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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문학마을 Best World's Classic 3
조지 오웰 지음, 신한솔 그림, 김지현 옮김 / 문학마을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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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오래 될 수록 그 가치가 더 빛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고전이 아닌가 한다. 읽을 수록 통찰을 갖게 하고 새록새록 그 의미가 새로워지는-
조지 오웰이 쓴 [동물 농장]은 읽을 때 마다 우화로 쓰인 풍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 소련의 정치적 배경과 권력의 이동에 대해 모르고 읽어도 재미있고 철의 장막을 표방하던 스탈린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려는 사회주의자 오웰의 의도를 알고 읽어도 재미있다.
고등학교때인가 독후감 제출용으로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트로츠키를 암살한 스탈린을 비판해 쓴 우화된 이야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어디나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놈들은 꼭 있다'는 내용의 독후감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땐 배경지식을 검색하거나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읽어 볼 수 있는 인터넷 같은 게 없었다.)
어릴적 부터 봐 온 이솝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짧은 이야기로 교훈을 주며 끝나지만 조지 오웰이 쓰는 우화는 동물들의 스케일도 커지고 말도 많아 뭔가 심오한 교훈을 담고 있긴 한데 그걸 읽어 낼 수있는 세계사적 지식이 없었던 나로선 그저 나쁜 돼지들이 장악한 농장 대 활극 정도로 생각했다. 물론, 그때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아는 동물농장이 단순히 돼지들의 농장 점령 활극이 아니라 그 이면에 풍자된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주워 듣고 흘려 듣고 귓등으로 들었지만(끝내 귀담아 듣진 않았다ㅠ) 동물 농장을 다시 정독해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왜? 세상에 책은 많고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더 많아 읽었던 책을 또 읽기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 (남는 시간에 책을 읽기 보단 놀고 먹고 자고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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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기나 책과도 인연이란게 있어 다시 만난 동물농장은 문학마을에서 펴낸 베스트 셀러 월드 클래식 시리즈의 한 권으로 책도 아담하고 일러스트도 곁들여져 있어 '보시고 읽으시기에 좋았더라'다. 독서 저변 확대 차원인지 책 뒷면에 작품 소개와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자세하게 첨부되어 있어 배경지식을 넓히는데도 참고가 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이 독후감을 제출 할 때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뙇!^^)
부패한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고 비호 선동하는 세력, 찬양하는 언론과 종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우매한 민중은 굳이 구 소련의 정권을 겨냥하지 않더라도 현대사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지금도 그런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는데 조지오웰의 통찰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시대를 관통한다. 1945년에 발표된 소설임에도 고전의 반열에 올라 전 세계인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며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민주 공동체'를 표방하던 나폴레옹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건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구 소련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린 소설이라고 알고 읽어도 어느새 나폴레옹은 북한의 독재자와 오버랩 되곤 하니 말이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려 쓴 소설이긴 하지만 반공소설로 읽혔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우매한 민중을 비유한 양들을 변질된 정권의 합리화를 위해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무서운 일인지 책을 읽으며 다시 느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때 내 생각이 아주 틀리진 않았다.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소득을 불공평하게 분배한 사람들에 맞서 봉기한 동물들이 처음의 그 순수하고 동물애적인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나보다 못하다 싶으면 군림하고 짓밟으며 안위를 위해 이용하고 변질되어가는 모습 -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들 위정자 모습이지 않은가 말이다.
조지 오웰의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며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다가 덮기를 거듭하고 있는 그의 최대 걸작 [1984]를 내 기어이 읽어내고 말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