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Euro - 가난한, 그러나 살아있는 219일간의 무전여행기
류시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무모하다랄까, 대책없다랄까...

26유로만 들고 219일간 18개국을 맨발로 탐험(?)한 청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젊은 게 재산이고 무기라는 말...그래, 맞어...혼자서 끄덕끄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생각의 옹색함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지 도전하지 못할 과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흔히들 말하고,

나도 때론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독려하기도 하지만 ... 새로운 도전의 실패에 상심하지말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8할이고 정말 다시 도전하길 응원한다는 부추킴은 2할 정도다.

그리 오래 살아 온 삶은 아니나... 이쯤되고 보면( 년식은 제발 묻지 말아주시라..수긍도 핀잔도 다 상처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보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훨씬 내 쪽에 가까움을, 떨쳐내고 싶은 추위처럼 부르르~느낀다.

어쩌랴...손 안대고 코풀기 좋아하는 습성은 버릴길 없으니,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수 밖에!

 

최근 몇 년새 출판시장에서 두드러지고 화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여행서가 아닌가 한다.

전문적인 여행 칼럼니스트에서 유명 연예인들, 일반인, 유학생 특별한 연령과 계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에서부터 그저 유유자적을 일삼는 여행까지 나름의 색깔과 특색을 갖춘 유수한 책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이제 해외여행이 있는자들의 전유물이거나 벼르고 별러서 일생일대에 한 번 다녀올까 말까한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흔한말로 물 건너 갔다오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못해도 한 달 이상은 갔다와야...아, 자레 여행 좀 했겠구나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 대한민국..정말 살만해 졌구나! 다.

 

그러나 여기 정말 달랑 26유로만을 갖고 세상의 곳곳을 몸으로 부딪치며 편한 여행을 거부한 청년이 있다.

책의 곳곳에서 그날 잠잘 숙소와 일용할 양식의 마련이 최우선 과제였고, 노숙과 구걸도 마다하지 않은 '사서한 고생'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떠난자들이 본 이국의 배경과 낯선 사람들속에 느낀 생경한 감정들은 앉아서 읽는 사람에겐 언제나 로망이요, 동경으로 읽히고 그런 고생담조차 성지순례의 경건한 발걸음처럼 느껴진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닌, 돈이 없어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의 추구.'(머리말에서)

흠, 부끄럽다.

언제나 여행의 걸림돌은 경제적 이유와 시간의 부족이었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다 싶으면 시간이 모자랐던..이 불가분의 관계는 나에게 얼마나 많은 핑게와 위안(?)을 주었던가 말이다.

 

무모한 용기가 이루어낸 값진 경험으로 읽히는 이 책에서 일부러 유명 관광지는 피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람만 많이 몰리고 진정한 사람냄새와 여행이 주는 스릴감을 느낄 수 없을 뿐더러 입장료가 없으니 들어 갈 수도 없어 본의 아니게 피하게 된 부득불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간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여러가지의 이유로 이 청년처럼 무전여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무전여행을 원치 않는 ( 혹은,엄청 원하기는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한끼라도 굶으면 한없이 우울해 지고 마는..나같은--;;)사람도 이 책을 선택하게 하는 뭔가 보너스의 텍스트가 하나 쯤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행을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발품으로 딛고 다닌 여행지의 경험을 전하는 에세이임을 주지하면 분명 욕심이지만 무전여행의 용기는 없으나  경험담을 통해 내 여행을 계획할 부분을 찾는다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누구나 가 보고 싶고 어디 하면 아, 그곳! 싶은 명소의 풍경과 사람들 이야기와 발 길 닫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교되고 공통점과 상이점을 통해 장.단점의 이야기였더면 어땠을까? (앞에 밝혔듯 손 안대고 코 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무튼, 젊은이의 용기 백배한 무전여행기는 이젠 모든 것에 몸을 사리기 시작한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차근 차근 넘겨보는 사진과 글들에서 뜻하는 곳의 길은 항상 열려있고 이어져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나도 당장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방을 싸는 만용을 부릴 수없는 내 용의주도(?)함이 싫어지지만, 이 책은 분명 누군가의 혈관에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것이고, 여러가지 현실을 가로막던 벽을 부술 수 있는 강력한 해머의 역할을 하게 되리란걸 짐작할 수 있다.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당신들을 위한 건배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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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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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정한 때를 떠올릴 때, 내가 겪으며 지나온 길임에도 관조자의 입장이 되어 돌이킬 때가 많다.

