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장의 재판 -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ㅣ 케이스릴러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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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의 어느 밤. 경찰에 이상한 신고 전화가 줄을 잇는다.

자신의 딸이, 아들이, 친구가, 혹은 그 자신이 청계산의 어느 산장에서 인질이 되었다는 것.

경찰에 인질극 신고가 접수됨과 동시에 언론에도 같은 정보가 들어간다.

언론과 SNS로 시시각각 퍼져나가는 인질사건의 내막.

누군가 인질범의 총에 맞아 쓰러졌으며, 산장에는 3~40명의 남녀가 갇혀 있다.

경찰은 인질범과 첫 번째 통화에 성공하지만, 그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경찰이 현장 정리를 채 끝내기도 전에 취재 차량들이 몰려오고,

산장에서 벌어졌던 파티는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비윤리적인 가면 파티였다는 게 밝혀진다.

인질사건의 주범인 ‘마스터’. 그가 인질극으로 정말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제목과 출판사의 소개글만 봐도 일단 ‘개인의 복수’를 다룬 작품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질들이 3~40명이나 되며, 가족과 언론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

그로 인해 복수극의 주범이 외진 산장에서 경찰에게 꼼짝없이 포위됐다는 점 등을 보면

흔히 봐온 일반적인 ‘개인의 복수’와는 뭔가 다른 위화감이 느껴지게 됩니다.

보통은 아주 조심스럽게, 철저한 준비와 설계 끝에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제목에 ‘재판’이란 말까지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이 인질극은 처음부터 대중에게 공개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산장에 모인 이들의 목적이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비윤리적인 가면 파티’였다는 점은

대략 인질범과 인질들 사이의 관계나 사연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사방에 스포일러가 널려있는 작품이라 더 이상 내용을 소개하기도 어렵고,

결국 두루뭉술한 인상비평 이상의 서평을 쓰기가 어렵지만

간단하게 이 작품의 미덕과 아쉬운 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페이지가 무척 잘 넘어갑니다.

메인 스토리와 무관해 보이는 프롤로그와 후반의 회상 장면을 제외하곤

대부분 시간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전개 역시 통상적인 인질극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불필요한 구석 없이 간결하고 탄탄한 문장들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크고 작은 장치들이 잘 배치돼있어서 금세 읽히는 작품입니다.

 

외진 산장에서 인질 재판을 통해 사적 복수를 벌인다는 기본 설정도 비교적 단순하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 최초의 계기 역시 미스터리 소재로선 그리 새롭지 않지만,

‘범행 준비 - 실행 과정 – 완벽한 마무리’의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빈틈없이 촘촘하고 정교해서

단선적이거나 지루하긴커녕 초반의 의문 – 이 분량을 뭘로 다 채우나? - 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그 외에도, 앞서 깔아놓은 복선이나 단서들은 남김없이 깔끔하게 잘 회수됐고,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던 대목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이 나중에 선명하게 설명됩니다.

우연까지 내다본 범인의 치밀한 계획도, 그 계획을 간파하는 경찰의 뛰어난 추리도

독자들의 뒤통수를 (세진 않아도) 여러 차례 기분 좋게 두드려대곤 합니다.

또, 범인, 인질, 가족, 경찰, 언론 등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와 역할이 선명해서

크게 혼란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분배받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결정적인 아쉬움 때문에 별 5개를 주지 못했는데,

그것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감을 증발시킨 범인의 무한 능력’입니다.

사실, ‘개인의 복수’라는 소재가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미덕은 현실감입니다.

법 집행은 말할 것도 없고 진실을 찾기 위한 그 어떤 행위도 허용받지 못하는 평범한 개인이

온갖 위험과 고비를 무릅쓰고 진실을 알아낸 뒤 자기만의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은

누가 봐도 그럴 듯한 리얼리티를 담고 있어야 공감의 폭이 커지는 법인데,

이 작품의 범인은 (좀 과한 비유지만) 거의 ‘MI6의 톰 크루즈’에 버금가는 캐릭터에,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클라이맥스에서는 할리우드 액션물의 기시감까지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은 범인과 같은 처지에 놓여도 복수는 꿈도 못 꾸겠군.”이라는,

즉, ‘허황된 남의 이야기’란 위화감과 비현실감 같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개인의 복수’라는 소재의 가장 큰 미덕이 막판에 힘을 잃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한 명을 만난 반가움은 충분히 컸습니다.

