원색 판넬 집과 나부끼는 색색의 남루한 빨래에서조차 치유할 수 없는 낙천성을
내뿜는 곳. 독한 럼과 시가 냄새와 체 게바라의 흑백사진과 영혼을 움켜쥐는 반도네온
소리가 뒤엉킨 몽환의 도시.”
이렇듯 그 나라에 대한 환상은 책과 영화와 음악 등에서 먼저 접하고 막연한 환상을
품기도 하나보다. 하지만 현실과 환상은 엄연한 차이가 있는 법.
작가는 쿠바에 도착하여 접하게 되는 또 다른 이질적인 느낌과 현실적인 맞닥뜨림을
화려하고 색감과 꿈틀거리는 선으로 시간과 역사를 오고 가며 그들의 문화와
이상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햇빛, 생활, 카리브, 무엇보다 음악, 쿠바에서 음악은 삶 그 자체이며 주점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장년과 노년층의 삶의 애환과 연륜이 녹아진 음악의 역사라고 한다.
카페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은 너무나 가보고 싶은 춤까지
같이 추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 외에도 작품을 제작할 때면 멕시코 전통의상 태후아나를 즐겨 입었다는
12개의 자아를 가졌다는 복잡한 화가 프리다칼로에 대한 글과 그림(그림은 솔직히
실존인물보다 귀엽게 그려져 친근감이 느껴진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이야기, 산티아고의 영혼의 집, 도시를 내려다 보고 있는
코르코바도의 예수의 상 등 남미의 역사와 생활상 등을 에세이처럼 훑어간
‘라틴화첩기행’
이 책을 읽는 내내 귓전엔 각종 타악기 소리와 녹아 내리는 듯한 재즈선율이
들리는 환청을 받았다. 아마도 첫 페이지부터 3편에 걸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이야기로 그들의 음악잔상 때문일 것이다.
가끔 TV에서도 여행다큐멘터리를 종종 보게 된다.
그때마다 느끼게 되는 여행의 갈증을 이 책에서도 또한 느끼게 된다.
아마도 작가처럼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모두 섭렵하진 못할 것이다.
여유와 각종 지식, 언어의 실력부재 등 자격 미달이 너무 많아 여행사에 의존하다 보면
실망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각 나라의 숨겨진 삶의 깊이와 문화, 역사를 같이 배우고 알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작가처럼 하게 될 날이 올까?
떠나고 싶다!!
또한 남미의 혼란스럽고 총성의 아우성으로 매력적이지만 가기엔 꺼림직했던 곳을
남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나라로 백과사전처럼 다시 인식하게 해 준 김병종작가의
가슴 뛰게 한 ‘라틴화첩기행’의 글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