가정법 과거 If...were의 아쉬움이 양념처럼 따라 붙는 대목이 태반이지만, 아프고 상처가 되었던 일들 마저도 기억의 가감으로 인해 추억으로 분류가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리 용서못할 일도 나쁘게만 여겨질 일도 없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나쁜 일 나름대로 나를 키웠고, 상처는 상처대로 내면을 성숙시켰으며, 용서하지 못 할 자는 아무도 없구나..싶은

제법 성찰의 모습을 발견해 뿌듯함 마저 들때가 있어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를 '기분 나쁘게!' 자각 할 때가 있다.^^;;

 

일반 문학과 아동 문학에 비해 청소년 문학의 저변이 넓지 않아 청소년들이 원하는 '진짜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았음을 안타까이 생각했었다.

(논술과 교양을 위한 청소년 필독서는 단백질의 몸에서 나타나는 보라색 뷰렛 반응처럼 뭐라 딱 꼬집을 수없는 빨강도 파랑도 아닌 어중간한 거부와 첫장부터 하품을 동반 할 것만 같은 수업시간을 연상시키는 면이 여실해 진짜 읽고 싶은 책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읽어야 하는 책에 가깝다고 내 아이는!!^^;; 생각한다.)

최근의 문학지와 출판사들이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갖고 무엇에도 관심을 거부하는 시니컬의 원판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서 읽을 만한 책들이 많아져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감사를 느낀다.

그간, 인터넷 소설(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이나 유행을 따르는 잡지에 마음이 현혹되어, 침잠의 깊이보다는 휘발의 겉멋에 열과 성을 쏟는 내 아이를 보며 냉가슴을 앓았던 경험이 있고, 아직 완전히 소실 되지않아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서로의 입장차가 확연해 소실 될 기미는 전혀 없다.ㅠㅠ)

이런 대치의 국면 속에 부모가 권하는 책을 아이가 재밌어하고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는 신뢰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긴것만으로도

엎드려 절하고 싶은데, 나를 돌아볼 기회까지 주니...떡이라도 해서 돌려야 할 판이다.^^

 

강호와 도윤..갈등구조를 엮어나가기에 딱, 알맞은 구도 속의 캐릭터다.  좋은 환경의 공부 잘하는 도윤과 어수선한 가정과 공부와 승부하기엔 너무 먼 강호. 그리고, 자신의 의지의 관철을 위해 학교를 과감히 포기하는 이경과 이들의 갈등을 중화시켜 줄

김세욱 선생님!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청소년 문학의 공식대로 갈등의 고조와 소통의 통로가 되는 음악이라는 돌파구, 그래도 정의의 이름으로 방치하지만은 않겠다?! 구세주 선생님의 등장이 차례대로 나오고 결론은 그래, 다시 열심히 살아보는 거야!로 끝나는 모범 흐름의 결말. ---아, 쵸큼 실망이다.ㅠㅠ

그러나, 고백컨데 이런 모범적인 결말이 아니었다면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기가 망설여졌을지 모른다.

'시나가와 히로시의 삐뚤어질테다'를 읽고는 책을 꽂을 때, 제목 말고 책장이 보이도록 꽂았던 기억이 있다. 책속의 아이들이 과격함도 문제였지만, 제목만 보고 정말 그런 마음을 갖게 될까..하는 유치한 노파심의 발로였다. (다시 제목을 보이도록 다시 꽂긴 했다..^^;;)

 

어른이 없을 때 우린 행복했다.(P.226)

 

아, 맞다 맞다! 어른은 얼마나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였었는가....그게 설령 내 부모라 할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난 후, 나는 언제나 그들의 울타리고 든든한 후원자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구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옛날엔 분명 나도 그런 마음이었으나,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않을거라고 믿어 온 어리숙한 나를 돌아보며 아이를 내 틀에서 갇우지 말고 독립된 인격체로 봐야한다는 가르침을 읽었다는 점, 고맙다 해야할테다(^^;;) 분명!!