2017년에 처음 만난 박성신(제3의 남자), 도선우(저스티스맨), 김희재(소실점) 등과 함께

후속작이 기대되는 한국작가 목록에 반드시 올려놓아야 할 이름이란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소설보다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진가를 발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콘텐츠진흥원 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이니만큼 곧 영상화 소식이 들릴 수도 있을 텐데

스크린에서 ‘청계산장의 재판’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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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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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 13층 쇠갈고리에 매달린 채 발견된 여성의 시체.

그 옆에는 마치 아이가 쓴 듯한 쪽지가 남겨져 있다.

전대미문의 엽기적 범행에 경찰이 허둥거리는 사이,

이번에는 차 트렁크에서 으깨진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마치 개구리를 잡듯 사람을 사냥하는 범인에게 불안에 떠는 언론과 대중은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 ● ●

 

나카야마 시치리는 2014년 ‘살인마 잭의 고백’이란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장기가 사라진 채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들이 연이어 발견되는 사건을 다룬 그 작품은

제목만큼이나 리얼한 잔혹 묘사와 장기이식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한 새로운 시각 때문에

그 해 읽은 일본 미스터리 중 중 꽤 기억에 남은 작품이 됐습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외형상으로는 ‘살인마 잭의 고백’과 동류항의 작품입니다.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 등의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살인범의 행각은 장기 훼손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잔인하게 이뤄지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묘사로 그 과정을 꼼꼼하게(?) 그립니다.

(개인적으로 잔혹한 묘사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꽤 여러 번 속이 불편해지는 걸 느낄 정도로

나카야마 시치리의 문장들은 일부 독자에겐 ‘악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심신상실자 혹은 정신이상자의 범죄, 사적 복수, 매스컴의 폐해 등 사회적 이슈는 물론

신참 경찰의 성장기를 통한 ‘경찰의 정의’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약간은 설명적이거나 선언적인 방식으로 여러 주제를 강조한 탓에

살짝 산만해지거나 현학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끔찍한 연쇄살인마를 쫓는 주인공은 사이타마 현경의 신참경찰 고테가와 가즈야입니다.

(‘살인마 잭의 고백’에도 고테가와가 등장하는데, 그 작품에선 관할서 경찰로 나옵니다.

다만, 둘이 같은 인물인지, 이름만 같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큰 공을 세우려는 공명심과 성실한 정의감을 겸비했지만 아직 서툰 점이 많은 고테가와는

과학수사의 시대에 전통적인 ‘직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괴짜 반장 와타세와 콤비를 이룹니다.

늘 와타세에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조금씩 진짜 경찰로 성장해가는 고테가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이기도 합니다.

 

고테가와는 ‘대반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자신의 창조주 나카야마 시치리 덕분에

후반부에 이르러 거듭되는 반전을 맛보게 됩니다.

끝났나 싶으면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고, 또 끝났나 싶으면 여지없이 뒤통수를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테가와의 몸은 거의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망가지는데

그야말로 “고테가와가 불쌍해서라도 이제 그만 끝내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고테가와가 겪는 반전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남은 분량만 보고 ‘몇 페이지 안 남았으니 이제 마무리겠군.’이라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됩니다.

 

여러 주제가 등장하긴 하지만 핵심은 ‘과연 심신 상실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는가?’입니다.

그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이 작품을 ‘사이코 미스터리’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연약하고 위험한지를

막판의 연이은 반전을 통해 강렬하게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즉, 심신 상실은 타고나는 것인가? 조작될 수 있는 것인가? 완치될 수 있는 것인가?

사회적으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것인가? 등의 문제가 선명하게 제기됩니다.

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들의 명료한 엔딩과 달리

나카야마 시치리는 독자 스스로 이 주제에 관해 고민할 수 있게끔 독특한 엔딩을 취합니다.

독자에 따라 ‘So What?’ 또는 ‘누구를 미워하란 말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듭된 반전과 독특한 엔딩이 주제와 잘 맞아떨어지는 설정이란 생각입니다.

