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가 끝나고 중국은 극심한 혼란의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수많은 나라들이 생기고 진 것은 물론이고 정말 많은 방면에서 급격하고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겪게 된다. 그런 시기이니만큼 양상은 무척 복잡해지고, 지금까지 정돈되지 않은채 알아온 지식들을, 두서없이 여기저기서 듣고 읽은 내용을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아마도 일반적으로 중국인을 가르키는 한족과 관련된 민족 이야기가 이 시기에 일어난일이다. 진시황제가 성취한 통일국가는 단순히 짧은 시기 존재한 나라뿐임이 아니라, 이어지는 한나라까지 포함하여 한족이라는 중국인의 정체성을 형성시킨 토대다. 한나라가 끝나고 수나라가 올때까지 400년 동안 북쪽 이민족 지배층의 지배를 받고 극강의 혼란을 겪으며 한족의 정체성은 극대화되었을 것이다. 이 혼란기가 끝나고 온 수와 당도 북쪽 이민족 출신 황제와 지배층으로 나라를 이끌었다. '한족'의 정체성이 수당을 거치면서 송에는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는 무척 관심이 가는 주제다.
유럽의 게르만족이동에 비견되는 북쪽 이민족의 출현은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이민족 지배층이 가져온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싸움에 능한 유목민들은 군인 황제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잔인한 제압과 관리를 추구했다. 이런 경향은 후계자를 정할때도 장자계승이 아니고 남은 무리들 중 가장 실력있는 자에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경쟁자들 사이에 빈번하고 피폐한 견제와 결과를 낳게 했다.
삼국의 최종승자 조조의 위나라도 진에게 넘어가고, 이 진나라를 기준으로 삼아(남쪽의 동진에 대비하여 서진이라고 부른다), 보통 화북과 강남의 상황을 얘기한다. 이 진나라가 약해지는 것과 함께 북쪽 이민족 5호(흉노, 갈, 저, 강, 선비)가 화북지방으로 내려오면서 그 유명한 5호 16국 시대가 시작되고, 진나라의 일족이 강남으로 내려가 동진을 연다. 동진과 이름이 비슷한 전진은 강북에 있었던 5호 중 티베트계 저족인 부씨정권이다. 동진도 끝이나고, 그 뒤를 송제양진 이 잇는다. 진나라를 기준으로 서진이 끝난후 5호 16국시대를 북조라고 하고, 동진이 끝난 후부터 송제양진을 남조라고 한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불교의 도입이 위에서부터 시작된 귀족불교가 먼저였던 것처럼, 중국 불교도 귀족불교로 시작한다. 한나라때부터 조금씩 들어왔던 불교였지만, 본격적이 된 시기는 바로 위진남북조 시대부터다. 잔악한 살육을 벌였던 일부 이민족 황제들이 적극적으로 불교를 수용하거나,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도교에 심취한 결과가 귀족불교와 귀족도교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삼국과 교류한, 북조의 전진의 불교는 세련됨이 덜한 북방계 불교고, 남조 동진의 불교는 한족귀족층의 세련된 경향을 갖았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위진남북조시대에 일어난 다양한 활동과 변화들을 좀더 진하게 음미할 수 있을거 같다.
참조한 책은 다음 두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