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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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떠나버린 지구에 어떤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과학논픽션 책인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없는 세상'을 읽고 나서 한동안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인간이 창조(?)한 모든 인위적인것들이 파괴되는 동안 약간의 혼란이 야기되기는 하겠지만, 결국 지구는 원할한 흐름을 찾고 인간 등장 이전의 생태계를 복원해 간다는 내용이었다. 문명이 파괴되는 모습과 그 틈사이로  서서히 일어서며 세력을 확장시켜가는 동,식물의 생태 묘사가  섬뜩하기도 했지만,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인간 없는 이후의 지구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지구를 억압하고 괴롭히며 살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줌으로 우리가 지구를 떠나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과 자책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우와 토종씨의 행방불명은 어린이의 시각에 맞춘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나쁜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절절하게)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전 세계 가장 넓은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멸종된 붉은여우와 종자은행에나 가야 볼 수있는 우리나라 토종 씨앗들을 제목에 붙여 우리가 알아야 할 지구상의 모든  환경,생태,  생명의 이야기들을 전방위로 들려준다.

어린시절의 재미있는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동식물들의 이야기(24), 문명의 이기에 젖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저지르는 환경파괴(69), 인간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 수없이 희생당하는 동물들(99), 인간의 몸을 위해 기꺼이 잘리거나  수액을 뽑아내야 하는 식물들(197).

 

정녕, 인간이 이토록 잔인한 존재였는지 읽는 내내 부끄럽고 할말을 잃었다. 

육식보다는 훨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산채 비빔밥은 숲을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는일이고, 이면지를 버릴 때마다 우랑우탄은 더 깊은 열대우림으로 눈물을 흘리며 들어가야 한다니!! 인간의 이기적인 편리를 위해 데워진 지구는 점박이 물범의 생존을 위협하고  대구의 대표 과일이던 사과는 이젠 옛말이 되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최근에야 지구가 얼마나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지, 지구가 인류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를 자각하면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왜 지금과 같이 살아가면 안되는지 이렇게 살면 어떤 재앙이 오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은 기존의 두루뭉술한 환경서들과 차별성이 돋보인다.

 

재밌는 주변의 이야기로 시작해 내 생활과도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구나..로 흡인력을 가지면서도 조목조목 수치를 내세워 그 심각성과 실태를 고발하고 생활속에서 실천해야할 덕목까지 친절하게 잘 적어 주었다.

쓱~ 훑어보고 활자들만 오골거리는 책은 관심없어 할 아이들을 위해 외계인을 등장시켜 지구의 상황을 재밌게 알려주는 만화 컷까지 넣어 재미를 더하는 배려까지!! 그냥 읽어보면 좋을  환경도서가 아니라 교재로 쓰여도 좋을 필독서라고 생각됐다. 

 

인간이 없어진다면 지구는 살아 남지만, 지구가 없어지면 인간도 같이 없어진다는 말을 잘 풀어 놓은 책이다.

세계 전 역에 잘 살고 있던 붉은 여우가 우리나라를 깃점으로 행방불명의 명단에 오르기 시작한 것 처럼 정말 우리의 환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머잖아 인간들의 행방불명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암시가 담겨 있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그것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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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 (어린이를 위한) - MBC 창사 4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이미애 글, 최정인 그림, MBC 스페셜 제작팀 원작 / 밝은미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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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을 통해 처음 아마존 조에 족을 보았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많은 알려지지 않은 부족단위의 사람들이 있고 문명의 바깥에서 그들만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알아왔던 통념상의 부족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풍습에 텔레비젼 화면에서 오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흔히 연상되는 부족들의 겉모습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만을 가리고 귀나 코를 뚫은 모습이었는데, 턱을 뚫고 긴 막대를 꽂는

풍습을 가진 조에 족!

헉! 싶다가, 상처에 대한 연민이 더해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할 듯 싶은 턱의 막대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괜히 불편했다. --;;

같이 보는 아이도 '이상해, 징그러, 안 불편 할까?'를 계속 묻는데 처음에 '그러게..' 로 두루뭉술 동조를 하다가 퍼뜩,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견임을 알았다.

내가 속한 문명의 범주안에서 내 생활을 기준삼아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하고 척도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오만한 일인지 알고있는 것과 달리, 이성적인 판단이 미치기전의  감성적인 생각은 얼마나 경솔한지 다시 한번 반성하게되었다.

