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냄새
양선희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엄마 냄새...

안타깝지만, 내 경우엔 뭐라고 적어야 할지 딱, 어울리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가 돌아가셨더라면 아마 좀 더 근사하고 아릿한 말로 엄마를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엄마가 살아계신 지금은 그냥 땀 흘리면 땀 냄새, 방귀뀌면 방귀 냄새, 하품하면 입냄새...그정도다.

물리적적인 냄새 말고 마음에 스민 정서적인 냄새를 생각해 보려 애쓰지만..쉽지 않다.

요샌, 약 냄새..가 좀 나는 것도 같다.

 

엄마에게 보낸 편지...

이것 역시 학교 다닐 때,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적어 내라는 강요에 의해 적은 이후로 기억이 게슴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편지는 게으런 이유가 가장 컸고, 어색한 존칭과 무거운 형식에 맞춰야 한다는 학습된 편견에

자연스레 멀어졌다. 엄마랑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수다를 떨거나 의논을 할 일이 있으면 전화로 빠르고 편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있어 편지는 엄마에겐 쓰면 이상한(?)것이 되었던 것 같다.

아..크리스마스 카드는 두어번 보낸적이 있구나! 기특하게도..^^;;

 

작가는 엄마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아름다운 풍경이나 추억의 매개물들을 사진으로 찍어 엄마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이런저런 작가의 생각을 곁들여 엄마께 편지를 적었다.

글에 맞게 찍은 사진들 또한 소담스럽고 정겹다. 책에 올린 풍경들은 글의 온도를 끌어올려 독자로 하여 공감대를 높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풍경들 속에서도 이렇게 좋은 글을 뽑아 낼 수있구나..싶은 부러움마저 들게 한다.

기억의 편린 속에 누워있는 어린날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던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따뜻한 일상들이었고,

지나간 일상의 기억들로 오늘을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엄마를 향한 애정의 메세지를 끌어내는 작가의 글은 마치 내가 하려던 얘기처럼 읽혔다. 엄마와 함께한 결 고운 추억과 엄마를 향한 도타운 애정이 행간에 묻어있어 덩달아 훈훈해 진다.

 

단지,

오로지 엄마만을 위해 쓴 편지라고 보기엔 과하다 싶은 지식의 언급과 상식의 전달은 수신인의 정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엄마를 위시한 독자들을 향한 글이어서였겠지만...보통은 엄마에게 들어서 알아가는 얘기를 딸이 엄마에게 '알고 있냐?'고 되묻고 알려주는 것 같아 괜히 혼자 불편했다.--;;

 

남의 글에 훈훈해 하다가 내 경우를 생각해 보건데,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가까워서 편하고, 편하니까 예의를 차릴일 없고, 많은 일에 위로를 받는 동시에 상처도 많이 주는 내 쪽에서 보면 훨씬 득이 많이 존재다. 그래서인지 '말안해도 다 알지? ' 한마디로 표현하고 갚아나가야하는 고마움과 사랑을 압축시켜 대롱대롱 매달아 둘 뿐 개봉해 본 적이없다. 그러고도 별 미안해 하지도 않았다. '엄만데 뭐...' 그러고있다.--;;

혹,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하더라도 작가처럼 이렇듯 부드럽고 촘촘한 모양새를 가진 편지는 쓸 수없을 듯 싶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 준 정성의 반 만큼의 정성, 반에 반만한 사연만으로도 엄마는 더 없이 행복해 할 걸 알고있으니 흉내라도 내 볼 생각이다.

 나도 엄마가 오래오래 내 곁에 계시길(P.265) 진심으로 바라는 바니!!

 

나도 사진까지 곁들여 멋지게 흉내내 보고 싶은데, 사진도 배워야 하나?..벌써 핑게부터 생긴다.

엄마, 미안..그래도, 사랑하는 거 알지?

엄마에게 짧은 편지나마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