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한.중.일 최정상 기사들이 출전한 중국의 잉창치배 바둑 대회에서,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한 한국 유일의 출전자 조훈현이 우승하여 바둑 황제에 등극하였다. 그 후 약 20년간은 한국이 세계 바둑의 중심지로서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중국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시대적 흐름일 수도 있으나, 앞으로 다시 중국으로 부터 흐름을 되찾아 오기 위해선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의 바둑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은 조훈현의 바둑 인생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 가서 배운 이야기, 많은 스승과 친구, 후배, 그리고 유명한 일화는 박진감 넘치고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그를 있게 만든 스승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은 31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창호를 제자로 삼아 훌륭하게 성장시켜 스승의 유산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6년만에 제자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그 후 타이틀도 하나 둘 씩 뺏겨 무관신세가 되었다. 이쯤되면 `아이고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라며 후회할 수 도 있으련만, 제자의 성장에 오히려 큰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도 한 뼘 더 성장했다. ˝지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좌절을 이겨내는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바둑 이야기만 풀어낸 자서전은 아니다. 에피쏘드 하나 하나에 그의 성찰과 교훈이 담겨 있다. 생각하는 법, 질문하는 법, 좌절했을 때 이겨내는 법,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베풀것인지에 대한 조훈현 류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보면 처세나 병법서 라고도 볼 수 있다. 프로 기사들은 저마다 자기의 `류`가 있다. 그리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남들은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도 결국 인간에게 지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여러 교훈 속에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려 자신만의 새로운 류를 창조하는 것이다.

인기 웹툰, 드라마 <미생>, 이세돌 vs AlphaGo 대국이 바둑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지금 이 시점에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우리가 곁에 두고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더불어 바둑에서 깨달은 고수의 생각법은 가정과 직장, 인간 관계, 사회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주옥같은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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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기의 북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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