 



이 책은 텔레비젼에서 방영된 부족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 부족의 일원인 원시소녀 릴리( 릴리를 원시소녀라 하는 것도 썩 개운치 않은 수식어다. 원시란 말은 웬지 미개란 말의 뉘앙스를 풍겨 엄연히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역할을 폄하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를 통해 아마존의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 형식이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각양의 부족들의 삶이 개발과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얼마나 피폐해 졌는지, 자연 훼손으로 인해 신음하는 동 식물의 생태계 교란과 외부인의 탐욕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마존의 현실을 아마존 소녀 릴리의 눈을 통해 아프게 투영된다.

 

부족들은 물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날벌레 '삐융'이 외부인에겐 견딜 수없는 고통이 듯, 외부인은 그저 몇 일만 앓고 나면 괜찮아지는 감기는 부족민들에겐 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병인 걸 읽으며 삶의 영역이 서로에게 침범 당할 때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구나..하는 걸 가슴아프게 느꼈다.

 



 

아마존을 떠나 문명으로 흘러간 부족민들이 겪는 생활상들은 차라리 몰랐으면 문명에 대한 혐오가 덜 했을 지도 모른다.

문명을 받아들이고 글자를 배우는 일이야 어쩔 수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자연의 몸을 문명의 옷으로 덮고 거리에서 구걸로 살아가는 할머니와 손녀,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부랑자가 된 아마존의 인디오들, 외부인이 옮겨 오는 전염병으로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는 마티스족과 야노마미 족, 백인의 위협과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으로 부족 문화와 전통을 잃어버린 자미나와 족과 마루보 족...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마존 만큼이나 그 안에 살던 부족들의 달라진 삶이 가슴 아팠다.

어느 광고 문구에 나오는 말처럼 "그냥 그들 삶의 방법대로 살게 해주세요!" 소리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책의 마지막 처럼 아마존의 소녀 릴리와 그의 부족 아마조니 족이  사슴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자유롭게...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따뜻한 실내, 밝은 조명, 편리한 컴퓨터, 삶을 편하게 하는 몇가지 전자제품들... 아마존 그들의 희생이 어쩌면 내 안위와 편리를 위해 여기까지 온 것 같아 갑자기 죄스럽다.

그들이 아마존과 함께 영원히 맑은 영혼이 스민 웃음을 웃으며 살아가길..오염된 문명인인 나는 감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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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공부법 - 공부의 대가, 정약용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나만의 북멘토 1
김문태 지음, 김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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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벌써 어른이라는 것이 싫을 때가 많지만, 어른이라는 게 나쁘지않군..싶은때가 가끔 있다.

19금 영화를 눈치 보지 않고 볼 때, 아침에 안 떠지는 눈 억지로 비비며 학교가지 않아도 될 때, 시험의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때... 좀 행복하다.^^(대신, 어른이 되어서 받는 스트레스는 아이일 때보다 오백만 칠백 육십 아홉가지는 더 되는 듯.ㅠㅠ)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가장 많은 스트레스가 시험과 성적이다.

시험만 없다면, 학교가는 게 행복할 거 같아요.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시험은 누가 만들었어요? 시험,시험,시험..

그 스트레스를 모르는 바 아니나, 시험이 없다면 누가 공부를 할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학습 과정의 충실도와 이해 정도를 측정하는 공정한 척도가 시험이니..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 밖에.

 

정약용 공부법은 공부만 빼곤 모든 분야에서 만능인 골찌 대장과 삼백살 깨돌이가 이백 년 전의 정약용 할아버지를 찾아가 정약용이 알려주는 공부법을 배워 본다는 시공초월 공상학습 동화이다.

일요일 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정약용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백권 저서를 쓴 저력의 바탕이 된 학습의 핵심과 노하우를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정약용 의 모습은 위인전에서 봐왔던 근엄하고 꼬장해 보이는 선비가 아니라 맹꽁이 서당에 나오는 훈장님처럼 익살스럽고 친근한 (가까이 가기엔 부담없는) 접근이 용이한 훈장 할아버지다. 호랑이 선생님보다 훨~ 낫다!!^^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요일별 핵심 써머리가 쫘악 나와 있는데, 이 목차만 눈여겨 보아도 나의 허술함이 무엇이고 보충하며 다져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알 수있다.

