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한적한 뉴저지 주 뉴브런즈윅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멕시코와 터키에서의 임무를 환상적으로 마친 후 이제 위험천만한 불가리아로 세 번째 모험을 떠난다.

작고 오동통한 체구, 복슬복슬한 흰 머리, 엉뚱 발랄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더 풍성해진 모험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게다가 두근두근 썸 타는 이야기까지 양념처럼 곁들어 있다.”

 

출판사 책 소개글에 나온 깜찍한 할머니 스파이 에밀리 폴리팩스에 관한 설명입니다.

할머니 스파이라는 설정도 특이하지만, 활약하는 무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외국이고,

맡은 미션 역시 정보 획득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할리우드 액션물 수준입니다.

뭐랄까, 홍콩배우 성룡의 액션영화를 본 느낌이랄까요?

사건은 험악하고 악당도 무시무시한데 정작 주인공은 코믹하고 유쾌 발랄 캐릭터라

폭력이 난무하는 영상을 보면서도 내내 웃게 되는 그런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여덟 개의 여권1971년에 출간된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데,

앞선 1~2편을 못 읽어서 폴리팩스 부인이 어떻게 CIA의 스파이가 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이 할머니라면 충분히 가능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CIA 담당자의 묘사대로 딴 길로 잘 새고,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직관을 믿는폴리팩스 부인의 또 다른 캐릭터는 오지라퍼인데,

원래 불가리아 지하조직에 8개의 여권을 전달하기로 돼있던 그녀는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청년들과의 만남에 공연히끼어든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미션을 스스로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불가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습격을 받고, 이유도 모른 채 비밀경찰의 추격을 받더니

한밤중에 납치되어 살해될 위기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이 본인의 오지랖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걸 한참 뒤에나 알게 된 폴리팩스 부인은

움츠려들기는커녕 오히려 씩씩하게 자기 앞에 툭 떨어진 미션을 처리하겠다고 나섭니다.

불가리아의 지하조직과 스파이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말이죠.

 

부인은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고, 온화한 분처럼 보이는데, 좋은 분은 아닌 것 같네요.”

어머나, 이건 내가 프로 스파이에게 들은 말 중 제일 좋은 칭찬이네. 고맙구먼.”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프로들까지 깜짝 놀라게 만든 폴리팩스 부인의 활약은 기어이 교도소 습격에 이르게 되고,

할머니+여대생으로 이뤄진 아마추어와 30여년 전 독일군과 싸웠던 한물 간 늙은 전사들과

유일하게 현직인 프로 스파이가 뒤섞인 폴리팩스 외인구단 팀

위기일발의 상황을 뚫고 불가능해 보였던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해냅니다.

물론 이 상황을 뒤늦게 전해들은 CIA가 뒷목을 붙잡고 경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폴리팩스 부인은 결과적으로 불가리아 정치권을 뒤흔든 엄청난 일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할 말을 잃은 CIA에게 폴리팩스 부인은 태연스레 경과보고를 하며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이 대목은 정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통쾌하게 읽혔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말랑말랑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파이물을 좋아하진 않아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품인 미스 마플 시리즈도 한 편도 안 봤지만,

(실제로 미스 마플이 말랑말랑한 캐릭터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막상 폴리팩스 부인을 통해 특유의 유머와 깨알 같은 재미를 맛보고 나니

앞서 출간된 시리즈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발동하게 됐습니다.

 

피와 살이 튀고, 치열한 두뇌전이 벌어지는 블록버스터 스파이물이 당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 특별한 간식처럼 폴리팩스 부인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저처럼 편견을 가졌던 독자라면 별 부담 없이 반나절이면 완독할 수 있는 작품이니

한번쯤은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읽어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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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7-06-1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 진짜 재밌습니다~ 꼭 보세요 ㅎㅎ

하나비 2017-06-16 14:53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CIA에 어떻게 입문했는지 궁금했는데,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