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명한 작품이 나오면 따라붙는 반론을 묶어놓은, 유명세 같은 책인줄 알았는데, 원책 보다 훨씬 깊고 사려많고 원숙하고 지적인 답답함을 많이 해소해준 책이 생겼다. 스티브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정말 확 보여주는 책이다. 제리 포더의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이다.















스티브 핑커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에 관련된, 처음 접한 지식과 증거와 이론에 감탄스럽게 당황하게 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번에 다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재독 삼독하면서 요약을 해보게되면, 하나씩 엉성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저자가 쓴 글이 무슨 내용일까 시간을 들여 음미하니까, 결론적으로, 마음영역에서 화제성이 있는 최신 내용을 체계성없이 모아 놓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보려면 어떤 체계나 메타관점이 필요한지 혹은 별다른 설명없이 기술해놓은 언어학이나 심리학분야의 배경지식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기는 쉽지 않았다.

스티브 핑커의 다른 책들도 비슷하게 기술된 것으로 보이고, 특히 핑커의 관점을 상당부분 공유한 '진화심리학' 책들도 그렇게 보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신선한 관점이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이었다.

제리 포더의 이 책은, 제목은 스티프 핑커의 책에 직접 대응하는 식으로 정한 것 같지만, 훨씬 '일반적인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반론을 펼치는 대상은 핑커의 한 책이 아니라, 핑커 외에도 플롯킨 같은 계산주의 선천론자들의 견해(신종합설)를 가르킨다. 플롯킨의 책은 <Evolution in Mind> 이다.

















포더는 이들 저자의 지나친 낙관주의를 문제삼고, 심리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영역이 위 신종합설로 거의 해결할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

하지만 심리철학을 다루는 다른 많은 저자들이, 이런 설명을 우리에게 안겨주지 못하는 이유를 포더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생각이나 심리에 관련된 철학, 논리학, 언어학, 심리학 등 설명에 꼭 필요한 원칙이나 원리를 쉽게 놓기 어려운 분야의 특성들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논지를 전개할지(결론은 신종합설의 섣부른 낙관)를 딱 보여준다.

그 중 하나는 촘스키의 견해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지에 관해서다. 보통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보편문법 정도로만 얘기해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 포더는 그 점을 딱 보여준다.

그리고 인공지능 같은 철학보다는 컴퓨터과학에 가까워보이는 계산주의 인지심리도 정리해 보여준다. 이 계산주의 인지심리가 심적 과정에 관한 튜링의 통사론적 설명을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네트워크이론(망이론)이나 모듈을 둘러싼 논의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고, 그 결론도 명료하게 거의 가망없이 망해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도 어떤 점이 부족한지 마지막 한 챕터를 할애해 찬찬히 설명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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