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the의 저력
쓰모리 코타 지음, 이우희 옮김 / 토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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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가서 처음 배운 영어 문장이 I am a boy. You are a girl.이었다.

한 명의 소년, 한 명의 소녀. 이럴때 a는 한명을 나타내는 관사다.  뭐 이런식으로 배웠던것 같다.

그 이후로 무수한  a와 the가 내 옆에 왔다가 가고, 쌓였다가 흩어지길 반복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a와 the의 정체성을 파악해 자유자재로 휙휙휙 문장속에 꽂아 넣고 빼 내기엔  내 열정이 모자랐고, (15년간 만두만을 먹지 않아서--;;) '넌 누구냐?'고 물어 볼 독기가 나에겐 없었다. 그냥, 너 구나..그러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을 따름이다.

 

짧은 영어를 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긴 했지만, 큰 사업체가 있어 경영에 치명타를 주는 비즈니스 영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좋은 직장을 옮기기 위해 올려야 하는 치열한 점수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나에게 영어는 내가 답답하지 않을 만큼의 의사소통이면 충분했다. 더우기 일상회화에서는 a와  the의 명확한 구분 없이도 대충의 의사소통은 가능했고, 그다지 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채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문법에 눈뜨고 물어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a와 the의 정확한 쓰임을 알고 싶어하는데,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이면서 여러개 중의 하나는 a, 정확히 가리키며

지칭하는 것은 the..정도의 설명 밖에 해 줄수가 없었다. 어디에나 예외가 있듯, 여기에도 항상 예외가 있어 그 예외에 대해서는 글쎄..로 얼부무려야 했고, 엄마, 학교 제대로 다닌거 맞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수치가..ㅠㅠ

 

아이를 위해서 더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해서 찾게 된 책이 이 책이다.

그래, 비록 내 군만두만을 15년간 먹진 않았으나, 이 기회에 "넌 누구냐?'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야 말리라는 다짐과 함께.^^

 

저자의 직업은 학원강사이고 일본인이다.

우리가 흔히 abcd꼬부랑글씨~ 암만봐도 모르겠네~ 하고 우스개로 부르는 노래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만큼 일본인에게도 영어는 넘기힘든 높은 산이었던 것이다. 힘이 드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고 우리와 어순체계가 비슷한 일본인이 고민한 영어 접근법이라 다른 나라 저자보다 훨씬 친밀감이 들었던것도 사실이다.

더우기,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떤 방법으로 다가서야 아이들이 잘 이해하더라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 설명이 군더더기가 없고 어렵지 않아 무엇보다 좋았다.

 



 

* a/an을 부정관사라고 한다 어떤 사물인지 정해지지 않아지만, 같은 종류의 사물이 여러개 있는가운데 하나를 가리킬 때 쓴다.(P.32)

* the는 구별하는 힘이 있다. 대화 당사자가 서로 알고 있다는 사릴이 성립하는 사물, 하나밖에 없는 사물, 대치되는 사물에 the를 붙인다.(P.61)


 

각 단락마다 일목요연한 정리로 압축시켜 보여주는 것도 좋았지만, 그림과 함께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있게 배려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몰랐던 a와 he의 쓰임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공부한다는 생각없이 편안히 앉아서 읽다보면 어려워서 책을 덮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든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고마운 점이다.

 

그냥 슬슬 넘기며 읽는 걸 보던 아이도 덩달아 관심을 보여 슬쩍 건네주었더니 아~, 그렇구나...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인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더이상 나는 진땀나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도 쉽게 이해하고 만족하는 표정이니 뭘 더 바란단 말인가!!

정작 얼굴이 붉어지는것은 내 깐에는 그럭저럭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일상영어들이 관사의 오류 투성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어에 뼈대가 서고 정확한 의사전달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쉽고 이해하기 빠른 이 책을 잠깐만 집중해서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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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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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라는 작가는 내가 기억하기로 참 오래된 작가이다.




