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쉽게 읽는 지식총서 2
하이디 베첼 지음, 한영란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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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밖에 그림을 볼 줄 밖에 모르는 나는 누가 옆에서 한 마디만 거들어 줘도

심봉사 눈 뜨는 장면처럼 벅차고 환한 감동에 젖고만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쁨.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의 터득.

그래서 나에게 있어 그림은 언제나 사막의 선인장처럼 목이 마르고 자주 갈증을 느낀다.

 

혜원의 쉽게 읽는 지식총서 시리즈.

어쩐지 종전의 시공디스커버리 총서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아류가 아닐까하는 느낌이 언뜻 들기도했지만,

책을 차례차례 훑어보고는 차별화된 내용에 그러면 그렇지..싶었다.

 

10여년 전에 "혜원출판사"에서 나온 혜원 세계문학 시리즈를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

같은 출판사인가 하고 책 갈피를 펴고 비교해 보았으나, 마포구에 있던 출판사가 파주 출판단지로 옮겨서인지

전화번호도, 주소도, 출판사 로고도 모두 바뀌어 같은 출판사인지 알아 낼 길이 없다.

이 "혜원" 출판사의  전신이 옛날 그 "혜원출판사"라는 어떤 단서도 없지만,(동명이서라 할지라도..) 이름에서 느낀

이전의 따뜻함과 지식총서계의 새롭고 신선한 시도로 인해 이 시리즈가 단박에 좋아졌다.^^

 

고딕 양식에서 시작해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신)고전주의에서 유켄트슈틸까지, 고전적 근대에서 현대까지..

미술사의 연대기를 총 망라해 놓은 내용은 지식총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미술사에 대한 기록을 집대성 해 놓았다.

마치, 물 바가지에 달라 붙어있는 깨알들을 보는 느낌이다.^^

시대마다 추구했던 미술의 특징을 먼저 알려주고 대표적인 화가를 소개하는 방법은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나

문외한으로 입문을 하는 사람에게나 모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식이기 이전에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간단한 팁들을 '알고 넘어가기'의 코너로 만들어 따로 지면을 할애해 준 것도

눈 먼자가 만져나가는 길을 얼마나 밝게 비췄는지 모른다.

소개되는 작가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있는 기회와, 약력, 그림을 감상하는 포인트, 그 시대 대가들의 소개.

미술사의 참고서를 한 권 구입한 느낌이다.^^;;(시험과 상관없이 즐기는 공부는 또 얼마나 신이나고 재밌는지^^)

 

지식총서 시리즈가 계속 출간됨을 알려 주는 코멘트는 알아가고자 하는 분야의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것 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시리즈가 계속될 수록 분명 책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할 것이고, 오래오래 그 명맥을 유지하는 시리즈로 남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권 수를 더 할수록 빛나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사심을 얹는다면, 그림의 설명에서 보여준 구도와 기법을 넘어

그림의 탄생 배경이라든지, 모티브가 된 사건이나 신화에 대한 언급을 좀 더 구체화 시켰더라면 딱딱한 지식을 연마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상식도 아우를수 있는 책으로 좀 더말랑하게 읽혀지지 않았을까..싶었다.

책을 읽는 타겟이 모든 연령대로 보이지만, 배우는 분야에 힘을 싣기위해 펴 보는학생들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지식의 망라만으로 비춰 딱딱한 책으로 인식해 덮게 되면 어쩌나..하는 기우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교과서도 완독하지 못한 상태에서 확대된 참고서의 시야를 요구하는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수작일까?

 

두껍지 않은 책이 알찬 지식의 정보로 꽉 채워져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자주 봐 왔던 그림이 주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과 새로이 알게 되는 그림에서 받는 신선함,

책을 펴기 전과는 다른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반 풍수 집안 말아먹기 딱 좋을지 몰라도 그림이라면 주눅부터 들었던 시간들에서 '아~그 그림!!' 하고

맞장구를 칠 수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만해도 큰 수확이고 개인적인 기쁨이다.

이미 나온 시리즈와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눈여겨 보면서 앞으로 선택하고 싶은 목록들을 눈여겨 본다.

오래 오래 이어져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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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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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 : 생각이나 판단 따위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다. 

