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 - 불안한 히치하이커를 위한 마음 안내서
우보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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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동안 tvN '뜻밖의 여정'을 보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로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의 일상을 담은 예능이었는데, 그중 오랜 시간 함께 방송해 온 제작진은 올해 42가 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다며 말을 꺼냈다. 어렸을 때는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경험도 쌓이고 하니까 판단을 내리는 게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흔이 되어도 그렇지 않아 고민이 많다는 것. 그 말을 들은 윤여정은 "근데 어쩌지… 나도 고민이 많아.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하나도. 정답은 없어″라고 답한다. 이 진심 어린 조언이 왜 그리 뭉클하고 위로가 되던지.


​『존재와 무』에서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이유 없이 세상에 던져져 목적 없이 살아가는 인간은 오히려 그 때문에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존재가 된다. 자유로운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기에 늘 고민과 불안에 싸여 있다." _p.224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는 내가 간절히 소망하고 바라는 것, 예를 들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성적,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때로는 나 자신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불안해했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하고, 내 지금의 선택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꿀 것처럼 두려웠다. 지금은 다를까? 최근에도 불안감에 잠을 설친 적이 여러 번 있다. 처음으로 민음북클럽을 쇼핑라이브로 얼리버드 론칭 준비를 할 때, 예상보다 많은 변수들 이을 해결해야 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우면 새로운 돌발 상황들이 또다시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생각하다 보면 아침이 되었다. 일정이 다가올수록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엄청난 불안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십 년, 이십 년 후에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미래에 불안함을 느낀다. 직장 생활을 한 지도 십 년이 넘어 이제는 뭐든 능숙하고 쉬워질 줄 알았는데, 매번 마케팅툴은 새롭게 바뀌고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의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불안의 쓸모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불안은 정말 고마운 친구예요. ‘시간 낭비하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 하는 불안이 저를 움직이게 하고,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 되지’ 하는 불안은 꾹 참고 끝까지 하게 만들거든요. 비를 맞을까 봐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 불안은 불편을 감수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에요. 비에 젖어도 그만인 사람들은 굳이 우산을 안 챙기잖아요. 이렇게 불안은 나에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 주죠. 그래서 불안은 쓸모 있을 뿐만 아니라 꽤 믿을 만한 친구예요. 나보다 나를 잘 알거든요."

예전에는 내가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이 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무턱대고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회피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불안할 때마다 원인을 직면하지 못해 몸이 아픈 증상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내 불안과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책들을 읽으며 공부했다. 내 불안을 인정하고 직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들이 더 편안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무엇이 불안한지 되물어보는 법을 익히고 있다.


오늘 하루, 긍정적인 사람과 긍정적인 대화를 하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길었나? 무엇으로부터 혹은 누구로부터 에너지와 위안을 얻고 있는가? 에너지를 쓰는 시간과 얻는 시간의 균형은 잘 맞는가? 공감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의 에너지를 보내고 있는가? 하루의 마무리에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돌보았는가? _p.198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찾거나 책을 검색해 본다. 어쩌면 다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그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불안과 마음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또 새롭게 마음에 닿는다. 불안이 쓸모 있다고?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하네. 윤여정 선생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인생은 진짜 한 번 살아볼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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