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나쁜 주말은 독서하기 참 좋다. 빗소리를 들으며 오랫만에 몰입해서 읽었다. 옆에서 가족들이 보는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만큼 책 속에 빠져드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나의 삶인데도 자꾸 남을 탓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핑계를 늘어놓으려고 할 때가 있다. 인생의 베일은 스스로의 힘으로만 걷어낼 수 있다. 1925년이나 지금이나.


그녀는 이제 한순간도 더 자제력을 발휘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의자에서 미처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문쪽으로 걸어가서 밖으로 나갔다. 타운센드는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브랜디소다 생각이 간절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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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영문판으로 시작했다. 하루에 한 장씩 읽자 다짐했는데 해를 넘겼다. 갖은 유혹에도 잘 버텼었는데 도서관에 갔더니 새책의 고운 자태에 이끌려 냉큼 들고 와 버렸다.
참 많은 것을 버리고 뼈대만 이해했었구나 싶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영문판을 다시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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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거워 책장에서 꺼내지 못했던 시집을 다시 꺼내볼 용기가 생겼다. 시를 읽지 않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저자의 말에 내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패스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같이 아파할 자신은 아직도 없지만 그냥 들어볼 마음의 문은 반쯤 열어볼까 한다.

책 소개에 대한 책은 읽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읽었고, 읽고 싶은 책은 자꾸 늘어난다....

한 나라의 상상력의 영토는 국가 총면적보다 넓다. 이 400권의 시집이 품고 있는 상상력의 나라는 최소한 남한의 면적보다.
는 더 넓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시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쓸쓸한 일이다.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시집 읽는 이를 보면 반가워서 무작정 말 걸고 싶은 걸 참았는데, 이세는 그릴 일도 없어졌다. 최근 어딘가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말의 ‘같이‘는 영어의
‘like‘와 ‘With‘의 뜻을 함께 갖는다. 뭐든 당신과 ‘같이‘ 하면 결국엔 당신 같이 된다는 뜻일까. 늘 시와 같이 살면 시와 같은삶이 될까, 안 될까. 우리는 영원히 시를 포기하지 말기.
(2011.10.14) - P322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제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 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 P331

인간은 무엇에서건 배운다. 그러니 문학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결정적으로 배우고, 자신의 실패와 오류와 과오로부터 가장 처절하게배운다. 그때 우리는 겨우 변한다. 인간은 직접 체험을 통해서만 가까스로 바뀌는 존재이므로 나를 진정으로 바꾸는 것은 내가 이미 행한 시행착오들뿐이다. 간접 체험으로서의 문학은 다만 나의 실패와 오류와 과오가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를 파악‘
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피 흘릴 필요가 없는배움은, 이 배움 덕분에 내가 달라졌다고 믿게 할 뿐, 나를 실제로 바꾸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읽고 써도 피는 흐르지 않는다.
- P176

사들은 반문하리라.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릴케의 시 따위를 도대체 왜 읽어야 한단 말인가?‘ 나의 오랜 대답은 이렇다.
왜냐하면 삶이란 의미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그 순간에만겨우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이니까. 이 대답은 아직 충분히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당신과 함께) 더 많은 시를 더 필사적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된다.
(2015.5.7) - P265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그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경험한만큼만, 느껴본 만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공부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에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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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이 또 지나갔다. 무위의 세월이었다. 스티븐 디스태블러라는 미국의 조각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예술가는 작업하지 않는고통이 작업의 고통을 넘어서지 않는 한 일하지 않는다." 뭐라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나는 다시 서랍을 열었다.
과거에 적어둔 메모들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마다 일정한 분량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가 붙는 것이 느껴졌다. 봄꽃들이 피었다가 지고 여름이 왔다. 그리고 여름마저도 위세를 잃어가던...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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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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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전원일기 같은 느낌이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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