 

'냉철하다'는 표현이 이토록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이렇게 멋진 단어였어? 싶어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혀를 굴려 씹었다.

잭 리처, 그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단어가 '냉철하군!'이었으니!!

 

책의 내용에 앞서 표지에 소개 된 작가 리차일드의 화려한 이력에 담박 기가 죽는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 후, 6달러짜리  펜과 노트로 쓰기 시작한 데뷔작 [추적자]의 대성공,

현재까지 13편이 출간된 잭 리처 시리즈,

4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2천만 부에 달하는 판매고,

곧 영화화 되어 나오는 시리즈 물 [One Shot],

세금만 1천 8백만 달러!! (와우~ 계산하기 쉽게 1000원으로 잡아도 도대체 얼마야?@@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전세계가 이렇게 열광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장르 문학엔 언제나 시큰둥 한 (피부로 치자면 공룡 껍데기에 가까운..)

벽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독자도 있다.

전작 [추적자]로 열혈 봉신자 군단의 입소문에 귀가 따가웠던지라 '그 열광의 대열에 합류 시킬 수 있다면 내 인정을 해 주지'

다소 꼬인 마음으로 책을 폈다.

시니컬..

이건 뭐, 가타부타 부연 설명도 없고, 따라 올테면 따라와 봐~다.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착각마저 든다.

그래, 즐겨주지.. 기꺼이!!

 

영화의 한 씬을 연상시키는 짧은 챕터.

읽는대로 영상이 떠오르는 그려놓은 듯한 상황묘사.

스피디한 사건의 전개와 반전의 기대가 있는 스토리 텔링.

살아있는 듯한 잭 리처 표 흉내내고 싶은 말투.

번역의 매끄러움.

 

내가 그리 줏대가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 남들이 좋다면 나도 좋구나!! 무릎 팍 꿇으며..

이상 소감 끝.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됨은 내가 이런 장르의 인물 중에서 아는 이가 드문 이유일 수도 있다.

몸이면 몸, 성격이면 성격, 싸움이면 싸움, 사격이면 사격, 신분이면 신분..

그리고, 사지에서의 불꽃 튀던 사랑에 무게를 싣지 않고 미련없이 떠날수 있는 비정함까지!!^^;;

뭐 하나 모자란 것이 있어야 말이지. (친하게 지내기엔 무리인 엄친아군 싶기도..아항--;;)

 

옥에 티라면 흠이랄까..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연방 침을 삼키며 읽어내리면서도 어쩐지 편도선이 부은 것 마냥 가끔 침 삼키기가 거북했음을 고백하는데,

(영화로 만들어질 걸 염두에 두고 쓴 느낌이 너무 강한 ) 너무 할리우드 적이라는 것이다.

초반부터 읽어지는 영웅 만들기와 짐작되는 종반에 펼쳐질 한바탕의 총격전!!

'바보야, 문제는 (이 소설이) 영웅담이라는 거야!!' 내지는 '표지는 뻘로 있겠어? 총이라구,총!!'

(*랜덤하우스 디자인팀 강희철, 길하나 님..디자인 아주 좋았습니다.^^;;)

한다면 나는 슬며시 들었던 패를 접고 잭 리처 화법으로 'die'를 내 뱉을수 밖에 없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만 본 내 눈을,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내 안목이 그것밖에 안되는 탓일테니.

 

그러나,

이런 장르에 비호감인 나이 든 여성 한 명을 확실히 확보했음을 시인한다.

"시니컬하면서도 시원스럽고 바람 같으면서도 믿음직한 위험한 여행길에 오른 여성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

잭 리처, 나도 그의 곁에 설 영광을 달라..외치고 싶다!!(아, 망발은 끝이 없고..)

그리고, 또 하나!!

 책을 읽기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번역가에 주목하게 되었다.

잭 리처의 말투가 워낙 시니컬 하기는 하지만, 번역으로 더 빛나는 파닥거리는 말투.

(이를테면, 당신이 펼친 아슬아슬한 책략에 놈은 똥을 지리더군(P.342)같은 구절은 원문이 궁금해지곤 했다.--;;)

부각되는 인물 됨됨이는 분명 번역의 힘이라고 느껴졌으니!!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하드보일드 스릴러에 발을 담근 나는 잠깐 멀미를 한다. 이거, 쫌, 짱인데!!

