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의식의 모험을 받치는 튼튼한 기초로 일상을 택하다. 이는 조이스의 배경인물을 프루스트의 배경인물과 대비해보면 선명히 보인다. 성향이 다를 뿐, 조이스와 프루스트 소설들 허구인맥의 생활범주는 계층이 어느 정도 겹친다. 겹치지만 활용하는 방식은 갈린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러사람들과 무수한 얘기를 주고받는 조이스의 등장인물이 이런 식이다.

프루스트 소설에서 일상은 바로 소재로 활용되지 않고 화자의 감정, 평가나 초점에 따라 한차례 이상 걸러질 때가 많고, 그와달리 조이스 소설은 일상에 직접적이며 충실함이 지나쳐 장인의 지경에까지 이른다. 일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의 인과관계나 일상을 꾸려가는 흐름을 철저하게 살펴 그려낸다. 그렇게 현실세계에 충실하여 생긴 확고한 토대는 다시 상상과 의식이 흐를 시공간을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 이 점이 프루스트나 버지니아 울프와 많이 다르다. 발랄하고 세련된 프루스트의 허구 세계는 매혹적이지만 보통사람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고 울프의 시공간은 생활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시대분위기에 젖어있다: 'Jacob's room'에서 1차대전 후 동시대인의 암묵적인 슬픔이 작품전체를 지배한다. 조이스는 누구나 매일 겪는 일상이지만 쉽게 잡아내지 못하는 철저함으로(물론 익숙하기전에는 지나쳐보이지만) 특이한 모험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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