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인지과학>을 처음 읽었을 때는 감흥이 크지 않았다. 불교전통을 너무나 가볍게 취하는 몇몇 서양저자들의 글쓰기에 실망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관점과 시선을 취하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어린아이들처럼 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래서 아시아 불교전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조금 인용하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말겠구나 하고 책을 덮었다. 그러고 한참 후에 책을 열었다.
다시 책을 읽다가 저자들이 인용하는 책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이 심상치 않음은, 몇몇 요소들로 구성되는데, 우선 내가 재밌게 본 책들이 연달아 출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궁금하고 관심은 있지만 높은 문턱으로 못들여다본 전문영역의 지식기술과 인용들이 있다는점,
심신문제, 불교수행의 대상, 아비달마 철학의 대상 을 그 책들에서 기술하는 것을
특히 불교에 관한 접근은, 수행자인지 여부가 매우 큰 차이를 준다. 명상같은 수행을 통해 체험한 교설과 지식으로 접한 교설은 매우 다르다. 이는 고대 중국 사상도 같다. 제자백가들은 일반인보다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다룬 사상들이다.
인지과학 학문의 특이성을 잘 짚어내고, 그 변천사를 잘 풀어준다. 특히 인지과학 초기 형성기의 집단들과 문제의식 이 재밌다. 요새 AI 교과서 앞부분에 조금 언급하고마는 사이버네틱스 운동의 등장이 인상깊다. 정신현상의 연구를 철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손에 맡기는게 과연 타당한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서양 철학 전통에서 인간경험에 대한 철학은, 현상학에서 시작한다. 후설의 현상학은 경험과 사상자체로 향하고자 했고, 하이데거의 현상학은 현상학을 실존적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그 지향과 달리 이론적 반성에 그쳤다. 그뒤 이성적 영역을 넘어 비이성영역을 끌어온 정신분석이 등장한다.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제 시작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의 한계를 짚으면서, 필요한 골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와 같은 관심을 가진 이들의 책들을 인용하면서, 조심스럽고 생기있게 만들어 간다. 이런 즈음에는, 어떤 긍정적인 논리를 따라, 긍정적인 희망회로를 짜볼려고 하는 시도는 많이 목격하는데, 계속 저자가 언급하는 불교전통의 지관명상 속에서 어떤 지혜를 발견하는 거처럼,
그리고 책의 출판시점이 이미 몇십년 전이어서 분야에 따라서는 out of date 도 보인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