 

"문제가 있음 문제를 해결하는 거요. 그게 내 규칙이지."(P.544)

그래, 해결해 줘서 고마워요, 잭!!^^

"언제나 이렇게 쉬웠으면 좋겠네요!"(p.544)

나는 숨어서 홀리 흉내를 내는 파렴치를 불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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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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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캠페인 문구처럼 들리는 제목이다.^^

맑은 날은 도시락 싸서 놀러가기 좋은 날이 아니던가.. 그런데, 생각만 해도 잠이오고 따분한 도서관이라니!!

영화 제목 '박물관은 살아있다'처럼 밤마다 전시되어 있는 동물들이 움직이고 원시시대로 되돌아 가기도 하는..장면이 생각나면서

뭔지는 모르지만 도서관에도 분명 신기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싶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편 책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환타지도 없고 스릴도 없지만, 내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있는 도서관에서의 일들을 읽으며

같은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어이없어 잠깐 실소가 나오기도 하는 부분을 지나다 보니 금방 책은 끝났다.

 

책 읽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소녀 사오리!!

한 권의 책은 그대로 한 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오리가 소개하는 좌충우돌 도서관 체험기를

사오리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도서관 안으로 한 발 들여 놓아보자.

 

[내책]에서 꼬마 마사에가 왜 '마녀가 사라진 숲에'를 자기책이라고 하는지,

[기나긴 여행]편은 60년 만에 되돌아 온 책에 담긴 사연,

[젖은 책의 수수께기]가 주는 젖은 책에 스민 친구의 우정,

[사라진 책을 찾아라]에서 도서관 책을 되찾기 위한 아이들의 노력,

[끝은 시작]에 담긴 사오리와 아빠의 재회에 관한 잔잔한 감동..

 

스릴있고 특이한 사건들을 다룬 건 아니지만, 평소에 우리가 자주 접하고 겪을 수있는 내용들을

아이들 시선에 맞춰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절들을 한 문장, 한 문장 가르치듯 반듯하게 적어 놓은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아, 저래선 안되지! 이제부터 나도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책이다.

아이들 시각에서 책을 어떻게 다루고 읽어야 하는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곳이 아닌

사람과 책이 만나 변화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억지의 가르치려는 의도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다.

 

'책과 콩나무' 출판사는 최근 아동문학에 관한한 독보적인 신뢰감이 형성된 출판사이다.

책 내용에 앞서 출판사에 대한 믿음으로 책을 선택하는 몇 안되는 출판사인지라, 이 책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지 않았었다.

그치만, 늘 기대가 기대한 만큼의 만족치를 다 갖다 줄 순 없는 것인가보다.

눈높이를 높이고 이전에 봐왔던 책과의 차별화로 늘 신선하고 따끈한 책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던 터라, 

내심 제목의 평이함과는 다른 색다른 연출을 기대했음일까..

글 전개의 안정감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평이함은 차치하고서라도, 호흡의 높낮이 없이 읽어가는 나른함에

뭔가 2%부족했다는 느낌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자극적이고 괴이한 이야기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고, 아이들이 최소한 책을 읽는 끊임없이 궁금함을 가지고 책을 붙들고

있게 해야하는 장치는 두어야 했지 않나 싶다.

'이거 뻔한 얘기아냐? 안다구, 잘 하라는 얘기.. '그렇게 느껴지면 아이들은 금방 하품을 하고 책을 덮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펴기까진 무수한 잔소리 세례를 받은 후거나, 억지의 숙제를 해야할 경우다.

공감가는 얘기를 따분히 여기는 진득하지 못한 사람의 푸념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정독해 주길 염치없게 또 바란다.--;;

아무리 가르쳐도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실천이 되지 않는 쉬운 공중도덕,

책을 통해 사랑이 싹트고 우정이 이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내가 할 100번의 잔소리를 한 권으로 줄여 다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 가는 걸 습관화 시켜 줄 어른에게,

맑은날도 도서관에 가면 재밌는 일이 많다는 알게 될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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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소텔 이야기 2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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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으로 가산점을 주며 읽는 장르가 성장소설 이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라가는, 정확이 말하면 10대 때의 10여년 남짓의 환경과 생각이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평생의 그림자로 따라 다닐걸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져 점수라도 후하게 주고싶어진다.

