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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확자 - 수확자 시리즈 1 ㅣ 수확자 시리즈 1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평점 :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수많은 음모론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여겼던 음모론은 전 세계 인구 조절을 하기 위해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단일 정부로 만들어 통제하려는 특정 세력이 배후이고 그들이 세계 인구 수를 조절하고 통제하기 위해 백신을 주입해 DNA를 조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포화된 인구 수를 조절하기 위해 코로나19 전염병을 퍼뜨려 노약자들을 먼저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학 기술로 그 어느 때보다 발전했고, 사람들을 수없이 죽게 만들었던 질병을 정복하고 치료법을 발견하여 인간의 평균 수명은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수확자』를 읽으며 이 음모론이 떠올랐다. 모두가 더 오래 머물게 된 지구에서 적정한 인구는 어느 정도일까? 인류가 죽음을 정복하는 시기도 맞을 수 있을까?
"세계의 디지털 네트워크가 <클라우드>라고 불리던 시절, 사람들은 인공 지능에 너무 많은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주 나쁜 생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의식의 불꽃, 혹은 놀랍도록 그와 비슷한 뭔가를 일으키며 선더헤드로 진화했다. 사람들의 두려움과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선더헤드는 권력을 잡지 않았다. 선더헤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았다. 생태 환경을 계속 성장하는 인구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모두 알았다. 일자리를 만들고, 가난한 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세계의 법을 정립했다. 선더헤드는 우리에게 완벽한 세상을 선사했다."
2042년, 컴퓨터의 힘이 무한해지고 죽음을 정복한 해. '선더헤드'의 진화는 인류에게 굶주림과 질병, 전쟁과 죽음마저 없는 완벽한 세계를 선사했다. 고통의 순간 핏속에 들어 있는 진통 나노 기기가 마취제를 풀었고, 죽음의 위기에는 재생 센터로 이송되어 되살아났다. 자연적인 죽음이 사라진 세계에서 생명은 끊임없이 새로 태어났고, 지구는 이 모든 인간들이 살기엔 너무 좁아졌다. 지구 밖 행성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인류는 인구 조절을 위해 목숨을 거두는 임무를 맡은 <수확자>라는 존재를 탄생시킨다. 선더헤드에게 권위가 넘어가지 않은 단 하나의 조직.
열여섯 살의 학생 시트라와 로언은 우연한 계기로 수확자 패러데이의 눈에 들어 수확자 수습생이 되고 살인 기술을 익힌다. 이들은 스승으로부터 수확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 즉 끊임없이 살인을 하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자신이 거두는 생명에 연민을 가지며, 이것이 올바른 수확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태도에 대해 배운다.
"문명의 성장은 완료되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인류의 경우 배울 것은 더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 존재에 대해 더 해독할 것이 없었다. 그것은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최근에 읽은 SF 소설 속 죽음을 정복한 설정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인류는 결국 질병과 죽음을 정복하고 무한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그러나 그 무한한 삶이 어떤 형태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의식 외에 육체는 기계화가 되어 살아가지 않을까? 인공 지능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수확자』는 유토피아 같은 세계에서 인구 조절을 위해 죽음을 관장하는 '수확'이라는 소재를 통해 흥미로운 상상을 이끌어간다. 죽음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패러데이는 양심과 공감이라고 말한다.
"내가 인류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평화나 안락이나 즐거움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할 때마다 우리 모두의 내면도 조금씩 죽기만을 빈다. 공감의 고통만이 우리를 인간으로 유지시킬 터이기 때문이다."
시트라와 로언이 수습생 자격으로 참석한 콘클라베에서 고더드의 선동에 의해 둘 중 한 명만 수확자로 선택되게 되고, 나머지 한 명은 그 자리에서 거두기로 약속한다. 이들은 스승의 수확을 보조하면서 괴로움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서로 경쟁해야 했고, 스승 패러데이가 갑자기 사라진 후 각자 너무나 다른 신념으로 수확하는 스승에게 보내져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며 성장해간다.
『수확자』 3부작은 현재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영화 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의미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생명을 끝낼 권리는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여러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일단 너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