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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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라고는 무협지 밖에 읽지 않는 사람과 살고 있다.

좋은 책이 어딨고 나쁜 책이 어딨겠냐만 현실에서 발을 반 쯤 뺀 무협, 그들만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무협의 세계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매력이 숨어있구나' 싶어진다 - 기 보다는, 아직도 세상 어딘가에 있는 고수를 (고도가 아니다)기다리고 있는 저 철들지 않는 양반을 어쩔꼬 싶어진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래, 내가 무협의 심오하고도 판타스틱한 세계를 사랑하지 못하니 보이는 것이 없어 그렇겠지. 오늘도 자기 반경 50센치 내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결계를 치고 어느새 책과 함께 잠드는 사람을 보며 나의 폭넓지 못한 독서를 탓하는 수 밖에.


나의 폭넓지 못한 독서는(눈치 챘겠지만) 장르문학에 대해 박한 점수를 주거나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하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이야기를 통해 삶이 성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현실적인 이야기만 성찰의 주제가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휙휙 날아다니거나 시공을 초월하는 이야기는 뭔가 '에이, 이건 거짓말이잖아'하는 마음의 장벽으로 인해 몰입이나 깊은 감상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편견이 무섭다는 건 나이가 들수록 더 고치기가 힘들다는데 방점이 있는 것 같다.


추리와 미스터리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긴 하지만 각각의 특성이 있으니 이란성 쌍둥이쯤 되지않나 싶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태에서 시작되었으되 엄연히 다른 모습이니까! (깊이 생각할려니 머리 아프다.)

그렇다치고,

뭔 말을 하려고 세설이 이리 길어지느냐 하면, 이 책을 통해 장르 문학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일본엔 이런 상도 있구나 싶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의 작가 1순위를 했고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 셀러다.

2006년부터 화자가 되기 시작한 책을 10년이 넘은 이제서야 알았으니 내가 장르 문학에 눈 감고 귀 닫고 있었던 게 분명해진다.


장르를 떠나 재밌는 책은 언제나 옳다!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고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는 책을 싫어하는 내 기준에서 미스터리 독서 이력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10살 아이가 방학식 날 학교에 오지 않은 동급생의 유인물과 숙제를 갖다 주러 갔다가 자살한 친구를 보게 되는데 선생님과 다시 찾아 갔을 때는 시체가 없어지면서 시작되는 얘기다.

이야기 중간 중간 깨알 같은 복선이 깔려 있고 크고 작은 반전이 있지만 눈치 채기가 쉽지 않다. 사건이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엉키고 말려 정신을 바짝 차리리 않으면 '무슨 말이지?'하며 책장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게 되더라.(장르문학에 길들여 있지 못해서다.) 마지막 종착점에 다다르면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경계에서 잠시 멍해지면서 묘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나, 앞에서 끌어왔던 이야기의 힘에 밀려 배신감은 반전이라는 이름으로 읽히면서 독자를 충격 속으로 몰아 넣는다.


 트라우마가 있는 이 어린 10살의 소년이 토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좀 안됐다.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사랑해 주지 않는데서오는 결핍이 엉뚱한 대상에  마음을 드러내고 위로 받으며 지낸다. 자신의 이야기는 자기가 만들어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써 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서 파국은시작되는데... 이런 애가 옆 집에 산다면 무섭겠다. 하지만 정작 같이 사는 부모는 아이의 상태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거나 조금 알고 있어도 모른 체하고 있다.

앞 표지의 해바라기, 거미줄, 고양이, 올가미에 발을 들여 놓은 표정을 그려넣지 않은 아이와 뒷표지의 백엽상, 거미까지!

책을 덮고 나면 이 모든 게 하나 하나의 복선이자 모티브이고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되어 눈이 오래 머무르게 된다.


하루에 다 읽었다.

요샌 나이 탓인지 핸드폰을 많이 봐서인지 눈도 빨리 침침해지고 책에 가속도를 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은 그냥 잡으면 마지막 장을 봐야 덮어지더라.