성장소설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내세우며 내면만으로 승부를 걸면 핵심적인 아우라가 빠져 뭔가 2%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아이일지라도 특별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대처하는자세와 역경과 번민, 고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향설정, 마침내 일어서기를

시도하는 순간까지의 기도하는 눈빛으로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대리만족을 얻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에드거 소텔, 이 아이를 만나고 알아가는 몇 일동안 행복했었다고 말한다면 그아이의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그냥 말없이(당연하지)웃어줄지, 표정없이 무덤덤해 할지, 아니면 손바닥을 마주쳐 신호를 보내 그가 아끼던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소란스런 감사의 마음을 내 비칠지..

 

처음 책에 등장하는 1950년의 부산은 한국 독자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물론, 이 한국이라는 배경이 등장하는데는 이야기의 핵심을 깔기위한 장치이자 복선이 숨어있지만,

내가 발디디고있는 장소가 세계문학의 귀통이에 버젓이 올라가있는 걸 보는 것은 뿌듯한일이다.^^

 

3대째 개를 키우며 살아가는 소텔가.

태어나면서 부터 말을 할수없는 아이와 개를 연구하는 아빠, 훈련을 담당하는 엄마.

시간의 흐름은 나른하리 만큼 천천히 가고 행복의 정도는 넉넉하다.

행복하고 질서 정연한 집안에 아버지의 동생 클로드가 나타나고 소텔가의 나른한 행복들을 조금씩 균열이 일고

불안한 공기로 뒤덮임을 느낀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앞에 보인 자신의 무기력으로 인해 에드거 소텔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삼촌 클로드에 의해 집안을 옥죄는 기분 나쁜 공기는 엄마와 에드거 사이마저 벌어지게 하고 ,

아버지가 죽은 자리에서 개를 돌봐주던 수의사 파피노 박사가 죽는 사건으로 에드거는 떠밀리듯 애완견 세마리와 함께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집을 나가서 겪는 많은 일들과 돌아와서 마주치는 숨가쁜 하루가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 두 권을 채우고 있다.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개들의 심리상태와 사람과의 소통방법, 개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람,

훈련으로 길들여진 개와 그렇지 못한 개들의 차이, 개와 개들의 연대감, 그리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들과 에드거 소텔.

에드거 소텔 만드로도 충분히 그렇긴 하지만, 이 책에서 느낄 수있는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전개가 빠르지도 충격적인 사건들이 무시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느린듯 흘러가다가 휙! 소용돌이에 말려들 듯 속도감을 붙게하는 사건들, 그리고 또 다시 느린 유영의 반복.

그러면서도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끌림이 매력이다.

 

[햄릿]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에드거 소텔 이야기는 그 설정이 비슷하긴 하지만, 읽는 내내 햄릿의 그림자는 전혀

느낄 수없이 오롯이 분산되지 않는 시선으로 에드거를 바라볼 수있다는데서 작가의 힘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핵심 사건의 연결고리와는 별개로 중간 중간 언급하고 끼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턴가 슬며시 소진되어 이야기의 핵심과 연결고리를 상실한 채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반전을 기대했던 마지막의 뜻밖의 결말은 그런대로 또 다른 감동과 생각할 재미를 주었지만,

그때까지 끌고와  벌여 놓았던 사건들의 예상되는 암시없이 서둘러 '디 엔(the end)을 통고 받은 듯한 마지막은

뭔가 허전하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 빛을 잃지 않고 호평을 받는데는 인간 내면을 포착하는데 덤벙대지 않은 예리함을 갖췄다는것과

스토리 텔링의 흡인력, 사람과 개의 소통,개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사람들을 이렇게 잘 전달할 책이 더문 이유라고 생각한다.

 

에드거 소텔!

그의 꼭 다문 입을, 형형한 눈빛을, 따뜻한 마음까지 보듬어 볼 수있었던 참 괜찮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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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3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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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에서 1994년 쯤으로 기억한다.

항간에 떠돌던 여러형태의 귀신들을 집합시켜 계보를 만들고 그 귀신들을 물리치는 퇴마사들의 활약을 그린

'퇴마록'(들녘출판, 전3권)이라는 소설이 한참 주가를 올리던 때가.