 

2014년 ‘살인마 잭의 고백’ 이후 소식이 없던 나카야마 시치리였지만,

올 2017년에만 무려 4편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작품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대로 법의학 시리즈, 변호사 시리즈 등이 한꺼번에 출간됐는데,

저와는 궁합이 딱 맞는 작가라곤 할 수 없지만,

안정적이고 무난하기보다는 럭비공처럼 튀는 매력이 강렬한 작가임엔 틀림없어서

나머지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저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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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굴 속으로 ㅣ 밀리언셀러 클럽 151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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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밀 특수부대의 일급 요원이었으나 작전 수행 중 민간인 아이들을 사망케 한 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전역해야만 했고,

그 뒤론 비폭력적인 청부만을 싼값에 의뢰받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온 게이지 하트라인.

그는 과거 상관이던 헌터 대령을 통해 스페인 최대 폭력조직의 보스 나바로를 소개받습니다.

나바로는 게이지에게 자신의 아들이 수감된 교도소에 위장 잠입하여

상대 조직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하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합니다.

게이지는 지극히 위험한데다 퇴로조차 불분명한 나바로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폴란드 여인 유스티나와 사랑에 빠지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되고,

그를 위해 큰돈이 필요하게 되자 결국 나바로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교도소에 잠입 직후 그는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바로의 정보는 오류투성이였고 그곳은 절대 살아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사자굴이었던 것입니다.

 

● ● ●

 

‘그레타의 일기’ 이후 다시 만난 척 드리스켈의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무대로 히틀러의 비밀이 담긴 한 여인의 일기장을 놓고

게이지가 정보기관은 물론 마피와와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그레타의 일기’를 읽은 독자라면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작품 전반의 분위기 때문에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전작에서 게이지는 과거 임무수행 중 얻은 트라우마로 인해

청부업자면서도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려 무던 애를 쓰던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일기장 사건을 겪으면서 임계점을 넘는 분노를 느낀 끝에 폭력성을 되찾긴 하지만,

‘사자굴 속으로’는 애초 게이지의 폭력성이란 게 얼마나 위험하고 극단적이었는지를

첫 장면부터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그가 상대하는 악당들의 폭력성이라든가 선정적인 묘사 역시 꽤 강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이 게이지가 그 게이지인가?’ 또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은 의문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게이지에 대한 위화감(?)은 그와 유스티나 사이의 애절한 멜로라인에서도 발견되는데,

평소의 이성적인 게이지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위험천만한 의뢰를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줄거리에서 언급했듯 ‘우연히 만난 한 여인과의 운명적인 사랑’입니다.

게이지는 더는 위험한 청부사 생활을 하지 않고도 그녀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에

폭력조직 보스가 제시한 천문학적인 비용 뒤의 위험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그 이상의 욕심 같은 건 부려본 적 없던 전직 특수요원 게이지가

사랑 때문에 폭력조직의 돈에 욕심을 내게 됐다는 설정은 어딘가 게이지답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가 교도소에서 마주칠 현실이 얼마나 참혹할지를 예고하는 대목인데,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게이지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라는 위화감을 충분히 느낄만 합니다.

 

아무튼...

게이지의 교도소 위장잠입은 맨몸으로 사자굴 속으로 들어간 위험천만한 형국을 맞이합니다.

아들을 보호해달라던 폭력조직 보스가 건네준 정보는 아무 것도 들어맞는 것이 없었고,

그가 보장했던 ‘안전한 퇴로’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이지의 유일한 선택은 탈옥뿐인데, 소장부터 말단 간수까지 폭력조직이 장악한 교도소는

그야말로 출구라곤 전혀 없는 암담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피의 향연은 사자굴이나 다름없는 교도소를 탈출한 뒤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추격, 함정, 납치, 복수, 음모 등이 쉴 새 없이 게이지를 몰아치면서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한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강요합니다.

 

이렇듯 읽기만 해도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는 이야기 덕분에

독자로선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의식할 틈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됩니다.

