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소텔 이야기 2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 개인적으로 가산점을 주며 읽는 장르가 성장소설 이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라가는, 정확이 말하면 10대 때의 10여년 남짓의 환경과 생각이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평생의 그림자로 따라 다닐걸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져 점수라도 후하게 주고싶어진다.

성장소설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내세우며 내면만으로 승부를 걸면 핵심적인 아우라가 빠져 뭔가 2%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평범한 아이일지라도 특별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대처하는자세와 역경과 번민, 고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향설정, 마침내 일어서기를

시도하는 순간까지의 기도하는 눈빛으로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대리만족을 얻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에드거 소텔, 이 아이를 만나고 알아가는 몇 일동안 행복했었다고 말한다면 그아이의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그냥 말없이(당연하지)웃어줄지, 표정없이 무덤덤해 할지, 아니면 손바닥을 마주쳐 신호를 보내 그가 아끼던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소란스런 감사의 마음을 내 비칠지..

 

처음 책에 등장하는 1950년의 부산은 한국 독자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물론, 이 한국이라는 배경이 등장하는데는 이야기의 핵심을 깔기위한 장치이자 복선이 숨어있지만,

내가 발디디고있는 장소가 세계문학의 귀통이에 버젓이 올라가있는 걸 보는 것은 뿌듯한일이다.^^

 

3대째 개를 키우며 살아가는 소텔가.

태어나면서 부터 말을 할수없는 아이와 개를 연구하는 아빠, 훈련을 담당하는 엄마.

시간의 흐름은 나른하리 만큼 천천히 가고 행복의 정도는 넉넉하다.

행복하고 질서 정연한 집안에 아버지의 동생 클로드가 나타나고 소텔가의 나른한 행복들을 조금씩 균열이 일고

불안한 공기로 뒤덮임을 느낀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앞에 보인 자신의 무기력으로 인해 에드거 소텔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삼촌 클로드에 의해 집안을 옥죄는 기분 나쁜 공기는 엄마와 에드거 사이마저 벌어지게 하고 ,

아버지가 죽은 자리에서 개를 돌봐주던 수의사 파피노 박사가 죽는 사건으로 에드거는 떠밀리듯 애완견 세마리와 함께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집을 나가서 겪는 많은 일들과 돌아와서 마주치는 숨가쁜 하루가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 두 권을 채우고 있다.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개들의 심리상태와 사람과의 소통방법, 개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람,

훈련으로 길들여진 개와 그렇지 못한 개들의 차이, 개와 개들의 연대감, 그리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들과 에드거 소텔.

에드거 소텔 만드로도 충분히 그렇긴 하지만, 이 책에서 느낄 수있는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전개가 빠르지도 충격적인 사건들이 무시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느린듯 흘러가다가 휙! 소용돌이에 말려들 듯 속도감을 붙게하는 사건들, 그리고 또 다시 느린 유영의 반복.

그러면서도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끌림이 매력이다.

 

[햄릿]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에드거 소텔 이야기는 그 설정이 비슷하긴 하지만, 읽는 내내 햄릿의 그림자는 전혀

느낄 수없이 오롯이 분산되지 않는 시선으로 에드거를 바라볼 수있다는데서 작가의 힘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핵심 사건의 연결고리와는 별개로 중간 중간 언급하고 끼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턴가 슬며시 소진되어 이야기의 핵심과 연결고리를 상실한 채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반전을 기대했던 마지막의 뜻밖의 결말은 그런대로 또 다른 감동과 생각할 재미를 주었지만,

그때까지 끌고와  벌여 놓았던 사건들의 예상되는 암시없이 서둘러 '디 엔(the end)을 통고 받은 듯한 마지막은

뭔가 허전하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 빛을 잃지 않고 호평을 받는데는 인간 내면을 포착하는데 덤벙대지 않은 예리함을 갖췄다는것과

스토리 텔링의 흡인력, 사람과 개의 소통,개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사람들을 이렇게 잘 전달할 책이 더문 이유라고 생각한다.

 

에드거 소텔!

그의 꼭 다문 입을, 형형한 눈빛을, 따뜻한 마음까지 보듬어 볼 수있었던 참 괜찮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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