추리가 일어난 사건이 결과를 하나씩 맞추어 나가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면 미스터리는 미궁으로 빠질 건 빠지게 놔두고 그림을 맞출 건 맞추어 가는 - 추리보다 여백이 많은 장르라는 걸 느껴졌다.

마지막은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속편이 나와도 재미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어 약력을 보니 다른 미스터리도 많이 썼고 상도 많이 받았다. 찾아 읽어봐야 겠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권하면 교육상 정서상 도움은 안되도 두꺼운 책을 나도 읽어 낼 수 있구나 하는 성취감과 게임보다 책이 재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최초의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 권장 필독서에서 느낄 수없는 흡인력이 있다. 독서토론그런 용으로 생각 할거면 못 본 걸로 하시고.  


뒷 표지 설명에 빠진 게 있었네. 책 값은 12,000원!^^(그다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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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문학마을 Best World's Classic 3
조지 오웰 지음, 신한솔 그림, 김지현 옮김 / 문학마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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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들은 오래 될 수록 그 가치가 더 빛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고전이 아닌가 한다. 읽을 수록 통찰을 갖게 하고 새록새록 그 의미가 새로워지는-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은 읽을 때 마다 우화로 쓰인 풍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 소련의 정치적 배경과 권력의 이동에 대해 모르고 읽어도 재미있고 철의 장막을 표방하던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려는 사회주의자 오웰의 의도를 알고 읽어도 재미있다.

 

고등학교때인가 독후감 제출용으로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트로츠키를 암살한 스탈린을 비판해 쓴 우화된 이야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어디나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놈들은 꼭 있다'는 내용의 독후감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땐 배경지식을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읽어 볼 수 있는 인터넷 같은 게 없었다.)

어릴적 부터 봐 온 이솝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짧은 이야기로 교훈을 주며 끝나지만 조지 오웰이 쓰는 우화는 동물들의 스케일도 커지고 말도 많아 뭔가 심오한 교훈을 담고 있긴 한데 그걸 읽어 낼 수있는 세계사적 지식이 없었던 나로선 그저 나쁜 돼지들이 장악한 농장 대 활극 정도로 생각했다. 물론, 그때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아는 동물농장이 단순히 돼지들의 농장 점령 활극이 아니라 그 이면에 풍자된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주워 듣고 흘려 듣고 귓등으로 들었지만(끝내 귀담아 듣진 않았다ㅠ) 동물 농장을 다시 정독해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왜? 세상에 책은 많고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더 많아 읽었던 책을 또 읽기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 (남는 시간에 책을 읽기 보단 놀고 먹고 자고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ㅠ)

어쨌기나 책과도 인연이란게 있어 다시 만난 동물농장은 문학마을에서 펴낸 베스트 셀러 월드 클래식 시리즈의 한 권으로 책도 아담하고 일러스트도 곁들여져 있어 '보시고 읽으시기에 좋았더라'다. 독서 저변 확대 차원인지 책 뒷면에 작품 소개와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자세하게 첨부되어 있어 배경지식을 넓히는데도 참고가 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이 독후감을 제출 할 때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뙇!^^)


부패한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고 비호 선동하는 세력, 찬양하는 언론과 종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우매한 민중은 굳이 구 소련의 정권을 겨냥하지 않더라도 현대사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지금도 그런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는데 조지오웰의 통찰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시대를 관통한다. 1945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고전의 반열에 올라 전 세계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며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민주 공동체'를 표방하던 나폴레옹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건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구 소련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린 소설이라고 알고 읽어도 어느새 나폴레옹은 북한의 독재자와 오버랩 되곤 하니 말이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려 쓴 소설이긴 하지만 반공소설로 읽혔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우매한 민중을 비유한 양들을 변질된 정권의 합리화를 위해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무서운 일인지 책을 읽으며 다시 느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때 내 생각이 아주 틀리진 않았다.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소득을 불공평하게 분배한 사람들에 맞서 봉기한 동물들이 처음의 그 순수하고 동물애적인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나보다 못하다 싶으면 군림하고 짓밟으며 안위를 위해 이용하고 변질되어가는 모습 -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들 위정자 모습이지 않은가 말이다.