전작인 ‘그레타의 일기’가 어딘가 예스럽고 살짝 느린 템포의 서사라면

‘사자굴 속으로’는 말 그대로 사방에서 광풍이 몰아치는 듯한 이야기랄까요?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설정들이 목에 가시처럼 서걱거릴 때도 있고,

(아무래도 게이지의 연인 유스티나와 관련된 부분에서 그런 걸 많이 느꼈습니다.)

잔인한 묘사를 즐겨 읽는 저조차 깜짝 놀라게 만드는 극단적인 장면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만 견뎌낼 수 있다면 게이지 하트라인의 폭발적인 매력과 함께

탈옥-조직폭력-멜로가 탄탄하게 버무려진 액션스릴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족으로 한 가지 아쉬움을 언급하자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다고 할 수도 없는 오타들입니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작품 곳곳에서 꾸준히 발견되곤 했는데,

출간 전 마지막 검토가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그야말로 ‘옥의 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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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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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한 여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그 얼마 전에는 십대 여자아이가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두 사람의 죽음은 조용했던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고,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은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서로를 끊임없이 오해했던 어머니와 딸, 자매들의 억눌린 증오와 욕망이 폭발하는 순간,

평온해 보였던 ‘현재’는 산산이 조각나고 마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 ● ●

 

최근 출간된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스릴러’ 대부분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홍보 카피에 여지없이 ‘나를 찾아줘’와 ‘걸 온 더 트레인’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 두 작품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곤 했지만,

결과적으론 실망스러운 ‘타율’만 기록했고, 심지어 명백한 공수표로 판명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걸 온 더 트레인’의 작가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투 더 워터’는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여느 작품보다 더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입니다.

 

‘인투 더 워터’는 영국의 작은 도시 벡퍼드와 그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주 무대입니다.

봉건시대 당시 여성범죄자 또는 마녀로 낙인찍힌 자들의 처형 장소로 이용됐던 탓에

일명 드라우닝 풀(Drowning Pool), 즉 ‘죽음의 웅덩이’라 불리게 된 그 강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적잖은 여성들의 목숨을 빨아들이는 끔찍한 곳입니다.

벡퍼드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애써 부인하며 그 강을 물놀이와 휴식의 장소로 애용하지만

사진작가 넬 애벗은 그 드라우닝 풀에 집착하며

과거와 현재에 걸쳐 그곳에서 벌어진 비극들을 조사하고 출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넬 애벗이 공교롭게도 드라우닝 풀에서 익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전 같은 곳에서 사망한 10대 소녀 케이티의 이야기가 병행됩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이며, 동기는 무엇인가?

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복잡다단한 심리물의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들이 그러하듯

‘인투 더 워터’ 역시 벡퍼드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들이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이끕니다.

시한폭탄 같은 자유분방함과 모험심으로 인해 끔찍한 비극을 야기했던 소녀들,

10대 시절에 겪은 사건 때문에 오랫동안 등을 돌린 채 살아왔던 자매,

비슷한 상처를 지니고도 서로를 증오하게 된 ‘딸을 잃은 엄마’와 ‘엄마를 잃은 딸’,

벡퍼드에서 나고 자란 탓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대할 수 없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담당 경찰,

가부장적 규범, 엄격한 도덕률, 여성 혐오, 가족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노회한 전직 경찰,

그리고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비밀 투성이 늙은 심령술사 등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 500여 페이지에 걸친 심리극을 이끌어갑니다.

 

사실, 기대와는 달리 페이지가 그리 빠른 속도로 넘어가진 않았습니다.

꽤 많은 인물들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한 탓에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벡퍼드와 드라우닝 풀의 음울하고 불안함을 강조한 문장들이 한없이 무겁기도 했으며,

또, 의도적으로 ‘범인 찾기’와는 거리가 멀게 설계된 건조한 서사에 지치기도 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작가가 ‘감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수시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내, 언니, 딸, 엄마를 잃은 자들의 상처는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끔찍하며,

죽은 자들의 사연 역시 하나하나 기구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상처와 사연들을 과하게 강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꾸며진 듯한 문장들을 읽는 일은

저로서는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라기보다 약간의 과장이 허락되는 연극 한 편을 본 느낌이랄까요?