 

원해서 나쁜 환경을 가진 아이는 아무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필요 충분한 모든 조건을 다 가졌음에도 그 환경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기분 나쁘게' 어른이 된 나(혹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빠르게 달려가는 바람과 무섭도록 소용돌이 치는 파도들이 아닌가! 주변 환경에 눈을 맞춰 차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단지, 바람의 걸음걸이와 파도의 소용돌이를 방어 할 수 있는 열린 큰 공간을 비워두는 수 밖에..

그 공간이 엑시브 125cc 오토바이일 수도 있고 귀 아픈 음악이 울려대는 홍대 앞 락 카페 일 수도 있으나,

쉿!(속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바람이 달려나가고 파도가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려 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 편 일 수밖에 없었던 도윤이 엄마께 차 한 잔 하러 오시라고 정중히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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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초승달문고 21
고재은 지음, 윤지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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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미술 작품앞에서 엄마는 열심히 전시된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아이의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커다란 어른들의 몸과 웅장한 전시대만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땀만 흘리고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다 큰 내 키에 맞추어 생각치 말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하고 생각해 보라는 메세지가 담긴 그림이었을 것이다.

눈높이 맞추기!

공익광고나 학습지 홍보 전단지 같은데서 숱하게 봐 온 말이어서 그리 낯선 말도아니고 이해가 안가는 말도 아니다.

그럴 상황이 오면  좀 구부리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어서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지만, 이 구부린 채로 이야기를 주고 받기란 생각보다 많은 인내를 요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떡벌떡 일어서기를 자로해서 여간해선 이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도 분명 아이때의 시절이 있었고 그때의 나를 이해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고 속상한 적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얼마나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작은 신음에 귀 기울였나?를 생각해 보면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못살아, 못살아..'를 입버릇처럼 되뇌고 '엄마 말 먼저 들어!' 윽박지르기 일수였고 '크면 다 알게 돼' 로 호기심마저 뭉개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음을 고백하노니...아, 부끄럽다.ㅠㅠ

 

' 내 이름은 김신데렐라'

책의 표지에 적힌 말 처럼 "한 때는 모두의 마음이었을 '어린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한 책이다.

뿐만아니라, 따뜻함 뒤에 느껴지는 아픈 반성으로 아이를 한 번 더 보듬어 보게 하는 성찰의 책이기도 하다.



 

나는 보리차가 싫어에서 보리차를 사러 간 심부름 길에 하얀사람의 꼬임에 빠져 킹파워 딱지를 사버린 인섭이와 인섭이를 혼내면서도 갖고 싶은 물건 앞에선 똑같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인섭이 엄마의 모습에서 살짝 웃음이 나면서 아이의 마음속으로 한 걸음 더 걸어들어 갈 수 있었다. 그래, (애타게) 갖고 싶은 물건이 눈 앞에 있으면 (속된 말로) 지름신의 강림을 누구도 막을 수 없지...하하하. 나를 돌아보며  아이의 변명같은 거짓말들을 다 용서 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

 

남자이긴 하지만 신데렐라를 너무 좋아하는 내이름은 김신데렐라 진우! 

아이가 정체성을 찾는다는 건, 자라면서 터득하는 자연스러운 성향이 아니라 어쩌면 부모와 사회가 주는 세뇌의 결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이야기였다. 내가 바라는 특정한 모델의 아이가 아니라 아이가 갖고 있는 그 자체로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일.. (나도 아직 자신이 없긴 하지만 ㅠㅠ) 어쩌면 높디 높은 세상 속 편견의 벽과 싸워나가야 할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진정 아이가 행복 할 수있는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를 물어 오는것 같았다.

 

그리고,  2학년 3반 이주희와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선인장 속에 갇힌 희철 선인장!