처음 이외수 작가의 글을 읽은 게 십대였으니..족히 이십 년이 넘었다. 나는 전작주의라기 보다는 잡독주의(?)에 가까워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건 아니지만, 그의 책만큼 면면히 이어지면서 시대를 아우르며 흘러 온 작가도 드물다는 것은 알고 있다. 늘 화자가 되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내놓은 책들은 주목을 받았고 그런만큼 작가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작가의 이름을 각인 시킨데는 시대를 앞(?)선 외모와 헤어스타일, 기행적인 일화들이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초단위로 유행이 변하고 트랜드가 바뀐다는 신세대의 감성에 전혀 기죽지 않고 도리어 전방위의 열광하는 팬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그를 보면, 작가의 오랜 기간 축척된 내공과 끊임없이 소통에 힘쓰고 있는 노력을 짐작하게 된다. 접근하기 힘든 꼿꼿함을 내려놓고 차나 한 잔 하자는 열린 마음으로 독자들을 대하는 것 같아 손 내밀어 선뜻 악수라도 청하고 싶어진다.

‘이외수의 비상법 아불류 시불류’는 (어떻게 보면) 가벼운 글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보내는 시간과 일상의 편린들 속에서 건진 반짝이는 사금파리 같은 글들이 있는가 하면, 세태를 풍자하는 픽, 웃고 마는 뒤통수에 가까운 해학이 있기도 한다. 지나온 삶의 굴곡과 무게가 한 줄로 압축되는 아~! 싶은 글이 있다가 공자 왈 맹자 왈에 버금가는 깨달음을 주는 글도 있다. 고생이 뭔지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절절함이다가 다반사로 통용되는 관용어구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
 

피력한 글들이 모두 묵직한 끄덕거림으로 잠언서의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나, 결코 가볍게만 볼 글도 아니라는 결론이다. 거기에다 정태련의 단아한 그림과 어우러질 때 책은 어쩐지 (그의 표현에 의하면)더 폼 나 보인다.


"어떤 성현에게 천금 같은 명언을 들었어도 머릿속에만 기억해 두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개 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와 무엇이 다르랴.(P.169)"는 글은 '천금 같은 명언이 들어있는 책이라도 읽혀지지 않는 책이라면 쓰레기와 무엇이 다르랴'라고 바꾸어 읽히기도 하는데,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불류 시불류'는 몰표를 받을 여지가 다분한 책이다.

어려운 말로 쓰여진 무거운 깊이가 담긴 책들이 우리를 주눅 들게 한다면, 이 시대에 흐르는 보편적인 감성을 터치하며 알맞은 탄력으로 튜닝한 이외수의 글들은 날아오르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읽히게 한다.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나를 향해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격려의 토닥거림이 있다. 쉽게 내 뱉은 말인 양 싶지만, 끄덕거림으로 다가오는 촌철살인의 내공 까지 흡족한 책이다. 이외수라는 작가가 이토록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 받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이외수의 글에 대해 너무 단 것만을 탐하다 보면 이빨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우려담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볍고 현혹되기 쉬운 말과 글로 인기에 병합하고 이전에 그의 글에서 느꼈던 치열함 같은 건 고사 되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문학이 작품성이 가진 무게가 중요한지 대중의 기호에 맞춘 가독성이 중요한지에 대한 결론 없을 논의는 차치하기로 하고 이 시대에 읽힐 수 있는 글을 간파해 내는 능력을 기준 삼는다면 이외수는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어떤 문장에는 이빨이 있고 어떤 문장에는 발톱이 있다. 어떤 문장은 냉소를 머금고 있고 어떤 문장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고 글 한 줄로 천생연분을 맺는다. 글은 자신의 품격을 대신한다.”(P.27)

그의 문장에서 이빨을 보았든 발톱을 보았든, 냉소를 머금든 미소를 머금든 그는 글로 맺은 인연들로 인해 당당한 대한민국의 베스트 셀러(베스트 셀러가 모두 문학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들로만 채워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제 아무도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작가이며 그의 말처럼 글은 자신의 품격을 대신하는 것이니, 독자가 책에서 읽고 느낀 만큼의 품격으로 작가를 매김 할 수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불류 시불류’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책 속 길지 않은 글들 사이의 행간 넓이 만큼 읽는 글에 따라 생각의 행간 또한 넓혀졌다 좁혀졌다 했지만, 정작 가장 오래 잡고 있었던 페이지는 선문답 같은 책 제목이었다.

면벽수행은 고사하고 좌선이나 명상조차 제대로 해 본 경험 없는 나는 이 여섯 자 두 문장이 주는 애매한 철학에 도를 깨치지 못해 끄덕일 수도 도리질 칠 수도 없는 땡초처럼 오래 갸웃거렸다.

내가 흐르지 않는다고 시간이 흐르지 않을 리 없고, 내가 흘러가는 속도만큼 시간이 날 맞추어 따라 온 적이 있었던가? 싶은 우문이 시작 이었다.

