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을 말하면, 보통 성리학의 대가들인 정이천 주와 주희 주를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다. 이들의 해석을 바로 들여다보면, 이들이 어떤 지점에서 새로운 주역해석에 기여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해석을 번역한 역자들의 해제에 기대어 이러하리라 저러하리라 추측할 뿐이다.
코로나상황이 3년차로 접어드는 요즘, 낙이 있다면, 흥미롭고 재밌는 주역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역을 역경과 역전, 그리고 후대의 주석이 어떻게 다른지 판별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방향의 주역연구를 고증주역이라고 한다.
고증주역은 주나라 역인 주역이 성립되기 전부터, 그 전신인 거북점과 시초점, 주나라초기에 성립된 주역의 역경부분, 전국시대부터 진한초기까지 완성된 역전부분 들을 세심히 살핀다.
그리고 20세기 고증주역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주역의 원래 점법을 밝힌 점이다. 주역의 원래 점법은 그 일부가 실전되었고, 특히 주희가 밝힌 주역점법은 그 상실된 상태의 점법을 정리해 놓은 것으로, 후대로 계속 주희의 점법이 주역점법으로 오인받아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 조선에 들어온 점법도, 20세기 융을 포함한 서양인들의 주역점법도 모두 주희의 점법이다.
주희의 점법에서 빠진 부분은, 본괘에서 변효를 구해 지괘를 구하는 방법으로, 그에 따라 점을 풀이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이는 김상섭님의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원래 점법을 이해하면, 주나라 초기부터 역전이 생기기 전까지 춘추시대에 어떻게 주역을 이용해 점을 치고, 점풀이를 했는지 알 수 있고, 연구할 수 있다. 역전에 담긴 많은 내용들이 그 전에 이미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전에 담긴, 특히 철학적인 내용이 담기기전에 어떤 내용들과 얘기들이 주역에 연관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목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들 내용을 읽고 정리하다고 보면, 역전에 담긴 새로운 면모나, 정이천주 주희주에 담긴 면모들이 실제로는 어떤 것인지 가늠이 된다.
원래 점법을 이용해서 춘추시대 주역점풀이 면모를 유감없이 주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김상섭님의 책이다. 원래 소스가 되는 글들은 <좌전>과 <국어>에 기재되어 살아남은 22편의 점글이다.
이 책안에 살짝 언급된, 춘추시대 이전의 거북점이나 시초점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한다. 주나라 역인 '주역'이 나오기 전에, 이미 효 6개로 이루어진 괘 가 존재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들 연구를 '고고역'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궁금하다. 조금이나마 관련된 책은 사라 알란의 책이다. 특히 거북점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흥미롭게 읽힌 부분이 많았지만, 주역연구나 점술 연구가 주목적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상문명을 살펴 얘기한다.
김상섭님이 관련 논문 번역 등 준비 중이라니까 '고고역'의 빠른 출간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역이나 좌전, 국어 처럼 점서나 역사서 들을 통해 문헌으로만 접하여 평면적으로 고대 중국을 이해했을 때보다, 당시 중국인들의 점이라는 활동을 간접체험해서 생기는, 입체적인 공감이 훨씬 큰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