목표 정하고  주장하기, 독창적으로 뒤집어 보기 종류별로 저일하기, 목표 정하고 집중하기........

다 아는 얘기고 해도 안되니까 답답하다고 볼 멘 소리로 불평을 한다면, 벼루 여러 개가 구멍이 나고 방에 앉아 책을 읽고 쓰는 바람에 복숭아뼈 근처의 살이 세 번이나 녹아내린 정약용의 끈기와 노력을 다시 일러주자.

(벼루에 구멍 나게 먹 갈 일 없고 의술도 약도 잘 발달되어 있지만, 최소한 연필심이 닳고 엉덩이에 땀띠 정도는 돋아봐야 되지 않겠는가? 하고 격려의 말을 어깨 두드리며 해 주자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공부의 뿌리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바탕을 먼저  다지는게 순서라는 걸 강조했다는 것도 경쟁에서 자란 자기만 최고라 여기는 요즘의 아이에게 꼭 일러 주어야 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덕목이다.

 

다시 백 투 더 퓨처한 꼴찌 대장이 배우고 익힌 대로 행하여 학습까지 따라잡은 만능 엔터테인먼트 '엄친아'로 다시 태어 났는지 2탄을 기다려 봐야 할 일이나^^, 역사와 지리, 법과 건축, 의학과 문학 등의 다양한 방면에서 방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표출한 이 백년 전의 만능 엔터테인먼터 정약용의 학습법을  내 아이에게 들려 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어른이 되서 또 좀 좋은 일은 옛날엔 누가 나은길을 일러 주기 위해 뭐라고 하면 다 고리타분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인 소리들이 이젠 깊은 내공과 깨달음을 전하는 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이래서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고들 하셨는가??

 

아직 늙지 않은 내 아이에게 학문은 그리 이루기 어려운 종목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면 정약용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공부법과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이 책을 선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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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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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친구가 즐겨 쓰던 말 중에 '이물없이'라는 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물감이 느껴진다..' 의 반대의 느낌 쯤이겠거니 했으나, 딱히 꼬집어 정의할 수 없는(내가 가진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두루뭉술한 표현이지만, 친하게, 가까운, 편한..뭐 그런 뜻이 함축된, (따뜻한) 이 말이 주는 뉘앙스를 나는 좋아한다.

'니랑도 이물없이 지낸지 참 오래 됐구만...'

나를 향해 그런 말을 할 때면 마음의 빗장같은 것이 단박에 스르르 풀리곤 한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이라는 지명도 그렇지만, 그의 글이나 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이물없이'라는 말이다.

어려운 말로 쓰지 않는, 읽어 내려가기만 해도 무슨말을 하려는지 금방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이 반성하고 배워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글, 섬진강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시골학교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은 어릴적 부터 오래 봐 온 동네 아저씨같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손을 덥썩 잡고 '어떻게 지내시냐?'고 '이물없이' 묻고 싶어진다.^^

 

"아이들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제목도 표지도 이토록 '이물없을' 수가!!^^

 

김용택 시인이 학교를 떠나 올 즈음과 떠나 온 즈음의 단상과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 성찰의 글들이 실렸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보며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얘기하면서도, 어쩔 수없는 인간의 욕심에 연루된 사회문제와 시국의 부조리를 자성의 목소리로 꼬집는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땅에 애착과 어린 영혼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환한세상의 염원이 아이들의 이름을 통해 투영되어있다.

아이들이 적은 동시와 짧은 글들도 간간이 지면을 할애해 실었는데, 그 시와 글들의 꾸밈없고 맑음에 하하 웃다가도, 보이는대로 옮기기만 해놓은 것 같은 글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뭉클! 그 자체다!


 

 

 

 

 

 

 

 

 

 

 

1학년 윤예은이 쓴 '벚나무' 전문이다.

다섯 줄의 짧은 동시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몇 번을 입으로 되뇌며 읽었다.

 

김용택의 책도 그렇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나도 그게 아주 좋다.