조지 오웰의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며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다가 덮기를 거듭하고 있는 그의 최대 걸작 [1984]를 내 기어이 읽어내고 말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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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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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섹시하다. "뜨거운 피"

내 일찌기 김언수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 본 바, 19금 표현에 있어서 이 작가만큼 감칠나는 표현을 쓰는 작가를 몇 보지 못했으니 이건 기필코 에로틱한 소설이었으면 좋겠구나 바라마지 않았다.

말초신경 자극으로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로 콧구멍이 벌렁벌렁, 흥분의 도가니탕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 기운은 빠지지만 묘한 중독으로 또 와야지 싶은- 내용이길 바랬으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직역의 의미로 내용을 구성하는 시대는 지나갔나보다.

아나 곶감--- 당했다.ㅠ

그리고,

진짜 나는 이 소설에 당했다.

아~씨!! 너무 재밌었다. 올해 이 보다 더 재밌는 소설은 읽기 힘들거야 싶은 불안한 마음이 확실히 들 만큼!

책을 읽는 이유가 재밌는 책을 읽고 싶은 원초적인 이유가 전부인 나는 이런 재밌는 책을 읽고 나면 그만 우울해진다. 당분간 이만한 재밌는 책을 찾기 힘들것이고, 뭘 읽어도 이 책과 비교하게 될 것이고, 지금 느낀 이 압도적인 감동의 쓰나미도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더구나,

이게 김언수(김연수가 아니다. 김연수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으니 헷갈리지 말자!) 작가의 최근작이라는 거. 초기작이었다면 차기작 최근작을 닥치는대로 찾아  김언수 섭렵의 시간으로 잠깐 빠질 수도 있었겠으나, 이전에 나온 소설들은 다 읽었고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올지 모르니 속상할 뿐이다. 나는 인내나 기다림의 미덕에 대해 알지 못하고 무얼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도 아니라 금방 오늘의 감동 따위 내일 아침 밥 먹고 배부르고 나면 까맣게 잊고 딴 재미를 찾아 헤맬것이 분명하니 이 감동의 쓰나미가 밋밋한 장판이 되기전에 얼른 한 글 적어 두자.

그런데,

뭘 적지!? 그냥 욕 나오게 재밌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는데...

재밌어서 재밌다고 하는데 어떻게 재밌냐고 물으신다면 - 하는 장금이 말을 되풀이 할 수도 없고

재밌는데 참 재밌는데 어떻게 표현 할 수가 없네 - 건강보조 식품 광고를 흉내 내기도 우습고.

애니웨이,

재밌는 책 한 권 추천해 달라거나 읽고 싶은 사람 있음 이 책을 권한다. 만약, 도서관에 빌려 볼 수도 있었으나 (우연히 내 글을 보고)굳이 내 돈을 주고 샀는데 재미가 없으셨다면 주저없이 환불을 요청하시라!(나한테 말고 책을 산 서점에^^) 그러기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이 기대한 이상으로 틀림없이 당신 구미에 맞을 것이고 김언수라는 작가를 각인시키는 작품일 것임으로!(김언수 홍보팀이냐고? 그랬으면 나도 좋겠다. 그는 내가 슬프지만 태어난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향과 성향에 따라 재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 내 취향인지 아닌를 판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뱀발 설명을 짧게 덧붙인다.

책 띠지에 보면 [숭고하지않은, 그래서 더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들의 인파이팅]이라고 적혀있다.

