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늘 낯선 바람이 불고
머물렀던 것들은
흔적도 없이 떠났다
빈 그릇에 번진
시간의 얼룩은 닦아도 닦아도
뽀얘지지 않았다
어떤 것은 세상의 경쟁에
몸을 내던져 승자가 되었다 하고
어떤 것은 세상의 경쟁 속에서
뜻없이 죽어갔다는 소식이었다
그걸 알려 준 건
저 바람이었는지
아니면
외로운 식탁 앞에 어지럼증처럼
다만 스친 꿈이었는지
눈을 뜨면 곁에 있는 건
오로지
격자 무늬 창문과
그 앞을 지나는 낯선 바람 뿐이었다
1월의 미시건에 비가 오는 날이다. 내 마음이 멍 해질 때 생각나는 건, 엄마다. 상식적인 남편과 건강한 자식 셋을 두고도 점심이건 저녁이건 무심히 혼자 밥을 먹었을 엄마. 그런 아무 것도 아니었을 엄마의 일상을 엄마가 공기가, 흙이, 되어버린 지금 하루에도 몇번씩 떠올리다니. 가족을 넉넉히 두고도 텅빈 집에서 혼자 끼니를 챙겨 먹는 여자를 생각하는 게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고백하게 되다니.
한쪽 방에는 휴일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내 아이들이 있고 동거남은 생활의 전선을 다진다고 연구실로 나간 아무 일도 없는 아주 평범한 일요일 오후에 나는 할일없이 설거지 통에 담긴 접시 위의 얼룩들을 보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짙게 번져가는 기억들을 주어 삼킨다. 그것들 때문에 내 삶이 아픈 걸까 아님 넉넉한 걸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