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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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정한 때를 떠올릴 때, 내가 겪으며 지나온 길임에도 관조자의 입장이 되어 돌이킬 때가 많다.

가정법 과거 If...were의 아쉬움이 양념처럼 따라 붙는 대목이 태반이지만, 아프고 상처가 되었던 일들 마저도 기억의 가감으로 인해 추억으로 분류가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리 용서못할 일도 나쁘게만 여겨질 일도 없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나쁜 일 나름대로 나를 키웠고, 상처는 상처대로 내면을 성숙시켰으며, 용서하지 못 할 자는 아무도 없구나..싶은

제법 성찰의 모습을 발견해 뿌듯함 마저 들때가 있어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를 '기분 나쁘게!' 자각 할 때가 있다.^^;;

 

일반 문학과 아동 문학에 비해 청소년 문학의 저변이 넓지 않아 청소년들이 원하는 '진짜 읽고 싶은 책'이 많지 않았음을 안타까이 생각했었다.

(논술과 교양을 위한 청소년 필독서는 단백질의 몸에서 나타나는 보라색 뷰렛 반응처럼 뭐라 딱 꼬집을 수없는 빨강도 파랑도 아닌 어중간한 거부와 첫장부터 하품을 동반 할 것만 같은 수업시간을 연상시키는 면이 여실해 진짜 읽고 싶은 책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읽어야 하는 책에 가깝다고 내 아이는!!^^;; 생각한다.)

최근의 문학지와 출판사들이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갖고 무엇에도 관심을 거부하는 시니컬의 원판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서 읽을 만한 책들이 많아져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감사를 느낀다.

그간, 인터넷 소설(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이나 유행을 따르는 잡지에 마음이 현혹되어, 침잠의 깊이보다는 휘발의 겉멋에 열과 성을 쏟는 내 아이를 보며 냉가슴을 앓았던 경험이 있고, 아직 완전히 소실 되지않아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서로의 입장차가 확연해 소실 될 기미는 전혀 없다.ㅠㅠ)

이런 대치의 국면 속에 부모가 권하는 책을 아이가 재밌어하고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는 신뢰로 이어지는 통로가 생긴것만으로도

엎드려 절하고 싶은데, 나를 돌아볼 기회까지 주니...떡이라도 해서 돌려야 할 판이다.^^

 

강호와 도윤..갈등구조를 엮어나가기에 딱, 알맞은 구도 속의 캐릭터다.  좋은 환경의 공부 잘하는 도윤과 어수선한 가정과 공부와 승부하기엔 너무 먼 강호. 그리고, 자신의 의지의 관철을 위해 학교를 과감히 포기하는 이경과 이들의 갈등을 중화시켜 줄

김세욱 선생님!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청소년 문학의 공식대로 갈등의 고조와 소통의 통로가 되는 음악이라는 돌파구, 그래도 정의의 이름으로 방치하지만은 않겠다?! 구세주 선생님의 등장이 차례대로 나오고 결론은 그래, 다시 열심히 살아보는 거야!로 끝나는 모범 흐름의 결말. ---아, 쵸큼 실망이다.ㅠㅠ

그러나, 고백컨데 이런 모범적인 결말이 아니었다면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기가 망설여졌을지 모른다.

'시나가와 히로시의 삐뚤어질테다'를 읽고는 책을 꽂을 때, 제목 말고 책장이 보이도록 꽂았던 기억이 있다. 책속의 아이들이 과격함도 문제였지만, 제목만 보고 정말 그런 마음을 갖게 될까..하는 유치한 노파심의 발로였다. (다시 제목을 보이도록 다시 꽂긴 했다..^^;;)

 

어른이 없을 때 우린 행복했다.(P.226)

 

아, 맞다 맞다! 어른은 얼마나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였었는가....그게 설령 내 부모라 할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난 후, 나는 언제나 그들의 울타리고 든든한 후원자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구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옛날엔 분명 나도 그런 마음이었으나,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않을거라고 믿어 온 어리숙한 나를 돌아보며 아이를 내 틀에서 갇우지 말고 독립된 인격체로 봐야한다는 가르침을 읽었다는 점, 고맙다 해야할테다(^^;;) 분명!!

 

원해서 나쁜 환경을 가진 아이는 아무도 없을것이다.

하지만, 필요 충분한 모든 조건을 다 가졌음에도 그 환경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기분 나쁘게' 어른이 된 나(혹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빠르게 달려가는 바람과 무섭도록 소용돌이 치는 파도들이 아닌가! 주변 환경에 눈을 맞춰 차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단지, 바람의 걸음걸이와 파도의 소용돌이를 방어 할 수 있는 열린 큰 공간을 비워두는 수 밖에..

그 공간이 엑시브 125cc 오토바이일 수도 있고 귀 아픈 음악이 울려대는 홍대 앞 락 카페 일 수도 있으나,

쉿!(속 터지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바람이 달려나가고 파도가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려 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 편 일 수밖에 없었던 도윤이 엄마께 차 한 잔 하러 오시라고 정중히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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