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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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친구가 즐겨 쓰던 말 중에 '이물없이'라는 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물감이 느껴진다..' 의 반대의 느낌 쯤이겠거니 했으나, 딱히 꼬집어 정의할 수 없는(내가 가진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두루뭉술한 표현이지만, 친하게, 가까운, 편한..뭐 그런 뜻이 함축된, (따뜻한) 이 말이 주는 뉘앙스를 나는 좋아한다.

'니랑도 이물없이 지낸지 참 오래 됐구만...'

나를 향해 그런 말을 할 때면 마음의 빗장같은 것이 단박에 스르르 풀리곤 한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이라는 지명도 그렇지만, 그의 글이나 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이물없이'라는 말이다.

어려운 말로 쓰지 않는, 읽어 내려가기만 해도 무슨말을 하려는지 금방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이 반성하고 배워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글, 섬진강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시골학교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은 어릴적 부터 오래 봐 온 동네 아저씨같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손을 덥썩 잡고 '어떻게 지내시냐?'고 '이물없이' 묻고 싶어진다.^^

 

"아이들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제목도 표지도 이토록 '이물없을' 수가!!^^

 

김용택 시인이 학교를 떠나 올 즈음과 떠나 온 즈음의 단상과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 성찰의 글들이 실렸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보며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얘기하면서도, 어쩔 수없는 인간의 욕심에 연루된 사회문제와 시국의 부조리를 자성의 목소리로 꼬집는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땅에 애착과 어린 영혼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환한세상의 염원이 아이들의 이름을 통해 투영되어있다.

아이들이 적은 동시와 짧은 글들도 간간이 지면을 할애해 실었는데, 그 시와 글들의 꾸밈없고 맑음에 하하 웃다가도, 보이는대로 옮기기만 해놓은 것 같은 글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뭉클! 그 자체다!


 

 

 

 

 

 

 

 

 

 

 

1학년 윤예은이 쓴 '벚나무' 전문이다.

다섯 줄의 짧은 동시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몇 번을 입으로 되뇌며 읽었다.

 

김용택의 책도 그렇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나도 그게 아주 좋다.

 

학예회에 아빠도 할머니도 오지 않는 성민이를 끌어안고 같이 울고,(209), 교육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아이들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 저절로 주저앉고 마는(P.197), 빡빡민 머리를 아이들 앞에 만져보라고 내밀고(P.217) 그늘 아래로 100명도 더 넘게 들어가는 느티나무를 앞개울에 30년 전에 심은(p.228) 그의 마음과 생각과 말들은 아름답다. 다해가 적은 일기가 알려주듯 그렇게!(P.188)

 

나는 김용택 시인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진심으로!!

그러다 한번쯤, (정말이지, 억세게, 운 좋게^^) 만날 수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만나지 못한대도 아쉬울 것도 없다.

그가 글 쓰기를 멈추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 이상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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