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평점 :
"어둠은 단 1초도 가지 않는다. 빛을 켜는 순간."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북서부 항구 도서 생말로(Saint-Malo)는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군의 요새였다. 독일 해군 400여 명이 주둔했고 연합군의 폭격에도 끝까지 생말로를 사수하고자 했으나, 1944년 8월 17일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영미 연합군에 의해 대규모 폭격을 당해 도시는 처참하게 파괴되어 도시의 80%가 파괴되었다.
📻 단파 13.10
프랑스 파리, 마리로즈는 매일 밤 라디오를 듣는다. 빛과 어둠에 대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독일 졸페라인, 아버지를 잃은 베르너는 여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산다. 베르너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고장 난 라디오를 재조립하여 프랑스에서 송신하는 과학 방송을 몰래 듣는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로즈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 전쟁을 피해 생말로로 피신하고, 통신 기계를 다루는 능력으로 나치에 눈에 띈 베르너는 청년 정치 교육원을 졸업하고 독일군 무전병이 되어 생말로에 투입된다. 마리로즈는 자신이 즐겨듣던 단파 13.10 채널을 통해 『해저 2만 리』를 읽어 주며 비밀 메시지를 연합군에 전달하고, 독일군은 마리를 찾기 위해 베르너를 동원한다.
⠀
"저들에게 감탄하지도 말고, 설득당하지도 마. 내면의 영혼이 변하면 안돼, 알겠지? 오빠가 듣는 한심한 라디오 방송처럼, 같은 주파수를 유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한다. 마치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의 제목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무엇일까? 마리로즈는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런 마리로즈가 혼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시를 모형으로 제작해서 길을 익히게 도와준다. 에티엔은 과거 전쟁 영웅이지만, 전쟁 트라우마로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베르너는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으로 군인이 되었지만, 능력 없는 자를 가차 없이 도태시키고 잔인성을 강조하는 그곳에서 벗어나고싶어한다. 이들뿐아니라, 전쟁에 참여하고 속해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둠'의 감옥에 갇혀있다. 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둠은 단 1초도 가지 않는다. 빛을 켜는 순간.'
⠀“사랑은 죽음보다 오래가지. 그래서 내 딸은 어둠이 아닌 빛 속에 살아”
마리로즈에게 빛은 사랑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마리로즈를 위해 거리를 모형으로 만들어주는 아빠, 어떤 고문에도 딸을 지켜내는 사랑. 베르너에게는 정의이다. 군사학교에서 부조리한 폭행을 당하고, 명분 없는 전쟁에 참여하면서도 무엇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에티엔에게는 신념, 마크네 부인에게는 가족일 것이다. 어떠한 처참한 현실에서도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밝혀주는 것. 사실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하고 살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사랑, 신념, 우정, 믿음.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 보는 동안, 모두가 눈 감고 침묵하는 시대에도 자신을 지켜주고 밝혀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So how, children, does the brain, which lives without a spark of light, build for us a world full of light?
그렇다면 빛의 불꽃 없이 살아가는 뇌는 어떻게 우리에게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라는 말 안에는 한 개인과 개인의 삶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무참히 사라진다. 개인은 사라지고 이념과 욕망만이 남은 이 전쟁에서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가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공개되었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제작한 숀 레비가 연출을 맡았고, 마리로즈 역에는 실제 시각 장애가 있는 아리아 미아 로버티가 참여했다. 책과 드라마를 통해서 아름다운 문장과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가장 중요한 빛은 보이지 않는 빛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