 

학예회에 아빠도 할머니도 오지 않는 성민이를 끌어안고 같이 울고,(209), 교육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아이들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저절로 주저앉고 마는(P.197), 빡빡민 머리를 아이들 앞에 만져보라고 내밀고(P.217) 그늘 아래로 100명도 더 넘게 들어가는 느티나무를 앞개울에 30년 전에 심은(p.228) 그의 마음과 생각과 말들은 아름답다. 다해가 적은 일기가 알려주듯 그렇게!(P.188)

 

나는 김용택 시인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진심으로!!

그러다 한번쯤, (정말이지, 억세게, 운 좋게^^) 만날 수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만나지 못한대도 아쉬울 것도 없다.

그가 글 쓰기를 멈추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 이상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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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양선희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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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안타깝지만, 내 경우엔 뭐라고 적어야 할지 딱, 어울리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가 돌아가셨더라면 아마 좀 더 근사하고 아릿한 말로 엄마를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엄마가 살아계신 지금은 그냥 땀 흘리면 땀 냄새, 방귀뀌면 방귀 냄새, 하품하면 입냄새...그정도다.

물리적적인 냄새 말고 마음에 스민 정서적인 냄새를 생각해 보려 애쓰지만..쉽지 않다.

요샌, 약 냄새..가 좀 나는 것도 같다.

 

엄마에게 보낸 편지...

이것 역시 학교 다닐 때,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적어 내라는 강요에 의해 적은 이후로 기억이 게슴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편지는 게으런 이유가 가장 컸고, 어색한 존칭과 무거운 형식에 맞춰야 한다는 학습된 편견에

자연스레 멀어졌다. 엄마랑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수다를 떨거나 의논을 할 일이 있으면 전화로 빠르고 편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있어 편지는 엄마에겐 쓰면 이상한(?)것이 되었던 것 같다.

아..크리스마스 카드는 두어번 보낸적이 있구나! 기특하게도..^^;;

 

작가는 엄마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억의 매개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엄마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이런저런 작가의 생각을 곁들여 엄마께 편지를 적었다.

글에 맞게 찍은 사진들 또한 소담스럽고 정겹다. 책에 올린 풍경들은 글의 온도를 끌어올려 독자로 하여 공감대를 높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풍경들 속에서도 이렇게 좋은 글을 뽑아 낼 수있구나..싶은 부러움마저 들게 한다.

기억의 편린 속에 누워있는 어린날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던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따뜻한 일상들이었고,

지나간 일상의 기억들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엄마를 향한 애정의 메세지를 끌어내는 작가의 글은 마치 내가 하려던 얘기처럼 읽혔다. 엄마와 함께한 결 고운 추억과 엄마를 향한 도타운 애정이 행간에 묻어있어 덩달아 훈훈해 진다.

 

단지,

오로지 엄마만을 위해 쓴 편지라고 보기엔 과하다 싶은 지식의 언급과 상식의 전달은 수신인의 정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엄마를 위시한 독자들을 향한 글이어서였겠지만...보통은 엄마에게 들어서 알아가는 얘기를 딸이 엄마에게 '알고 있냐?'고 되묻고 알려주는 것 같아 괜히 혼자 불편했다.--;;

 

남의 글에 훈훈해 하다가 내 경우를 생각해 보건데,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가까워서 편하고, 편하니까 예의를 차릴일 없고, 많은 일에 위로를 받는 동시에 상처도 많이 주는 내 쪽에서 보면 훨씬 득이 많이 존재다. 그래서인지 '말안해도 다 알지? ' 한마디로 표현하고 갚아나가야하는 고마움과 사랑을 압축시켜 대롱대롱 매달아 둘 뿐 개봉해 본 적이없다. 그러고도 별 미안해 하지도 않았다. '엄만데 뭐...' 그러고있다.--;;

혹,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하더라도 작가처럼 이렇듯 부드럽고 촘촘한 모양새를 가진 편지는 쓸 수없을 듯 싶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 준 정성의 반 만큼의 정성, 반에 반만한 사연만으로도 엄마는 더 없이 행복해 할 걸 알고있으니 흉내라도 내 볼 생각이다.

 나도 엄마가 오래오래 내 곁에 계시길(P.265) 진심으로 바라는 바니!!

 

나도 사진까지 곁들여 멋지게 흉내내 보고 싶은데, 사진도 배워야 하나?..벌써 핑게부터 생긴다.

엄마, 미안..그래도,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에게 짧은 편지나마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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