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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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의 주인공은 쇼코의 인생을 훔친 가짜 쇼코다. 타인의 인생을 동경하고 탐하고 훔치는 얘기들은, 매우 오묘하고 머뭇거리며(기회를 엿봐야하니까), 아슬아슬하고(자신을 걸고 모험을 해야하니까), 비참하고(자신을 지워야 하니까), 건조하다(타인을 지워야 하는 과정이 들어가니까).

영화 화차 말고 다른 어느 곳에서, 화차에 몸을 실은 가짜 쇼코의 이미지를 너무 인상적으로 본 것 같아서, 영화를 보고 가짜쇼코역의 김민희의 연기가,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 타인의 인생을 훔치는 삶이 가지는 짠내를 너무 여리여리하게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로 보면 충족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쇼코나 가짜쇼코가 빚의 구덩이로 빠져들게 된1990년을 전후로한 일본의 금융설명이 주로 나와있어서 맥이 좀 빠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예전 신용카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말고는 크게 와닫는 연결고리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역시 이부문 수작은 '리플리'다.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했던 영화도 좋았고, 어렸을 때 tv 주말영화로 봤던 프랑스 영화 알랭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도 정확한 장면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섬뜩하면서 흡입력있는 인상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니까 화차에 몸을 실은 가짜 쇼코의 이미지는, 내가 느낀 저런 인상들과 비슷한 이미지들이 결합해서 내게 가짜 기억을 준 모양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좀더 비참하고 건조한 모습을 느끼고 싶었던 거 같다. 결국은 지우고 싶은 자신이나 타인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건조해지다 못해 비루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리플리의 원작은 어떨까?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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