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약성경과 신들
주원준 지음 / 한님성서연구소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개별 소재들에 대한 연구로는 좋은 점이 많아 보이지만, 한데묶은 단행본으로는 아쉽다. 게다가, 흔히 성경학자들이 잡는, 성경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구성으로 차례를 잡아서 답답한 느낌을 준다.
유대신앙의 독특함과 우수함을 결론으로 삼는 주장은 신뢰받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믿음에 기반한 논증을 누가 반박하겠느냐마는, 거꾸로 믿지 않거나 믿음에 관심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각 장 뒷부분에 나오는 신약과 구약차지하는 높은 비중만큼이나 내용에대한 신뢰는 조금 멀어 보인다. 여기까지가 불만이고, 이제부터는 그냥 내용이야기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근동에 관한 고고학적 성과를 풀어낸 책들은 번역물이 많지는 않지만 점차 생겨나는 것 같다. 이제는 고전이라할만 것들로, Cyrus H. Gordon & Gary A. Rendsburg 공저인 < the bible and the ancient near east>, Georges Roux <Ancient Iraq> 같은 책들이 있다. 요근래 번역서로는
가 보인다.
구약성경에 대한 고고학적 성과를 담아낸 책들은 엄청나게 많다. 아무래도 이럴 때는 역사적 변천을 정리해주고 요근래 경향을 안내해주는 책이 요긴하다. 리차드 히스 <이스라엘의 종교>가 그 역할에는 알맞다.
이책에서 아쉬웠던 시선을 리차드 히스 책 앞자락에서 잘 설명해준다. 인용하면
지난 30년의 이스라엘 종교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발전에 영향을 받았다.
첫째, 창세기 12-36장에 기록된 족장들에 대한 기록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연구들
이 학계를 지배하였다...초기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회의로 인해 왕정 이전의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모든 지식들이 의심받았으며 이것은 이스라엘 종교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
다.
둘째, 이스라엘 종교 연구는 전통적인 신학으로부터 대체로 분리되었다...성경은 고대 이스라엘
종교에 대한 충실한 서술이라기보다 이념 서적 정도로 취급되었다.
셋째, 최근에 발견된 고고학적 증거들로 인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이스라엘 종교에 대한
이해가 발생하였다...이스라엘 사람들은 야훼와 다른 신들을 동시에 섬길 수 있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합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시선만 가지고 있어도 이책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