그대가 그대 시간의 주인이니 그대가 생각하는 그것이 곧 진실이라는 친절한 작가의 현답에도 불구하고 오래 이 제목에 골몰했으니, 그는 제목에서 부터 나 같은 현혹하기 쉬운 독자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일까? 현혹하기는 쉽고 읽어 내기는 힘든 그의 내공에 두 손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단지 이렇게 따라 외칠 수 밖에!!

“자유로운 영혼 만세, 자유로운 예술 만세, 자유로운 그대 만세!” (P.250)


책을 넘기다보면 은은한 향이 난다. 코를 깊이 들이대고 킁킁 맡아 보니 아카시아 향이다. 

밤에 읽으면 그 향이 더 짙게 나서 밤의 독자를 위한 숨겨 둔 보너스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도 삭막한 세월을 견뎌낸 이력 때문일까? 책 속의 향은 5월 깊은 밤 그 알싸한 향에 무심히 주위를 휘휘 둘러보게 하는 아카시아 향이라기 보다는 예전에 자주 씹었던 아카시아 껌 향기를 기억케 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껌의 향기라? 껌...씹는거잖아!!! 

책의 허물일랑 씹지말고 담겨있는 내용의 깊이를 곱씹어 보라는 이외수 다운 발상??

음모론에 늘 혹하게 되는 나는 또 골똘해진다. 비상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 뚱뚱하거나 날개가 덜 자랐다.

할수없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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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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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는 '나쁜 책이란 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붙잡아 끄는 책이다'라고 말했다.

 

나쁜책의 정의를 어디에 기준을 두었는지 알 수 없고, 읽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신념 다를 뿐이지 나쁜책은 없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마음을 붙잡아 끄는 책이라는 정의는 내가 읽은 후 느낀 '제리'에 딱 맞는 표현이었다.

"파괴적이고도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

표지에 적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일축해 놓은 한 문장이다. 책의 엑기스를 세 방울로 응축시켜 놓은 어울림직(?)한 표현이군..하며 일단 일목요연한 정리에 한 표 던진다.

(설핏 파괴적이다가 나름 충격적이며 확실히 반도덕적인 소설이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시대를 풍미한 파격적인 소설의 대부분은 논란의 대상이 되거나 그 시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 195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그랬고, 몇 해전 마광수의 소설들을 예로 들어본다. 예술이다 외설이다 혈전이 오가고 법정까지 가는 웃지못할 일화가 있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보면 도대체 어느부분이 논란거리 일 수 있었단 말인가? 싶어지는 책이 되어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빨리 변하고, 그런 세상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논란의 대상까지는 아니어도 '제리'는 자본주의의 어둑신한 뒷골목에서 충동적이고 쾌락적인 불꽃을 향해 몸을 내어주고 마는 날아오르지 못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필요 이상으로)사실적으로 그렸다.

노래방과 호스트바, 클럽, 주점에서 원나잇 스탠드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움, 마음이 없이도 몸만 있으면 가능한 섹스, 정체성을 찾기위한 몸부림인 듯 온 몸에 박아대는 피어싱들, 반성도 없고 발전도 없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가진것 없이 외모에서도 주눅 든 노래방  남자 도우미 제리의 쓸쓸한 독백을 통해 내일을 향한 꿈의 공허함과 쾌락이 갖는 반복되는 갈증을 말하고 있다.

 

목표가 뚜렷하고 반듯하고 떳떳한 삶만이 얘기가 되어지고 글이 되어진다면 우리는 위인전이나 읽으며 그렇게 살지 못한 스스로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며 자괴감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위인전에 기록되는 삶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가 더 많고 (내경우에) 그들의 얘기가 더 솔깃하며 재밌다. 그래서, 제리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마음을 붙잡아 끄는 책이었다.

 

어여삐 봐 줄 수 없고 권장할 만한 삶은 아니지만, 분명 이렇게 그저 살.아.내.기를 계속하는 (스스로 택했든 아니든..)슬픈 젊음이 도처에 있다는 것, 그들을 비난하고 배척 해야 할 대상에서 이해와 연민으로 손잡아 주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힘이다.

쾌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벗어날 생각조차 없어 보이지만,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했던 시인의 말처럼^^) 바닥까지 추락해 본 젊음만이, 어두운 시간을 몸으로 걸어 본 젊음만이 더 찬란한 생을 향한 꿈을 꿀 수있다는 걸 역설해 보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부한 말이지만,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있겠는가.. 생각없이 쾌락에 몸을 던지는 그들이지만, 이해 못할 것도 없지..그만 용서해주고 싶다. 