'전설의 고향'이후 제대로 된 귀신 집합소를 구경할 수 있었던 신산하고 서늘한 책이었다.

귀신들도 모아 놓으니 참 다양하고 사연도 가지가지구나, 머리만 푼다고 귀신이 아니구나, 내 옆에도 우글거리고 있는거 아냐?

하는 생각과 현란한 내공과 신공, 부적과 검으로 부활한 귀신을 잠재(?)우던 퇴마사들의 눈부신 활약에 정신줄 놓고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여름이면 으례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줄거리가 어디서 본 듯하다 싶은 게, 퇴마록에서 그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곤 했다.

그리고,2009년 봄!!

랜덤에서 출판된 귀신전3(현재 3권까지 출판)와 마주한다.

데쟈뷰.

분명 처음 만나는 인물들과 새로운 사건들임에도 이미 본 장면들의 재현을 보는 듯한 이 기시감의 정체는 뭔가?

혹, 같은 작가의 후속편? 그럴리가.

표절이나 아류의 느낌과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어쩐지 익숙된 전개 방식과 사돈의 팔촌쯤 되는 그때와 비슷한 귀신들의 등장이

신선함을 반감시켰음은 어쩔수 없다.

 

서점에서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땐, 청소년 용인 줄 알았다.

한참, 분신사바가 어쩌고 학교 귀신들이 판을 치던 때가 있었지않았는가 말이다.

하이틴을 겨냥한 책 치고는 표지가 비장미와 무게감이 고루 느껴지군 싶었는데, 의외로 책의 평이 솔찮게 괜찮았다.

하이틴 뿐아니라 어덜트까지 폭 넓은 대상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건 읽으면서 바로 눈치챘다.

책의 평이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형성된 기류일지라도 (매니아라면 더 정확히 읽어 낼 수있었을테니..) 좋았던 건,

작가가 단순히 귀신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아니라,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투영시키는데

귀신이라는 여과장치를 잘 활용해 공감을 이끌어 낸 힘이라 느껴진다.

 

1.2편을 보지 못한 채 본 3편이지만 앞의 내용을 모른다고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다거나

주인공들의 윤곽을 잡지 못해 몰입이 힘들어지는 일은 없다.

주인공으로 활약하지만, 학교에서는 은따인 고등학생 공표, 인디법사 선일, 귀신전의 저자인 수정과 친구 숙희,

수정을 좋아하는 용만, 내공이 느껴지는 박영감, 예지몽으로 복선을 깔아주는 찬수.

나름 개성있는 캐릭터로 (징가 Z에서 영희와 철희가크로스!!를 외치듯..)각자의 위치에서 합체, 분리해 가며

퇴마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어져 온 이야기는 매듭지어지고, 새로운 이야기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책은 독자를 지긋이 눌러 앉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한 걸음 더 어둠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공표와 인화의 이야기, 음산한 캐릭터인 숙희가 가지고 있는

피리 '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가 궁금함의 촉매로 증폭되면서 다음 권을 또 기다리게 하는 물지 않을수없는

떡밥을 던져 두었다.

 

진부한 귀신이야기가 먹힘은 귀신들도 이전엔 사람이었다는 뻔한 사실을 우리가 잠시 잊고 있거나,

너무 잘 알고 있음이 아닌가 싶다.

사람을 통해 구원을 받고 사람을 통해 나락에 빠지는 세상일을 과거와 현재를 오갈수있는 귀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과응보의 깨달음과 각인해야 할 인간성을 피력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권선징악의 뻔한 교훈이 아닌 '야! 너, 그딴식을 살면 오뉴월에 찬서리 된통 맞는다.' 이런투의 구체적인 귀신의 협박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하는 아이러니를 연출케하니!

 

앞서 밝힌 '퇴마록'의 버전에서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쉬움이긴 했지만,

일단 잡으면 놓을 수없는 재미가 있고, 점점 더 흥미로운 귀신들의 세계로 초대 될것같은 범상치 않은 예감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된다.

차츰, 저변을 확대하며 걷는 귀신들의 저벅거리는 발자국소리와 그에 맞서는 퇴마사들의 새로운 신공을 섭렵할 수있는

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귀신이야기는 왜 나이가 들어도 이리 재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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