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굴 속으로 밀리언셀러 클럽 151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 비밀 특수부대의 일급 요원이었으나 작전 수행 중 민간인 아이들을 사망케 한 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전역해야만 했고,

그 뒤론 비폭력적인 청부만을 싼값에 의뢰받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온 게이지 하트라인.

그는 과거 상관이던 헌터 대령을 통해 스페인 최대 폭력조직의 보스 나바로를 소개받습니다.

나바로는 게이지에게 자신의 아들이 수감된 교도소에 위장 잠입하여

상대 조직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하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합니다.

게이지는 지극히 위험한데다 퇴로조차 불분명한 나바로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폴란드 여인 유스티나와 사랑에 빠지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되고,

그를 위해 큰돈이 필요하게 되자 결국 나바로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교도소에 잠입 직후 그는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바로의 정보는 오류투성이였고 그곳은 절대 살아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사자굴이었던 것입니다.

 

● ● ●

 

그레타의 일기이후 다시 만난 척 드리스켈의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무대로 히틀러의 비밀이 담긴 한 여인의 일기장을 놓고

게이지가 정보기관은 물론 마피와와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그레타의 일기를 읽은 독자라면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작품 전반의 분위기 때문에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전작에서 게이지는 과거 임무수행 중 얻은 트라우마로 인해

청부업자면서도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려 무던 애를 쓰던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일기장 사건을 겪으면서 임계점을 넘는 분노를 느낀 끝에 폭력성을 되찾긴 하지만,

사자굴 속으로는 애초 게이지의 폭력성이란 게 얼마나 위험하고 극단적이었는지를

첫 장면부터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가 상대하는 악당들의 폭력성이라든가 선정적인 묘사 역시 꽤 강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이 게이지가 그 게이지인가?’ 또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은 의문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게이지에 대한 위화감(?)은 그와 유스티나 사이의 애절한 멜로라인에서도 발견되는데,

평소의 이성적인 게이지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위험천만한 의뢰를 받아들이게 만든 것은

줄거리에서 언급했듯 우연히 만난 한 여인과의 운명적인 사랑입니다.

게이지는 더는 위험한 청부사 생활을 하지 않고도 그녀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에

폭력조직 보스가 제시한 천문학적인 비용 뒤의 위험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그 이상의 욕심 같은 건 부려본 적 없던 전직 특수요원 게이지가

사랑 때문에 폭력조직의 돈에 욕심을 내게 됐다는 설정은 어딘가 게이지답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가 교도소에서 마주칠 현실이 얼마나 참혹할지를 예고하는 대목인데,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게이지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라는 위화감을 충분히 느낄만 합니다.

 

아무튼...

게이지의 교도소 위장잠입은 맨몸으로 사자굴 속으로 들어간 위험천만한 형국을 맞이합니다.

아들을 보호해달라던 폭력조직 보스가 건네준 정보는 아무 것도 들어맞는 것이 없었고,

그가 보장했던 안전한 퇴로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이지의 유일한 선택은 탈옥뿐인데, 소장부터 말단 간수까지 폭력조직이 장악한 교도소는

그야말로 출구라곤 전혀 없는 암담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피의 향연은 사자굴이나 다름없는 교도소를 탈출한 뒤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추격, 함정, 납치, 복수, 음모 등이 쉴 새 없이 게이지를 몰아치면서

죽거나 죽이거나둘 중 한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을 강요합니다.

 

이렇듯 읽기만 해도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는 이야기 덕분에

독자로선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의식할 틈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됩니다.

전작인 그레타의 일기가 어딘가 예스럽고 살짝 느린 템포의 서사라면

사자굴 속으로는 말 그대로 사방에서 광풍이 몰아치는 듯한 이야기랄까요?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는 설정들이 목에 가시처럼 서걱거릴 때도 있고,

(아무래도 게이지의 연인 유스티나와 관련된 부분에서 그런 걸 많이 느꼈습니다.)

잔인한 묘사를 즐겨 읽는 저조차 깜짝 놀라게 만드는 극단적인 장면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만 견뎌낼 수 있다면 게이지 하트라인의 폭발적인 매력과 함께

탈옥-조직폭력-멜로가 탄탄하게 버무려진 액션스릴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족으로 한 가지 아쉬움을 언급하자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다고 할 수도 없는 오타들입니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작품 곳곳에서 꾸준히 발견되곤 했는데,

출간 전 마지막 검토가 무척 아쉽게 느껴지는 그야말로 옥의 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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