읽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쓰이고 아파서 그 아이들이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양) 잘 자라주길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물건에 이름을 써 두면 잃어버리지 않는단다.' 선생님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보이는 모든 것에 자기 이름을 적는 주희! 선생님이 매를 들고 혼을 내고 엄마가 엉덩이를 찰싹거리며 때려도 이름을 써 두어야 잃어버리지 않으니까 그만 둘 수도 없다.

늦은 밤 쭈글쭈글한 얼굴과 빠글거리는 파마머리로 돌아와 설거지도 못하고 몸은 누이는 엄마 등에 크지도 작지도 않게 자기이름을 써 넣고는 "이제 엄마는 아무데도 못가, 아빠처럼 도망 못 가."라고 속삭이는 주희를 보며 (정말이지)눈물이 핑~ 돌았다. ㅠㅠ

주희가 써 놓은 모든 물건과 사람이 하나도 잃어버리는 일 없이 다시 돌아오길...선생님의 말씀이 진리이길...바라고 또 바란다.

 

구구단을 외우다가 틱 장애를 일으키는 희철.

잘 하고 싶은데..엄마나 선생님을 실망 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데...생각만큼 행동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과

겉으로 표출되는 이상 행동.

구구단을 잘 외우고 싶지만, 자꾸 자라 나올려는 몸안의 가시 때문에 어쩔수 없이 몸을 떨어야 하는 희철이를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 나는 얼마나 키를 낮추고 구부려 있는 시간을 할애했는지 생각하다 가슴이 턱, 내려앉는 걸 느꼈다.



짧은 네 편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어른들로부터 상처 받았던 그 어린날의 마음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를 바늘에 찔리 듯 퍼뜩 정신이 들면서 주위를 소홀히 했음을 자각하는 아픔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다채로운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과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우렁차고 향기로운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었다면 너무 늦은 것일까?

내가 세운 기준에 맞춰 끌고 가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아이의 몸에 선인장 가시를 돋게 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이는 나름대로 보이는 모든 것에 이름을 새기고 있음을 나만 눈감고 귀 막고 있었던 건 아닌가싶은 반성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내 아이가 정말이지 행.복.하.게 자라길 진.심.으.로 바라는 모든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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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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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까놓고 얘기해서~' 이런 표현들을 쓸 때, 나는 그 '까놓는다'라는 약간 외설적이면서도 전세의 반전을 야기하는 표현 앞에서 단박에 기가 죽어 할 말을 잃을 때가 많다. '아, 더 이상 협상의 의지도 여지도 없구나..'싶은 서슬에 움찔하기도 하지만 '정말 속이는  것 없는 진심이구나.'하는 액면 그대로의 마음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비슷한 경우에 표현을 바꿔 '솔직히 말하면~'이라든가 ' 진짜인데요~'라는 식으로 주위를 환기시켜 협상을 역전시켜보려 애쓸때는 '솔직하지 않은 뭔가가 또 있다는 거 알아요.' 혹은 '다음에 나올 진짜는 또 뭐죠?'하며 의심의 경계를 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현에서 오는 결연한 의지도 있겠지만, '발가벗고 나선다'는 연상의 작용이 주는 말에서의 적나라함!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어서 빨리 통하고 기가 죽는게 아닌가 싶어진다.

 

춤추는 목욕탕에서 만난 세 여인 복남, 호순,미령!

딸이면서 며느리이고 시어머니이면서 친정엄마인 세 여인의 각자의 슬픔에 관한 얘기다.

미령의 남편인 현욱의 고통사고로 인해 사건은 발단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스스로 가두고 있는 아무도 모르는 내면의 슬픔을  각자의 방법으로 딛고 일어서려는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까놓고' 상처에 대해 얘기한 적 없고 그런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기 위한 방법도 모르지만 "홀로 감당해 내야 할 슬픔(P117)을

박복남 여사는 벗겨질 때가지 닦아 내길 좋아하는 '때밀이'로, 정호순 여사는 자신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지 못하는 '뻥 치기'로  미령은 교통사고로 잃은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편의 의자에서 발견된 이구아나와 끝없이 상념을 주고받는 일로 대신하며 슬픔에서 빠져나올 비상구를 찾고 있다.

