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길 위의 토요일
이희우 지음 / 잔(도서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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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띠지에 적힌 '불운한 정신을 지니고 태어나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고백'이라는 글귀에 일반적인 소설은 아니구나...생각했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묘하다.

어떤 주관을 가지고 보느냐, 혹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상이라고 우기기도하고 비정상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사물에 대한 시각이나 이념의 차이를 두고 따지는 것이라면 나와 다른 사람이군...하고 말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은 정신 병리학적인 기준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정신이 비정상인 것으로 진단을 받은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소개를 먼저 읽어서 그런지 충분히 소설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도 읽다보면 정말 그랬을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전적 소설을 읽을 때의 어쩔수 없는 문제점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부탁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상대방이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 맨 뒤에 보면 그 상대방이 신부님인 것을 알게 된다.) 혼자만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날부터 정신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트라우마가 있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주변 환경, 치료과정등 보통 사람은 접하기 쉽지 않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정신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 안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고 우정이 있고 갈등이 있음을  인물의 특징과 함께 가볍게 때론 심각하게 전개해 나갔다. 슬몃 웃음이 나오다가도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충격적인 이야기들, 정신병원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가족들이나 환경들에 안타까웠고, 환자로 만든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곳이 여긴데 멀쩡한 우리가 들어와 있다는 얘기에 공감하며 웃었다.

치료하기 위해 들어왔고 치료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이 끝나지 않은 다음에야 결론을 알 수없겠지만 모두가 나아지고 밝아져서 그들이 원하는 삶으로 복귀하기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자전적 소설을 읽었을 때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걸 소설로 보고 문학적 평을 가미한 서평을 써야하나? 개인적인 사연을 두고 연민에 입각한 서평을 써야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인 사연에 무게를 두고 읽은 책의  평이라면 위에서 적은 것처럼 치료되고 나아져서 원하는 삶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마음이고 소설이라는 문학적 장르를 두고 평을 하자면 (소설을 쓰기 전에 그림을 그렸다는 소개가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듯 세세한 묘사에 독자가 궁금해하는 얘기까지 가는데 진을 다 빠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주변 공간의 특징도 설명해야 할 것같고, 위치도 설명해야 하고, 사람의 성격만 알려주어서는 이미지가 죽을 것 같고, 심리상태를 얘기 할려다 보니 겪은 일들이 너무 많아 다 쓰지 않으면 독자들이 알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작가의 과도한 친절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물에 빠진 애를 구해야 하는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석~ 이름 부르다 구해야 할 애가 어디 있는지 까먹게 되는 상황이었다고나.

전문 작가라도 이렇게 두꺼운 장편 소설을 쓰기가 쉽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그림을 그리는 것 만큼 책을 쓰는 일이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 독자의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환자다. 병명이 확실해 치료될 수있는 병에 걸리수도 죽을 때 까지 치료가 끝나지 않는 병에 걸릴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있다. 어차피 지고가야 할 짐이라면 힘들고 지쳤다 싶으면 잠시 내려 놓기도 하고 남의 손도 빌릴 수 있으면 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을 쥐고있는 저 큰 손에 힘이 좀 덜 들어가길- 손이 내려와서 좋은 글 많이 쓰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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