 

물론 마지막에 진실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캐릭터, 단서, 사건 등 앞서 설정된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됐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확연히 눈에 들어오긴 했으며,

무엇보다 ‘애증’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거대한 함의를 지녔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엔딩까지 가는 여정에 대한 아쉬움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남았습니다.

심리, 감정, 꿈, 망상 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조금만 힘을 뺐더라면

아마 그 아쉬움의 상당 부분은 덜어낼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끝으로,

이 작품의 분위기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서리 낀 풀들을 저벅저벅 밟고 강으로 갔다.

연푸른빛의 고요한 강에서 연무가 유령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입김이 내 앞에 하얗게 서렸고, 한기 때문에 귀가 아팠다.” (5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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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 2018~2019년 최신판/분리형 가이드북 ㅣ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황성민.정현미 지음 / 한빛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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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와 교토는 10여 년 전 업무 반, 여행 반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명한 곳 위주로 다닐 수밖에 없었던 탓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기보다는 바쁘게 끌려 다니는 패키지여행 같은 기억만 남았습니다.

올 봄, 규슈 여행을 마친 뒤 10여 년 만에 오사카와 교토를 다시 찾기로 한 것은 그때의 그 아쉬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입니다.

 

서점에 가면 일본의 여러 지역에 대한 가이드북들이 꽤 다양하게 출간된 걸 볼 수 있습니다. 늘 한 권쯤 있으면 좋겠다, 하던 차에 마침 한빛라이프에서 ‘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를 보내준 덕에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간사이 지방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리얼 오사카~’는 두께도 꽤 두툼하고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오사카를 샅샅이 소개한 1권과 교토-고베-나라를 소개한 2권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더욱 믿음이 가는 것은 저도 회원으로 가입돼있는 네이버 일본여행 대표 카페 네일동의 돌스 님과 꼬꼬 님께서 직접 여행을 하며 느낀 체험들을 기반으로 집필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올 봄 규슈 여행 때도 네일동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던 터라 그곳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쉽고 실용적인 설명을 담았을 것이라 기대가 됐습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꼼꼼히 다 읽진 못한 상태지만 이틀에 걸쳐 주요 부분들을 살펴본 ‘리얼 오사카~’의 매력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복잡하기 그지없는 여러 종류의 교통패스 설명, 목적지까지의 대중교통 이용방법 설명, 캡슐호텔부터 5성급까지 다양한 숙소 소개 등 일본 여행이 처음인 사람들도 쉽고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배려한 알찬 편집.

 

② 단순한 관광 안내서를 넘어 오사카와 교토의 역사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서 여행의 풍미를 더욱 깊이 해줄 수 있었음.

 

③ 일정별 여행코스를 제시하여 여행 계획 짤 때도 큰 도움이 될 듯.

 

④ Q&A를 통해 누구나 궁금하지만 물어보기 뻘쭘한 내용들부터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들까지 친절히 안내.

 

⑤ 휴대할 수 있게 제작된 부록 지도에는 간사이 지방 전역의 지하철-버스 노선도는 물론 오사카, 교토, 고베의 노선도가 들어있어 유용하게 이용 가능.

 

⑥ 수록된 QR코드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길 찾기와 프리뷰 동영상을 볼 수 있음.

 

⑦ 일본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미각 여행’인데, 널리 알려진 유명 식당은 물론 골목 구석에 자리한 ‘나만의 맛집’까지 소개해줘서 여행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줌.

 

그 외에도 분량에 걸맞는 다양한 정보들이 있어서 간사이 지방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2018년 가을 여행을 계획 중인 저로서는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가이드를 하나 얻은 기분이 듭니다. 대략 5박 6일 정도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데, 솔직히 ‘리얼 오사카~’를 보고 있으면 한 달 정도는 가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10여 년 전, 그리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없는 상태에서 갔던 오사카 여행에 비해 올봄 네일동과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들을 기반으로 갔던 규슈 여행은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리얼 오사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볼거리도 많고 헤맬 가능성도 많은 오사카와 교토 일대를 위한 좋은 가이드가 돼줄 것 같습니다. 아직 계획이 없는 분들도 ‘리얼 오사카~’ 한 권이면 간사이 지방으로의 여행 생각에 괜시리 들뜨시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서평은 ‘한빛라이프’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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