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학에 대비되는 동아시아의 자산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은, 수많은 사람들이 제기하고 답을 제시하려던 질문이다. '과학'이라는 필터로 동아시아 자산을 열심히 훑어본 사람도 있었고, '철학'이라는 필터로 훑어본 이도 있었고, 다양한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남겨진 부분이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처음 접했을 때는 신선하고 깊이있는 이해에 감탄이 적지 않았다. 사라 알란은 식지 않는 열정으로, 신선한 깊이있는 동아시아 자산의 이해를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동아시아 사유는 어떤 것일까를 알아가려고, 구조주의, 은유, 환유 등의 적절한 사용으로 가려져 있던 의미를 탐구하고 찾아낸다. 이외에도 거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의 <도의 논쟁자들>, 조지프 니담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같은, 중국을 탐구했던 멋진 서양관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객관적인 입장은 적지않게 서양 과학 정신이 내포된 시선으로, 보려는 대상에따라서는 그 의미가 가려지는 점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고대 중국인을 보는 후대 근대 현대 중국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특유의 시선이 있다고 느껴지지만, 고대 중국을 보는 이 시선을 다시 음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역시 풍부한 이해는, 그 시점에서 그들이 어떻게 보고 이해했는가를 직접 알아보려 할 때 생기는 거 같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 결국 학제간 연구가 필수적인 영역이라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최근에 읽은 정우진 님의 책이 엄청났다. <감응의 철학>이다.
















특히 초기도교와 한의학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하시는 저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신선하지만 완성되기는 힘들거 같은 '객관적인' 관점의 연구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완결을 볼 수 있을 거 같은, 고대 중국의 가치관에 관한 연구다.

돋보이는 지점들이 무척 많았다. 

다른 제자백가 속에 묻혀 있으면 그렇게 도드라지 않아보이는 '장자'에 관한 흥미로운 추론들이 인상적이고, 서양문화의 저변에 깔린 추상적인 존재론과 대비되는 인식론에 집중한 동아시아 세계관의 설명도 근사하고, 오늘날 홀대받는 음양오행론, 주역 64괘 같은 동아시아 인식론의 틀에 대한 진지하면서 일반인도 수긍할 설명을 준다.

지금까지 시도된 동아시아 가치관에 대한 이해들을 정리하면서, 각 이해들의 한계를, 트집잡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잘 보여준다.


과학의 뒤에는 신과 같이 영원불멸할 듯한 추상적 보편자 들을 전제하는 가치관이 있다. 객관적이라고 불리는 영역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도 잘 보지 못하는 영역이 있고, 동아시아인들이 자신들도 설명을 잘 못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영역 곳곳에 객관적인 관점과는 다른 관점이 생생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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