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Euro - 가난한, 그러나 살아있는 219일간의 무전여행기
류시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무모하다랄까, 대책없다랄까...

26유로만 들고 219일간 18개국을 맨발로 탐험(?)한 청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젊은 게 재산이고 무기라는 말...그래, 맞어...혼자서 끄덕끄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생각의 옹색함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지 도전하지 못할 과제는 아무것도 없다고 흔히들 말하고,

나도 때론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독려하기도 하지만 ... 새로운 도전의 실패에 상심하지말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8할이고 정말 다시 도전하길 응원한다는 부추킴은 2할 정도다.

그리 오래 살아 온 삶은 아니나... 이쯤되고 보면( 년식은 제발 묻지 말아주시라..수긍도 핀잔도 다 상처가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보다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훨씬 내 쪽에 가까움을, 떨쳐내고 싶은 추위처럼 부르르~느낀다.

어쩌랴...손 안대고 코풀기 좋아하는 습성은 버릴길 없으니,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수 밖에!

 

최근 몇 년새 출판시장에서 두드러지고 화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여행서가 아닌가 한다.

전문적인 여행 칼럼니스트에서 유명 연예인들, 일반인, 유학생 특별한 연령과 계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에서부터 그저 유유자적을 일삼는 여행까지 나름의 색깔과 특색을 갖춘 유수한 책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이제 해외여행이 있는자들의 전유물이거나 벼르고 별러서 일생일대에 한 번 다녀올까 말까한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흔한말로 물 건너 갔다오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못해도 한 달 이상은 갔다와야...아, 자레 여행 좀 했겠구나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 대한민국..정말 살만해 졌구나! 다.

 

그러나 여기 정말 달랑 26유로만을 갖고 세상의 곳곳을 몸으로 부딪치며 편한 여행을 거부한 청년이 있다.

책의 곳곳에서 그날 잠잘 숙소와 일용할 양식의 마련이 최우선 과제였고, 노숙과 구걸도 마다하지 않은 '사서한 고생'의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떠난자들이 본 이국의 배경과 낯선 사람들속에 느낀 생경한 감정들은 앉아서 읽는 사람에겐 언제나 로망이요, 동경으로 읽히고 그런 고생담조차 성지순례의 경건한 발걸음처럼 느껴진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닌, 돈이 없어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의 추구.'(머리말에서)

흠, 부끄럽다.

언제나 여행의 걸림돌은 경제적 이유와 시간의 부족이었고,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다 싶으면 시간이 모자랐던..이 불가분의 관계는 나에게 얼마나 많은 핑게와 위안(?)을 주었던가 말이다.

 

무모한 용기가 이루어낸 값진 경험으로 읽히는 이 책에서 일부러 유명 관광지는 피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람만 많이 몰리고 진정한 사람냄새와 여행이 주는 스릴감을 느낄 수 없을 뿐더러 입장료가 없으니 들어 갈 수도 없어 본의 아니게 피하게 된 부득불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간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여러가지의 이유로 이 청년처럼 무전여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무전여행을 원치 않는 ( 혹은,엄청 원하기는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한끼라도 굶으면 한없이 우울해 지고 마는..나같은--;;)사람도 이 책을 선택하게 하는 뭔가 보너스의 텍스트가 하나 쯤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행을 위한 안내서가 아니라 발품으로 딛고 다닌 여행지의 경험을 전하는 에세이임을 주지하면 분명 욕심이지만 무전여행의 용기는 없으나  경험담을 통해 내 여행을 계획할 부분을 찾는다면 이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누구나 가 보고 싶고 어디 하면 아, 그곳! 싶은 명소의 풍경과 사람들 이야기와 발 길 닫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교되고 공통점과 상이점을 통해 장.단점의 이야기였더면 어땠을까? (앞에 밝혔듯 손 안대고 코 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무튼, 젊은이의 용기 백배한 무전여행기는 이젠 모든 것에 몸을 사리기 시작한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차근 차근 넘겨보는 사진과 글들에서 뜻하는 곳의 길은 항상 열려있고 이어져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나도 당장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방을 싸는 만용을 부릴 수없는 내 용의주도(?)함이 싫어지지만, 이 책은 분명 누군가의 혈관에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불게 할 것이고, 여러가지 현실을 가로막던 벽을 부술 수 있는 강력한 해머의 역할을 하게 되리란걸 짐작할 수 있다.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당신들을 위한 건배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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