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오역 사전 - 당신을 좋은 번역가로 만드는 깐깐한 번역 길라잡이
안정효 지음 / 열린책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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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물과 소설을 제외한 안선생님 글은 ,내게는, 즐거운 힘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힘은 단순히 말하기 어렵다. 주로 번역에 관한 책을 많이 내시지만, 이론으로 이렇다저렇다하는 설명이라기보다 실전경험담이라고 해야할까, 무용담을 들려주는 노장같은 분위기다. 생생하고 자신감찬 힘이 보이며, 예측을 불허하는 현장을 인정하고 현장에 대한 겸손을 잃지않는 전문가의 모습이다.

 

결과물도 무척 흥미로워, 한책 한책에 대한 인상이 조금씩 달라 책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가끔 기대에 못미치는 평작이라 할만한 책들도 있기는 하다.

 

이런 힘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저 많은 글을 쓰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을 글로 녹여내는 집중력과 끈기, 거기에 글로 읽을 만한 얘기거리의 양과 질을 유지하는 능력 말이다. 혹은 이게 그 유명한 에토스인가?? 아니, 이게 캐릭터인거 같다. 소설가이기도 한 안선생님의, 소설 속 등장인물에 생기,현실감과 입체감을 불어넣는 작업이 이 책에서도 발휘된다. 현역번역가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다양한 접근이 흥미진진하고 엄청난 자극이 된다.

 

은퇴한 노장이 아닌, 현역번역가는 이런 것인가보다. 충분한 이해와 이를 감당할 노력을 기울이면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은 기대와 축복속에 태어나 독자에게 전달되고, 그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다른 문화를 그 나라의 언어를 통해 알아듣고 표현해야 할 때는 학습으로 해결이 안되는 영역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알고 모르는 영역이 아닌, 체험과 경험의 문제다. 그렇다고 실제로 경험할 수는 없으니,

 

번역은 단순한 읽기를 넘어선다. 적극적인 책 읽기의 한 모습이고, 그렇기때문에 무척 집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마치 프라모델 조립같기도 하다.

 

번역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결과물로 나온 번역된 한글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은 영어와 한글 사이 다양한 변환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다. 영한번역은 물론이고, 한영, 영영까지 담은 내용이라고 봐야한다.

 

한글을 가지고 이만큼 말과 글로 놀리니까, 정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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