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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평점 :
‘귀신 저택’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괴담과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조합한 ‘미야베 월드 2막’ 가운데 막내라고 할 수 있는 ‘기타기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의 명칭은 ‘책을 담는 상자’인 문고를 만들어 파는 행상에 불과한데다 비주얼도 완력도 대단하지 않은 평범한 10대 소년 기타이치와, 대중탕의 가마 담당으로 늘 꾀죄죄한 모습에 말수도 적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대단한 능력소년 기타지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대부분의 작품이 귀신이나 혼령을 등장시킨 괴담과 기담에 가깝다면, ‘기타기타 시리즈’는 여러 능력자의 도움을 받는 소박한 소년탐정이 명백한 현실 속 사건을 풀어가는 정통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귀신 저택’ 역시 정의감과 약자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기타이치가 자신을 아껴주는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지원과 엄호를 받으며 비극적이고 참혹한 두 개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첫 수록작인 ‘통수치기’는 기타이치가 어릴 때부터 몸담았던 문고가게가 방화로 인해 소실된 사건과 그 와중에 벌어진 사악한 절도사건을 다룹니다. 한 여인이 방화범으로 지목된 채 종적을 감췄지만 그녀를 잘 아는 기타이치는 다른 사정이 있었을 거라며 방화 이면의 진상 파악에 나섭니다. 또한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임시거처에서 거액의 도난사건이 발생하자 대중탕 가마 담당 기타지의 힘을 빌어 범인들을 잡기 위해 분투를 벌입니다.
두 번째 수록작인 ‘귀신 저택’은 28년 전 한 여인이 납치된 뒤 살해된 사건에 주목한 기타이치가 동일범에 의한 또 다른 범행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연쇄 납치살인사건 조사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야기입니다. 괴팍하지만 꼼꼼하고 뛰어난 검시관과 지금은 은거 중인 전직 관리의 마음까지 움직인 기타이치는 끝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장벽에 부딪히며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귀신 저택’은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무게감도 대단하고 어둠의 농도도 상당히 짙은 작품입니다. 이제 막 17세가 된 기타이치가 감당하기엔 사건 자체도 잔인하고 흉악한데다 그 이면의 사연들은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더구나 기타이치와 기타지의 활약으로 사건은 ‘일단’ 종결되지만, 누가 봐도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상태로 막을 내립니다. 말하자면 기타이치의 마음속엔 숱한 의문과 회한과 아쉬움이 남아있다는 뜻인데, ‘편집자 후기’에 따르면 이어지는 시리즈 네 번째 작품에서 이 모든 잔념들이 해소된다고 합니다.
기타이치에게 이처럼 무거운 시련과 어려운 시험을 부여한 건 그를 한 뼘 이상 성장시키기 위한 미야베 미유키의 의도적인 ‘채찍’이라고 합니다. 기타이치는 세상을 떠난 오캇피키(하급관리의 지명을 받아 치안업무를 맡던 민간인) 센키치 대장에게 문고 행상 일을 배운 것은 물론 오캇피키로서의 자질도 물려받았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궁극적으로 기타이치를 뛰어난 오캇피키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지금은 마음만 앞서는 똑똑한 10대 소년에 불과하지만 에도 시대의 명탐정이자 모두에게 존경받는 오캇피키가 되려면 이만한 고비는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한다는 게 미야베 미유키가 구상한 큰 그림인 것입니다. 아마 시리즈 네 번째 작품에선 오캇피키가 되겠다는 기타이치의 꿈이 좀더 분명하고 구체화될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사건을 통해 그런 결심에 이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타이치와 기타지의 활약도 흥미롭지만, 매번 그들을 돕는 ‘에도 후카가와 어벤저스’의 활약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릴 때 천연두로 시력을 잃었지만 대신 뛰어난 후각과 직감을 보유한 마님, 현대의 과학수사도 무색하게 만드는 뛰어난 검시관, 계급 따윈 개나 줘버린 인간미 넘치는 사무라이, 성미는 고약하지만 정보와 인맥과 경륜이 넘치는 셋집 관리인 등 기타이치의 뒷배를 자처한 능력자들의 매력은 ‘귀신 저택’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의 막내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기타기타 시리즈’를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와 함께 필생의 사업이라 칭하며 작가 인생의 대단원을 장식할 작품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올 가을엔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그에 못잖게 ‘기타기타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 기다려지는 건 ‘미야베 월드 2막’의 팬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심정일 거란 생각입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별 소개”
➜ https://blog.naver.com/memories226/221539848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