그러나, 정작 (비루하기 짝이없는 나 따.위. 독자지만..)용서가 안되는 건, 착 달라붙지 못하고 겉도는 비유의 구태의연함과 습작시절에 마쳤으면 좋을 뻔한 묘사들로 인해 가독성에 자주 태클이 걸릴때 였다. 아, 이건 뭐야...고등학교 문예반때 자주 쓰던 표현이잖아..싶어지면

들킨거다. 하산명령이 떨어진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쓴다는 건 직무유기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제리..오렌지 빛깔의 자그마한 고무공이 입안을 굴러다니는 느낌...(P.16)!!

아, 오그라든다.--;;(나만 그런건지 ㅠㅠ 그렇다면, 오렌지 빛깔의 자그마한 고무공을 입안에 굴려 본 경험이 없는 무지한 독자의 무식한 평이라 생각해주시라.)

그리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를 갈등의 모호함, 각인되지 못하고 의미전달도 미흡한 인물들(특히, 엄마),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몸은 너무 농염했고 정신은 늘 흐려있으며, 이가 빠진 듯 짜임이 헐거운 플롯들...아쉽다.

 

글을 쓰는 일은  영혼에 상처를 내어 그 상처에서 뽑은 피로 적어가는 작업이라는 걸 안다. 써 갈수록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쨌든, 나는 이 책에 마음을 붙잡혔고, 읽는 동안 내가 앉은 자리를 책 속의 젊은이에게 내어주며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기도 했으니...나와 같은 마음이 '오늘의 작가상'을 받게 한 이 책의 저력이 아닐까..여겨진다.

차기작을 기다리며 또 건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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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고! 그램툰 let's go! Gramtoon - 접속사 관계사 의문사 문장의 5형식 GRAMTOON is My Best Friend 3
김영훈.김형규 지음 / 한겨레에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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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치는 것이 잘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이 맞다.

(물론, 쉽게 가르치려면 그 분야에 정통한 실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 할것도 없다.)

10개를 가르쳐 주었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2개밖에 못받아 들이면 배우는 사람에게 그 사람은 2개를 배워 준 사람이 되는것이고, 알고 있는 게 3개 뿐이더라도 3개 모두를 전달할 수 있는 교수법을 가졌다면 배우는 사람에겐 더 이익이 되는 것이다.

실력은 넘치되 전달하는 힘을 갖지 못한 스승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준에 맞춰 내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충분히 전달할 수있는 능력을 가진 스승...당신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그램툰!!

눈치챘다시피, 명랑한 캐릭터들과 함께  영어 문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접근한 만화 문법책이다.

하늘에 있는 신과 지상을 연결시키는 곳 '지구라트'에서 우리의 친구 '마리'와 '오리'가 악당 '아마도'의 손에 들어간 그램볼을 구하기 위해 미션을 풀어 나가는 동안 자연스레 영문법을 익히게 구성해 놓았다.

 

GRAMTOON 3권에선 접속사, 관계사, 의문사 문장의 5형식에 대한 얘기로 이루어졌다.

코믹한 이야기가 전개 되는 동안 각 파트에 해당하는 주요 문법들을 되풀이해서 만화 주인공들이 반복 설명하고, 한 단원이 끝날 때면 지면을 할애해 앞에 나눈 얘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피드백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확인 테스트를 통해 배운것을 짚고 넘어가는 구성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 재미를 북돋기 위한 흥미위주 겠지..싶었으나, 모범생의 잘 정리된 노트를 들여다 보는 것 처럼 설명도 잘 되어있고 뜻밖에 문법의 기초를 다지기엔 부족함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내가 봐도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보여주었더니, 학원에서 듣는 강의보다 훨씬 재밌고, 머리에 잘 들어 온다는 흡족한 평이다.^^

별책 부록으로 같이 온 펀펀 워크북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한다면 문법때문에 영어가 싫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중. 고등학교 문법책이나 참고서처럼 깊이 있고 방대한 지식을 담아 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아이들에게 문법의 기초가 되는 10개만 가르치려고 만들었다면 그 10개는 모두 아이들에게 흡수될 것이고,

5개만 받아들여도 괜찮다..싶었다면 5개 모두를 아이는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의 전부를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있는 교수법을 아는 책이 이 책이다.

