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잠시 <신학정치론>을 펼친 적이 있었는데, 중점적으로 할애한 유대종교나 구약에 관한 비평에 거리감이 느껴져, 혼자서 보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작인 <에티카>도 '신에 대하여'가 첫장을 이루며 시작한다.

마침 구약에 관한 개론서 존 콜린스 <히브리 성서개론>가 생겨서 들여다보며, 스피노자의 성서 이해와 현대 성서 연구 간, 일종의 서로 자기 자리를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정당성 같은 것을 적당한 거리와 견제를 두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 비록 스피노자에게는 불공평하겠지만.

<에티카> 읽기에 대한 책도 있는 거 같고, 스티븐 내들러 <에티카를 읽는다 >는 과학이나 수학 논문 같은 에타카의 형식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는데, 조금 조심스럽게 글을 써내려가, 읽는 재미가 심심했다. 오히려 penguin판 <ethics>의 소개글에 스피노자의 심신에 관한 관점을 뚜렷이 가리켜, 그의 글을 그 관점에 맞춰 봤을 때 훨씬 구체적인 이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치학은,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볼 때 느꼈던, 바라는 정치적 위치를 위하여, 고안한 듯한 참신한 개념과 논리가 연상되었고, 마치 정교한 공학같은 느낌이 든 적도 꽤 있었다.

 

 

 

 

 

 

 

 

 

 

 

 

 

 

 

 

 

 

 

 

 

 

 

 

 

 

 

 

구약을 신봉하는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이 든다. 좀 더 큰 그림 속에서 오늘날 용어와 개념으로 그가 한 작업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한 것일까 하는, 누군가의 말대로, representation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헤겔의 <(소)논리학>을 보면서 느꼈던 점인데, 경험론이나 합리론이 딱딱한 형식의 사유방식이 아니고, 어떤 의식과정에 대한 생생한 증거로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아직 그쪽 책들을 접하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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