출판사 편집자들이 그냥 월급쟁이가 아니라는 걸 나는 항상 책의 띠지를 통해 느끼게 되는데 어떤 책이든, 누구의 말이든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엑기스를 뽑아내기란 머리카락을 다 뽑아내는 것 만큼 힘든일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띠지의 내용대로다. 숭고하지 않은- 그러니까, 책 내용대로 멋있는 놈이 이기는게 아니라 씨발놈이 이기는 세상의 조폭 새끼들 얘기다. (나는 그렇게 편견이나 선입견이 심한 사람은 아니지만...흠,흠, 조폭은 새끼라는 명사가 뒤에 붙어 줄 때, 그들의 몸에 새긴 현란한 문신과 굳은 인상, 거친 그들의 업계 용어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거 같더라고!)
 

남쪽의 작은 마을 구암 바닷가를 끼고 벌어지는 조폭 이야기다.

조폭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거리 의리, 언제고 등에 칼을 꽂는 배신, 그런 중에 양념같은 사랑, 조직의 와해와 이합집산, 이권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그런 중에도 조폭새끼로 살아왔을 지언정 조폭새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지만 쉽지않은 조폭 본연의 임무에 회의감을 가진 주인공이 나온다.

어쩌면 영화에서나 소설에서 질리도록 봐왔던 비슷비슷한 내용이고 결말이다.

칼 들었다고 나쁜 놈도 아니고 꽃 들었다고 좋은 놈도 아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다 그 놈이 그 놈이고 이권을 위해선 아무렇지 않게 아무나 담구고 법이나 질서? 좆 무서워 시집 못가는 년 있냐고 되려 묻는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조폭 이야기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나는 그 나물에 그 밥같은 김언수식 조폭 얘기가 욕나오게 재밌었냐면, 결국은 그의 문장력이라고 해야겠지만 그에겐 실전을 보고 자란 사람만이 쓸 수있는 현장용어의 감칠맛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야,야 ,, 모여봐! 내가 우리동네 양아치 조폭 새끼들 얘기 해 줄테니까 들어봐!" 하면서 독자들을 모은 다음 유리창 바깥에서 피튀기는 현장을 지켜보게 하는 리얼함이 살아 숨쉰다는 거다. 이야기를 듣는 건데 이게 어느 순간 3D 입체 영화로 변하면서 그들의 숨소리, 표정, 현란한 동작들이 오감을 통해 실시간으로 느껴지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손가락은 연신 입속의 침을 책장으로 나르고 있고 책을 덮었을 땐 한 쪽이 두툼해 져있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진짜다! 내가 증명한다!!!

증1. 보시라 책이 뒤로 갈 수록 침으로 인해 두꺼워지다가 종래엔 아주 흠뻑 젖어 찢어졌지 않은가?ㅠ


(내가 얼마나 책을 아끼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책 띠지 하나 잃어버리지 않고 책 읽다 접는 놈, 책 읽다 냄비 받침으로 사용하다 다시 읽는 놈, 책 읽으면서 음식 먹으면서 책에 기름 묻히는 놈 - 그날로 핸드폰에 전화번호 지워버린다!! 그런 내가, 내가,,,책이 아무리 재밌기로 이런 만행을 저질럿다고 믿어지지 않.. 안.. 아 -- 우리집 개누무시키, 널 가족이라 믿은 내가 오늘부터 개다.ㅠㅠ)


이 작가가 만만찮은 내공을 가진 작가라는 걸 알았던 건 문학상을 받은 [캐비닛]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는데 이 소설은 제목이 어느 정도 내용에 충실했다고 본다. '세상에 이런일이'나 '진기명기'에 나오는 희안한 사람들 얘기가 줄줄이 비엔나로 엮여 나오는데 웃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몇 년 전에 한 출판사 카페에 일일연재로 올린 [설계자들]은 [뜨거운 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누아르(이건 조폭이라기 보단 살인청부업자 얘기다) 소설이었는데 매일 연재된 글을 읽은 독자들의 감상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 주던 작가의 성실과 성의에 감동했었던 기억이 있다.