 

'사는 일은 늘 슬프지만, 나름의 향을 지니는 일은 그 슬픔을 깨닫는 일'(P.114)이라는 걸 질펀한 거짓말로 악착같은 생활의 의지로 보여주는 여인들. 까놓고 보여주는 몸에서 때를 밀어내듯 서서히 상처를 한 거풀씩 걷어내며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  세 여인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읽는내내 즐겁고 재밌다. 그들이 갖고 있는 상처와 고통들조차 사랑스러워졌음은 물론이고 나도 몸이 한 뼘 자라고(P.235)  마음까지'온욕'으로 따뜻하게 데워짐을 느꼈다.

 

적나라해서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읽으면서 살짝 얼굴이 빨개지는, 겪어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삶의 더께가 눅진눅진 묻은 표현들..아프고 고통스런 삶을 조명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세 여인 내면의 구석진 부분에 촛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

아직 지명도가 높지 않은 작가임에도 글쓰는 역량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로 작가의 이름을 눈여겨 보게 했다.

 

우울증을 앓았다는 작가의 후기 때문인지 책의 바닥에 깔린 침잠된 목소리가 작가의 목소리로 새로 읽혔다.

책이 춤추듯 팔리길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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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땅을 찾아서 우리문고 20
스콧 오델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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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나 이상적인 가치를 정신에 두고 있긴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추측컨데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는 그 즈음부터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관심은 물질적인 것에 더 많았고 물질로 인해 벌어지는 싸움이나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 해야한다고 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도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눈앞에 이익이 보이는 상황이 되고보면 물질적인 가치를 포기하기란 쉽지않다는 게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열여섯 살 소년의 교도소 안에서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물질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신적인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잘 보여준다.

16세기가 배경인 이 이야기는 지도를 그리는 일을 좋아하고 더 나은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에스테반은 우연히 황금을 찾아 떠나는 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합류하게 된다.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전설적인 이야기로만 들려오는 황금의 땅을 향해 힘들고 긴 시간을 보내며 때론 아무것도 없는 땅에 대해 실망하고 황금을 향한 맹목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떠날 때만 해도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과 그 땅들을 보고 지도를 완성하는데 더 큰 뜻이 있었지만, 막상 황금의 땅을 찾아 그 황금이 눈 앞에 보였을 땐 에스테반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험난한 여행중에도 친구들에게 보여 줄 꽃을 모으는 플란시스코 신부와 에스테반을 좋아하는 지아만이 황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지만, 황금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 동료가 목숨을 잃어도 크게 슬퍼하지 않고 서로를 배반할 준비를 하는 황금에 눈먼 사람들이 되고 만다.

 

황금을 둘러싼 사랑과 전쟁을 그린 미국의 서부영화 줄거리를 염두에 두고 읽었지만, 이 책은 황금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열여섯 살 소년이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다가 자신도 예외없이 그들과 똑 같은 마음을 가지는 심경의 변화를 담담히 적어나가면서 과연, 우리라고 다를 수 있을 것인가?를 넌지시 물어온다.

 

청소년 소설이긴 하지만 인간 내면에 숨쉬는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눈앞에 펼쳐지는 이익 앞에서 얼마나 이성적인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많은 백인들이 황금이 묻혀있다는 막연한 추측으로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을 무참히 짓밟고 그들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숙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땅투기로 인해  많은 돈을 만지게 되는 경우나, 복권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됐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그들이 다 행복하게 잘 산다는 얘기는 잘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좋았던 관계도 사랑하던 사이도 황금이라는 물질이 끼어드는 순간, 악의 주술이라도 걸린 양 마음에는 금이 가고 관계는 악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한걸로 봐서 결코 사람의 행복이 물질에 있지 않음을 반증해 주지만, 황금 앞에서 마음을 비우기 어려운 것 조차 황금이 갖는 주술일까?

 

뻔한 도덕적 가르침을 주기위한 내용이 아니라, 황금을 앞에 둔 사람들의 갖가지 내면과 본성 결코 예외일 수없는 자신의 마음까지 훑어보게 하는 성찰의 책으로 읽혔다.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황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에게 과연 황금보다 더 큰 가치는 정녕 없는지 묻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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