 

이전에 나온 1권, 2권을 구입하지 못했는데 이 한 권에서 얻은 신뢰와 감동(?)으로 앞의 두 권을 모두 구매할 생각이고, 빨리 다음 시리즈도 나오길 바라고 있다.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아는 선생,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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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 - 나무를 찾아가는 여행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고규홍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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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경북 어느 수몰지구에서 서울 한복판 아파트 단지로 옮겨 심어진 1000년 된 느티나무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보았다.

나무가 옮겨 갈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1000년을 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느티나무가 서울의 낯선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잘 견뎌낼 수 있을지.. 자꾸 마음이 쓰였다. 오래 고향을 지키며 살던 어르신이 살 집이 없어져 서울 친척집에 올라가야 하는 것을 보는 것 처럼 짠하고 약간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오래 한 곳에 서 있었던 나무는 나무라는 단순한 이름을 뛰어넘어 하나의 상징물이자 수호목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시골 어느마을에나 어김없이 한그루씩 버티고 서있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든든한 믿음의 지주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묵묵한 세월들이 옹이마다 느껴져 숙연해진다.

 

우리나라 노거수를  중심으로  전국의 웬만한 나무들은 다 섭렵해 놓은 '나무 찾아가는 길' 안내서 같은 책이다.

어느 산에나 소나무, 아무동네나 느티나무 같지만...꼼꼼이 살펴보면 같은 종이라 할 지라도 모습이 다른 건 말할것도 없고, 담고 있는 사연과 전설들 또한 애틋해 한 그루 한 그루가 큰 어른처럼 느껴졌다.

보고만 있어도 겸허해지고 내가 낮추어지는 스승을 앞에 둔 느낌이었다. 우리 땅에 이렇게 크고 멋있는 나무들이 많았구나..를 새삼 느끼며, 이 나무들이 사람들로 인해 혹사당하지 않고 살아왔던 유구한 세월만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길 비는 마음이 되었다.

 

4개의 장으로 지역을 나누어서 명물 나무들을 소개했는데, 정이품송 같은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있는 어떤 사연이 있는 나무인지 금방 알 수있는 나무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눈여겨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자리잡은 나무거나.. 나무의 위풍에 눈길이 가면서도 세세한 사연을 짐작할 길이 없었던 나무들을 양각시켜 주었다는데 책에 고마움을 느꼈다.

 

명륜당 유생의 바람대로 성을 바꾼 문묘 은행나무, 명재 고택 앞 연못의 아름다운 배롱나무, 해마다 토지세를 무는 예천 천향리의 부자나무 석송령, 삼월삼짇날 막걸리 스물네말에 취하는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 가난한 아비의 한이 서린 진안 평지리의 이팝나무...

나무의 수려한 외관만큼이나 안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연 또한 깊어서 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그 나무가 서 있는 땅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무 둘레를 측정하는 방법,소나무의 어원과 종류,아들과 딸을 낳았을 때 심는 나무의 유래, 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은 어떻게 하는지, 나이테말고도 오래 된 나무들의 나이를 측적하는 방법들은 책을 읽으면서 얻는 재미있는 상식이자 뜻밖의 팁이다.^^

 

고등학교때 였었나..

국어시간에 나무에 관한 수필을 읽었는데,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한 선생님의 말에 손을 번쩍 든 기억이 있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가진걸 다 내어주고도 묵묵히 한 생을 버티어가는 나무 예찬에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싶어 즉흥적인 반응이었는데, 요즘도 누가 죽어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아직도 (부끄럽지만)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수려하고 멋진 풍모를 자랑하는 나무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만, 작은 그늘을 만들고 날개가진 새들이 잠시 쉬어 갈 수있는 나무라도 된다면 참 좋겠다.

 

서울 한 복판으로 옮겨간 그 오래된 할아버지(? 왠지 그럴거 같다..--;;)나무가 지평선이 보이지않는 낯선 아파트 숲속일 지라도 휘황한 불빛에 눈 감는일 없이 건강하게 뿌리를 내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둥이 되고 교감을 나누는 새로운 전설을 쓰는 나무로 오래 오래 살아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무심히 쳐다만 볼 줄 알았던 나무였는데, 책을 덮은 이후로는 나무의 목소리에 귀를 열게 되었다.

눈으로 읽었으되 귀가 열리는..엉뚱하나 멋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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