[설계자들]도 좋았지만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심층 진단된 [뜨거운 피]가 훨씬 좋았다.

(내가 이 책을 10권 넘게 사서 책이라곤 교과서 외에 본 적이 없는 놈들에게 돌려서 읽힌 후 술자리를 마련해서 독서토론까지 했다는 걸 작가는 모르고 있을 거다. 혹시 알게 된다면 싸인 본으로 한 권 보내 주시길..ㅋㅋㅋ)


여름 휴가 시즌이다!

재미와 스릴을 느끼고 더위와 시간을 잊고 싶을 때  이 책을 펴시라!


내 선택이 그러했듯 당신의 선택도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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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길 위의 토요일
이희우 지음 / 잔(도서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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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띠지에 적힌 '불운한 정신을 지니고 태어나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고백'이라는 글귀에 일반적인 소설은 아니구나...생각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묘하다.

어떤 주관을 가지고 보느냐, 혹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상이라고 우기기도하고 비정상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사물에 대한 시각이나 이념의 차이를 두고 따지는 것이라면 나와 다른 사람이군...하고 말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은 정신 병리학적인 기준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정신이 비정상인 것으로 진단을 받은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소개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충분히 소설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도 읽다보면 정말 그랬을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전적 소설을 읽을 때의 어쩔수 없는 문제점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부탁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상대방이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 맨 뒤에 보면 그 상대방이 신부님인 것을 알게 된다.) 혼자만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날부터 정신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트라우마가 있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주변 환경, 치료과정등 보통 사람은 접하기 쉽지 않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정신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 안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고 우정이 있고 갈등이 있음을  인물의 특징과 함께 가볍게 때론 심각하게 전개해 나갔다. 슬몃 웃음이 나오다가도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충격적인 이야기들, 정신병원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가족들이나 환경들에 안타까웠고, 환자로 만든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곳이 여긴데 멀쩡한 우리가 들어와 있다는 얘기에 공감하며 웃었다.

치료하기 위해 들어왔고 치료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이 끝나지 않은 다음에야 결론을 알 수없겠지만 모두가 나아지고 밝아져서 그들이 원하는 삶으로 복귀하기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자전적 소설을 읽었을 때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걸 소설로 보고 문학적 평을 가미한 서평을 써야하나? 개인적인 사연을 두고 연민에 입각한 서평을 써야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인 사연에 무게를 두고 읽은 책의  평이라면 위에서 적은 것처럼 치료되고 나아져서 원하는 삶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마음이고 소설이라는 문학적 장르를 두고 평을 하자면 (소설을 쓰기 전에 그림을 그렸다는 소개가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듯 세세한 묘사에 독자가 궁금해하는 얘기까지 가는데 진을 다 빠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주변 공간의 특징도 설명해야 할 것같고, 위치도 설명해야 하고, 사람의 성격만 알려주어서는 이미지가 죽을 것 같고, 심리상태를 얘기 할려다 보니 겪은 일들이 너무 많아 다 쓰지 않으면 독자들이 알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작가의 과도한 친절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물에 빠진 애를 구해야 하는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석~ 이름 부르다 구해야 할 애가 어디 있는지 까먹게 되는 상황이었다고나.

전문 작가라도 이렇게 두꺼운 장편 소설을 쓰기가 쉽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그림을 그리는 것 만큼 책을 쓰는 일이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 독자의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환자다. 병명이 확실해 치료될 수있는 병에 걸리수도 죽을 때 까지 치료가 끝나지 않는 병에 걸릴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있다. 어차피 지고가야 할 짐이라면 힘들고 지쳤다 싶으면 잠시 내려 놓기도 하고 남의 손도 빌릴 수 있으면 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을 쥐고있는 저 큰 손에 힘이 좀 덜 들어가길- 손이 내려와서 좋은 글 많이 쓰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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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JAVA는 처음이지!
천인국 지음 / 인피니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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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까지 따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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