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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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호러 소설 작가다. ‘는 꽤 오랜 기간 괴담을 수집해왔기에 종종 자신이 겪은 괴이한 일을 들려준다며 그 해석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번에 는 다섯 명의 사람에게서 기이한 체험담을 듣는다. 일곱 살 때 시골집에 보내져 일곱 밤을 집안에 갇힌 채로 보내면서 겪어야 했던 이상한 체험, 남의 불행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와 담임교사의 이야기, 어느 무명작가가 종교 단체 시설의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경험한 설명할 수 없는 일화, 할머니의 부탁으로 타지의 저택을 찾았다가 알 수 없는 것을 불러내고 만 으스스한 일, 그리고 비 오는 날마다 나타나 괴담을 들려주는 한 가족을 만난 이의 고백 등이 그것이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여러 시리즈와 스탠드얼론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호러 세계를 구축해온 미쓰다 신조의 신작입니다. 무척 좋아하는 작가인데다 한국에 출간된 21편 중 딱 한 편을 제외하고 모두 읽었으니 나름 마니아라고도 자처할 만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읽은 작품들은 살짝 범작에 가깝다는 인상만 받아서 우중괴담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서 엿볼 수 있듯 현실에서 벌어진 불가해한 현상과 그것이 몰고 온 공포가 미쓰다 신조 스타일의 서사를 통해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작가 자신이 라는 화자로 등장하며, 그가 누군가에게서 들은 체험담을 바탕으로 쓴 네 편의 이야기와 그 네 편을 아우르는 마무리 편까지 모두 다섯 편의 호러물이 수록돼있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 중 본인을 작가이자 화자인 나로 설정한 작품이 여럿 있는데, 그 작품들의 공통점은 독자가 느끼는 공포를 작가이자 화자인 나도 동일한 심정으로 겪는다는 점입니다. “괜히 이 이야기를 읽었다가 밤에 화장실도 못 가는 거 아닐까?”라는 일반독자의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괴담 수집가이면서도 정작 누군가에게 괴담을 들을 때면 모순된 감정에 빠지곤 하는 작가이자 화자인 나의 심정이 훨씬 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기대와 불안이 반반이었다. 전자는 어떤 괴이한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다. 그리고 후자는, 그 괴담이 뜻밖의 앙화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었다.” (p334)

 

수록작 가운데 타인의 불행을 예고하는 그림을 그리는 초등학생과 그의 담임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예고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야기 자체도 서늘하고 소름 돋지만 막판 반전과 함께 미스터리 요소도 잘 갖추고 있어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무척 재미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이한 저택에서 1주일의 은거를 견뎌야했던 소년이 마물과 마주치게 된 이야기를 다룬 은거의 집과 자기도 모르게 봉인된 마물을 풀어놓은 탓에 끔찍한 공포에 빠지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부르러 오는 것도 미쓰다 신조 특유의 호러를 맛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호러와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도조 겐야 시리즈작자미상’-‘사관장’-‘백사당으로 이어지는 작가 시리즈’, 그리고 궁극의 호러물인 노조키메를 좋아하다 보니 대체로 눈높이도 높아지고 호러의 강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나머지 그의 다른 작품들이 다소 싱겁게 느껴진 게 사실인데, ‘우중괴담은 굳이 분류하자면 딱 그 중간쯤 되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출판사 소개글대로 미쓰다 신조 입문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지만, 제대로 된 섬뜩함을 맛보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만 9년 동안 한국에 감감 무소식인 도조 겐야 시리즈인데, 내년에는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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