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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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미치오는 결석한 친구 S에게 숙제와 유인물을 전해주러 갔다가 목을 맨 채 죽어있는 S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담임과 경찰이 찾아갔을 때 S의 시신은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고 누군가 현장을 손 댄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1주일 뒤 S는 거미로 환생하여 미치오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자신은 자살한 게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죽인 자를 지목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겨우 세 살이지만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여동생 미카와 함께 미치오는 S를 살해한 범인의 범행을 입증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S의 어머니, 사건 당일 S를 목격한 노인, 뭔가를 감추는 듯한 담임, 영적 능력을 가진 노파 등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거듭하면서 미치오는 S의 이야기를 점점 믿을 수 없게 됩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오랫동안 책장에 방치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매번 그의 작품에 대한 서평을 쓸 때마다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이 작가가 나와 잘 맞는 작가인지통 결론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나름 잘 맞는 작품을 읽은 뒤에도 책장에서 꺼내기가 왠지 주저됐고, 그 반대의 경우엔 조금도 읽을 생각이 나지 않아 그대로 방치하곤 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최근 1~2년 사이에 읽은 용서받지 못한 밤’, ‘절벽의 밤’, ‘폭포의 밤에게 연이어 좋은 평점을 주게 된 걸 계기로 드디어 책장에서 구해낼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부조리한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환상소설 같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는 일종의 사이코 서스펜스이지만 마지막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본격 미스터리이기도 하다.”라는 출판사의 소개글대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어떤 한 가지 장르로 특정하기 어려운 미묘한 작품입니다. 환생이라는 명백히 비현실적 설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불안정하거나 악의로 가득 찼거나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심리를 발산합니다. 몇몇 인물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 때문에 그 정체성 자체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말하자면 독자 입장에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으며 숱한 위화감에 사로잡힌 채 미치오가 이끄는 본격 미스터리 스타일의 진실 찾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좀 억지 같은 비유지만 스티븐 킹과 온다 리쿠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를 펄펄 끓는 열탕 속에 녹여 넣은 이야기 같다고 할까요?

 

클라이맥스를 지나면서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미스터리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더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와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면서 독자의 머릿속을 한없이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또 어느 순간부터 광기를 띠기 시작한 미치오의 진실 찾기가 애초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폭주하면서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조금도 예측할 수 없게끔 만듭니다. 모든 게 꿈이었다는 황당한 엔딩이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클라이맥스는 궁금증 이상의 불쾌감과 불편함을 일으켰고 마지막 세 페이지의 에필로그마저 ... 그런 건가?”라는, 애매한 여운이라도 느끼려면 두세 번은 되읽어야 할 만큼 짙은 안개 속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이야기도 복잡하고 스포일러가 될 소지도 많아서 내용에 관해 언급하기가 무척 어려운 작품입니다. 안 읽은 독자라면 무슨 얘긴지 전혀 알 수 없는 서평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도 남겠지만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자체가 그런 작품이니 저로서도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습니다. ‘내 이해력이 부족한가?’라며 자책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고, 취향이 너무나도 안 맞아 별 1~2개의 평점만 주곤 다시는 미치오 슈스케를 돌아보지 않을 독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두 경우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읽은 그의 작품 중에 마음에 들어 호평을 한 작품이 그래도 몇 편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켈리튼 키에 이어 또다시 그의 작품에 별 3개를 주게 된 건 무척 아쉬울 뿐입니다. 동시에 읽지 않은 그의 작품이 아직도 책장에 여러 편 방치돼있다는 게 한없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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