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라는 이름으로 버림받은 현장에도 생존의 음식은 있었다

시리게 추운 겨울, 석화 좀 까봤다는 사람과 한 무더기의석화.

서촌 궁중족발에서의 기억이다. 월세를 몇 배나 올린 건물주 앞에서 우리는 ‘궁중족발이 쫓겨나면 모두가 쫓겨납니다. 한마디를 구호 삼아 싸우고 있었다. 두꺼운 철문 하나가

결국 석화는 까는 맛이다. 까면서 시간이 비니까 얘기나누는 맛이다. 이건 알맹이가 크네, 요건 별로네 하며안줏거리 하는 맛이다.

누군가의 속을
달래고 있을
아현동 ‘작은 거인‘의
잔치국수

노란 봉투의 옛날 소면을 쌓아두고 있다면 검증된 맛집.
김 서린 주황색 천막과 다닥다닥 붙은 플라스틱 의자들.
마지막으로 ‘스텐 그릇에 담겨 나오면 합격.

철거된 수산시장과겨울 회,
이대로 지워지면안 되는 존재들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

비린내가 익숙해져 바다내음이 되는 시간,
밑단이 긴 바지와 신발을 포기하고질척이는 바닥에 몸을 맡기게 되는 시간,

봄이면 도다리, 여름이면 민어, 가을이면 전어를 먹으러오던 곳입니다. 그리고 이제 겨울입니다. 제철 방어를먹어야겠습니다."

밖으로 내던져진
족발집 씨간장,
새 문을 열고
다시 끓다

언제 철거가 될지 모르는 공간에선 사람과 집기에 짧은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과연 가장 먼저철거당해 쫓겨나고, 멀쩡하게 사용하던 집기는 폐기물처럼부서지거나 압류되어 경매에 부쳐진다. 그 모든 일은 철문하나를 두고 불법과 합법, 시민과 철거민으로 경계 지어져삽시간에 이루어진다.

우리는 곱창이
버려진 것들의
몸부림에
빚을 지고 산다

‘호루몬‘은 오사카 방언으로 ‘버려진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쓰레기‘라고도 한단다. 살코기는 시장으로 가고, 내장은 버려졌다. 그 내장은 그대로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 오르게된다. 오랫동안 차별받아 온 일본 부락민들, 전쟁 후 남겨진 재일 교포들이 이 버려진 것을 음식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가난

곱창은 버려진 것이고, 곧 버려진 이들의 음식이되었다. 삶이 걸려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렇게 쉽게사라지지는 않는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이들은 버려진것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찾아 기어코 식탁을 차린다.

그 값이 저렴하지는 않으나
서민의 식탁과 멀지 않은 곱창.

사라다와 땅콩을
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사라다를 먹기에는 겨울 끝자락이 좋다.

‘사라다‘를 검색하니 ‘샐러드‘의 잘못된 표현이라 한다.

‘사라다‘라고 하면 마요네즈에 버무린 과일 반찬이생각나는 것은 그 기억의 확고한 자기주장이다. 그걸

인간은 단맛을 좋아한다.

자존감을
지키는 일은
순댓국
한 그릇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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