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사춘기때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 흔한 단골 소재이듯 인간의 본성에는 기원에 대한 끝 없는 탐구심이 있는듯 하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작품처럼 이 책은 빅뱅부터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다루고 있다.

빌게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빅 히스토리라고 한다. 책 제목이 <빅 히스토리>라서 장황하고 방대한 글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겁 먹을 필요는 없다. 430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이 책은 글과 이미지가 반반이다. 그것도 풀컬러다.
이 책에는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중요한 임계국면 8가지를 설명하고 그 흐름에 따라 중대사만 이야기 한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여기서 정의된 8가지 임계국면이란 1)빅뱅, 2)별의 출현, 3)새로운 원소의 출현, 4)태양계와 지구, 5)지구상의 생명, 6)집단 학습, 7)농경, 8)근대 혁명을 말한다. 각각의 임계국면이 발생하게 된 필연적인 조건들을 `골디락스 조건`이라 하는데 사실 이것은 사후에 원인을 찾는격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읽기 쉬우면서도 어렵다. 빅 히스토리에 대해 정답을 알고 싶어서 읽긴 하는데, 정작 답은 안알랴주고 나보고 생각해 보란다. 마치 교양과목 수업 듣는 느낌이다. 책 구성이 왜 그런가 했더니 마지막 역자 후기를 보고 알았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중3~고1 학생(상징적인 나이임)을 대상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와 같이 인문계와 이공계 이분법의 교육을 받은 세대는 지금이라도 배워야 할 주제이다. ˝다른 지식 세계에 대한 지적 갈망을 가진 사람이나 `두 개의 문화`가 조장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 이라고 역자는 말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는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과학적 정설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체계가 그랬고 뉴턴 역학이 그랬다. 빅 히스토리도 새로운 것은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언제든 수용할 자세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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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룡 기업이 된 구글. ˝Google it˝을 우리나라 버전으로 하면 ˝네이버에 물어봐˝ 정도,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아이폰이 아닌 이상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OS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그 플랫폼을 구글이 제공한다. 구글이 이것을 거의 무료로 배포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구글 수입은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함으로써 구글의 박리다매 방식의 광고 수익은 해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구글에게 안겨준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에서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것과 유사하다. (구글이 경쟁 광고 업체를 이긴 사례, 광고 수익의 구조에 대한 내용은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모든 기업은 저마다 철학과 미션(사명)이 있다. 이것이 얼마나 명확한가, 구체적인가, 잘 지켜지는가가 앞으로의 생존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철학과 원칙 없이는 험난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구글의 미션은 단순 명쾌하다. `전 세계 정보를 정리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Google`s mission is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이라는 한 줄뿐이다˝
이것을 첫 문단의 글과 연결 짓는다면, ˝전 세계인 모두 구글을 쓰도록 만들겠다˝ 쯤 되지 않을까? 이 얼마나 무서운 전략인가. 대형 풍선을 띄워 인터넷 보급이 뒤처지는 국가에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는 Project Loon이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IT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구글, 앞으로 어떤 것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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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에 눈에 띄는 단점이 있다면 이 소설이 `너무` 잘 읽힌다는 것이다.˝ (p.153 해설 중)
- 하지만 너무 잘 읽혔다고 자책하지 말 것. 읽으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과 중의적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느꼈다면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해 기억의 단절과 혼돈을 기록하는 `전직 연쇄 살인범`의 일기.
- 작가는 알츠하이머병의 끝이 결국 이 책에 총 3번 나오는 `반야심경`의 한 구절 처럼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러므로 공 가운데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몸과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p.11~12, 148, 158)
- 소설 내용 보다 뒤에 해설이 더 어려웠던 책. 하지만 해설이 너무 잘 되어 있어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욕구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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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한.중.일 최정상 기사들이 출전한 중국의 잉창치배 바둑 대회에서,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한 한국 유일의 출전자 조훈현이 우승하여 바둑 황제에 등극하였다. 그 후 약 20년간은 한국이 세계 바둑의 중심지로서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중국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일 수도 있으나, 앞으로 다시 중국으로 부터 흐름을 되찾아 오기 위해선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의 바둑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은 조훈현의 바둑 인생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 가서 배운 이야기, 많은 스승과 친구, 후배, 그리고 유명한 일화는 박진감 넘치고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그를 있게 만든 스승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은 31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창호를 제자로 삼아 훌륭하게 성장시켜 스승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6년만에 제자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그 후 타이틀도 하나 둘 씩 뺏겨 무관신세가 되었다. 이쯤되면 `아이고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라며 후회할 수 도 있으련만, 제자의 성장에 오히려 큰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도 한 뼘 더 성장했다. ˝지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좌절을 이겨내는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바둑 이야기만 풀어낸 자서전은 아니다. 에피쏘드 하나 하나에 그의 성찰과 교훈이 담겨 있다. 생각하는 법, 질문하는 법, 좌절했을 때 이겨내는 법,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베풀것인지에 대한 조훈현 류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보면 처세나 병법서 라고도 볼 수 있다. 프로 기사들은 저마다 자기의 `류`가 있다. 그리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남들은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도 결국 인간에게 지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여러 교훈 속에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려 자신만의 새로운 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인기 웹툰, 드라마 <미생>, 이세돌 vs AlphaGo 대국이 바둑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지금 이 시점에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우리가 곁에 두고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더불어 바둑에서 깨달은 고수의 생각법은 가정과 직장, 인간 관계, 사회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주옥같은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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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에도 살아 남아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이것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짧게는 수 백년에서 길게는 수 천년 동안 전해진 만큼 그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류가 수 천년 동안 발전하고 변하는 동안에도 적용될 만큼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이 책에서는 공자의 <논어>를 포함해 <맹자>, <장자>, <사기열전>, <시경>, <한비자> 까지 동양 고전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헤로도토스의 <역사> 부터 플라톤의 <향연>과 <소크라테스의 변명>까지 서양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이 중에서 일회독 조차 해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왜 고전 읽기가 어려운 것일까? 어렵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후대의 번역자들이 딱딱하고 재미없게 해석을 해놨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노력 덕에 지금까지 살아 남았을 테지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따분한 만큼 그것을 얼마나 재미있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텍스트를 눈으로 읽기만 해서는 수십, 수백번 읽는다고 고전을 뗏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시대에 맞게, 또는 나의 상황에 맞게 번역하고 해석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가지 버전만 읽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버전과 해설서를 읽고 나만의 생각을 갖어야 한다.

많은 고전 중에 내가 지금 읽어야 하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연대 순서대로 하나씩 다 읽어볼 수 없으므로 가이드북을 참고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해설서나 가이드북이 어렵고 따분하게 쓰여져 있다면 과연 그 책을 도전할 마음이 생길까? <짧고 굵은 고전 읽기>는 고전 해설서라고 하기에는 분량이나 깊이가 얕다. 하지만 목차에 소개된 고전들의 가이드북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저자는 고전을 읽으면서 나름의 기발하고 유쾌한 해석으로 고전 읽기에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나도 사마천과 장자가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 텔러였는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고전 읽기에 대한 투지를 다시 한 번 불태워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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