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거벗은 몸으로 지지 않는 방법은 옷을 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굴욕도 수치도 중심축이 비틀비틀 어디로인지 향해 알 수 없이 이동해 가는 전체 좌표계 속에 점찍는 일이 된다. 현재의 감각과 감정에 몰입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지나놓고 보면 그렇다. 얼마 전에 누군가 미시마 언급을 해서 미시마 생각을 한다. “욕구가 넘치면서도 욕구가 없는 듯이 행동하는 윤리적인 인간의 정반대 편에 내가 있다.” <가면의 고백> 첫 페이지에 찍어놓은 수수께끼 같은 작가의 말이다. 나는 그 뜻을 몇 년 전에야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욕구가 없으면서도 마치 욕구라는 결여가 점처럼 찍혀있을 영혼의 장소를 흉내내는 가면에 대한 자각의 시도.이 한 문장이야말로 미시마라는 거침없는 우등생의 비결이며, 그의 영혼없음으로부터...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라는 신체 조직의 저항을 감각적으로 확인하는 바디 트레이닝이 내면의 교양을 대체하더니, 배 속 내장의 확인이라는 유미주의적 스캔들로 귀결하고야 마는 긴 끈의 어디 쯤에 위치하는 매개 함수다.

이 문구는 바틀비라는 이미지를 해석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다. 없는 영혼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미시마의 가면과 달리, 바틀비의 선호’preference는 욕망도 의지도 영혼의 증명도 아니다. 내적 갈등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은 공간 속에 연장extension하지 않으므로, 그 자신 만이 볼 수 있는 어떤 분명한 '내부의'(?) 움직임을 통해, 움직이는 입자는 입자가 들어있는 내면과 동시에 입증되는 것이다. 바틀비에게 결여는 없다. 선택할 뿐이다. 결여와 내적 갈등, 즉 내면에 들어와 있는 서로 다른 힘들간의 충돌은 긴장과 흔들림, 순간적으로 촛점을 잃은 번민을 전시하는 표면의 주름과 동시에 발생하고, 그것은 적이거나 동지거나 간에 그 앞에 서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거울처럼 반영되어 다른 양상의 힘으로 상대 안에서 좌표계를 찍는다. 바틀비는 그런 내적 긴장과 흔들림, 촛점 잃음을 보여주지 않으므로 상대의 마음의 상투적인 예비동작만을 즉각 읽어낼 수 있는 상식인이자 그의 직장 상사인 모 변호사는 코드에 들어오지 않는 그에게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바틀비는 어떤 특정한 저항적 가치로 조차도 해석될 수 없다. 당신에겐 보이는 그 가치는 거울처럼 당신의 결여가 의지하는 가치를 내보이는 것이다. 바틀비의 애매한 표정은 끝까지 실현되지 않을 암시이며 잠재적인 것으로만 남아있다. 엄밀하게 말해 바틀비의 잠재성은 그의 육체의 움직임,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목소리의 발화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상식인이자 그의 직장 상사인 모 변호사, 그리고 우리 중의 일부는 바틀비의 육체의 움직임과 목소리의 발화 뒷편에서 우리와 같은 그를 상상하며 자동적으로 어떤 의도를 읽어내고야 만다. 그러나 그건 틀렸다. 그건 당신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바틀비는 풀도 고기도 씹지 못하는 종이 호랑이이며, 화성인이 내려보낸 겉모습만 인간을 무한히 닮은 탐사 로봇이며, 그 주변에 서식하는 가치의 곰팡이들을 모조리 집어먹는 우주의 검은 흡반 sucker이다. 검은 흡반은 그 존재 자체로 검은 구멍의 주변에 펼쳐져 있는, 감정의 몰입을 유도하는 이 모든 사실적인 디테일들과, 에너지를 빨아먹는 소용돌이체들을 허구화하는 효과가 있다. 내장에 대한 공포와 설계된 가치에 대한 욕구가 없는 한 사람의 영혼 없음이 인간 일반의 관계 지향성과 상호 작용을 붕괴시킨다. 이상 바틀비라는 이미지를 직장 오는 아침 지하철 속에서 계속 깔고 품으며 견디던 댓가로 수신 받은 포춘 쿠키의 메세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방랑 소년 9
시무라 타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마침내 슈이치 여장 등교! 주변이 발칵 뒤집히는데 이상하게 쎈 카타르시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배가본드 33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비할 바없는 그림실력은 알겠는데,

여전히 더 쎈놈을 찾아 헤매는 드래곤볼 스러운 소년교양 만화의 틀에 걸려있어 어쩐지   

딱 수재스러운 점이 약간 아쉽다. 
 

무사시 검객의 일대기가 내성적으로 변한 <슬램덩크> 같다. (오츠는 소연이?)  

선불교에 대한 이미지도 딱히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다.
 

p.s 완전판 내달라. 이렇게 수정되고 삭제된 걸 누가 사고 싶어하겠나. 

만화방에서 빌려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한의 주인 27
히로아키 사무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펜 하나로 다 그리는 극강의 사무라 히로아키 (아 타이요도 그렇지.. 어쨌든
그래서 一刀流인가, 아노츠? 어쩐지 토우메 케이도 함께 있었던 대학 동인지 시절을 각색해서 회상하는 만화 같기도 하다. 그때부터 그렇게 그림에 자신이 있었나 히로아키 상?),

사무라이 만화를 빙자한 액션 고어물이다. '백명을 벤 검객' 주인공 만지의 신체가 잘려도 재생된다는 설정은, 아마 기기묘묘하게 신체가 훼손 절단되는 걸 패션쇼를 하듯 거듭 전시하려고 그랬을 거다. 시이라라는 극강의 하드고어를 즐기는 매력적인 미친놈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죽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이번 편도 기묘한 신체 훼손들을 보여준다. 편을 거듭해갈수록 B급 괴작의 길이 탄탄해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호문쿨루스 15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거창하게 벌려놓다가 주인공이 파멸하는 결말은 좀 맥빠진 봉합 같다.

클라이막스에서 모두가 내 얼굴로 보이는 설정은 크리스 커닝햄이 연출한 에이펙스 트윈 뮤비에서 이미 본 것이다.
만화가가 인간성을 들여다본다는 데에 집요한 관심을 가진 자라는 생각이 든다.

고로시야 이치도 그렇지. 그런데 좀 변태적인 단면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무라카미 류를 연상케 하는 점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