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하면 떠올릴만한 내용은, 존 듀이의 '실용주의', 경제정책으로 실용주의 노선, 일반인들에게는 경제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게 눈앞의 이익추구를 의미하는 거 같다.
퍼스의 실용주의는 통용되는 이들 실용주의들과 멀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공유하는 특성은 있는데, 그 공유특성이 전제하고 있는 점은, 논리, 사유, 실재 사이의 연결이 생각보다 훨씬 더 엉성하다는 사실이다. 그 엉성함때문에 어느 정도 실용적인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실용주의'다. 그래서 퍼스 본인은 자신의 실용주의는 일반 실용주의와 다르다고 언급하면서 철자를 일부 다르게 표현했다. 찰스 퍼스가 논리학과 수학, 물리학 교육을 아버지를 통해 철저하게 받은데 비하여 존 듀이는 이러한 이과적인 소양은 없었던 거 같다. 그런 차이가 이 둘의 '실용주의'를 가른 결과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엉성함을 파악한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거 같다.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언어철학은 그 엉성함 속에서 언어논리적으로 확실한 것을 철학의 대상으로 삼자고 할 수 있고, 후기는 그 엉성함이 언어의 원천이고, 언어의 유희로 형성되는 결과이기도 하다는 식이다.
이 엉성함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거칠게나마 언급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속에 담긴 함의는 매우 깊고 넓어 보인다.
비트겐슈타인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프레게와 러셀은, 분석철학의 큰 원천줄기였던, 논리학과 수학의 기초와 토대를 향한 여정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물은 기하학처럼 명확하고 환하다.
퍼스의 실용주의에는, 위의 기하학같은 논리학과 유사한 방향도,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철학같은 유희를 통한 방향도, 그리고 '그 엉성함' 자체를 탐구한 방향도 있는 거 같다.
하지만 <현대분석철학> 같은 개론서에 일부만 언급되었지, 잘 정돈되고 접근가능한 정도의 연구서 혹은 번역서로 만날 수 있는 찰스 퍼스에 관한 책은 잘 보이지 않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