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지게 살면 좋잖아요. 삶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그리고 나중에 시험볼때, 한두 번찹쌀떡 먹은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찹쌀떡을 야무지게 먹고 자란 우리 애들이랑 상대가 되겠어요?"

병원에서 숙식하며 간병하던 때,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 이유까지 깊게 따져보지는 못했지만, 죄다 노인뿐인 병실의 좁고 불편한 간이침대에서 뒤척거리며 보호자 노릇을 하는 자식은 대부분 둘째나셋째 같은 낀 자식이라는 것.
Hot

첫째나 막내들은 가끔만 얼굴을 비췄다.

"생판 모르는 남한테 네 엄마를 맡기란 말이냐?

오빠가 말한 ‘남‘ 중에는 자기 아내도 포함될 것이다. 장남이지만 본인은 부모님을 모실 수 없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언제부터 ‘존경하는 부모님‘이 ‘지긋지긋한 그 노인네들‘로 바뀌었을까.

나 한 사람 희생하면 다른 가족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집에 들어온 건데, 철저하게 자기들만 생각하는 형제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배신감이 들었다. 왜 나만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밀려왔다.

"살아 계실 때 효도해라.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효도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해본 사람들이야. 해봤으면 그게얼마나 징글징글한 건지, 기약 없는 지옥인지 아니까 그런말 못 하지. 그래서 세상에는 효도하는 사람들보다 후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거야. 그게 효도보다 훨씬 더 쉽고 짧으니까. 나도 빨리 좀 그래봤으면 좋겠다. 눈물 질질 흘리면서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할 걸, 그렇게 후회하는 날이제발 하루라도 빨리…

"늙어서 기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 질병이 아니라면서요? 질병도 아닌데, 그럼 뭐하러 비싼돈 내면서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치료가 아니라 불편하지 않게 증상을 조금 완화시키는거죠."

"부모님 생신상을 왜 며느리가 차려야돼? 우리부모가먹이고 키운 사람은 우리들인데 왜 그 대접을 아무것도해준 것 없는 며느리한테 받으려고 들어."

(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어요, 바라지 않아요. 죽을 수도 있어요.
죽을 수 있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언니 속마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다 안다고! 겉으로는 인자한 척, 부처라도 되는 양 점잖게 굴지만 속으로는 온갖 계산을 다하면서…………."

오래전 어느 날, 이정숙은 김영춘에게 말했었다.
"난 늙고 병들면 구질구질하게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스위스로 가서 안락사 신청할 거예요."
"그럼 난 어쩌고?"
"당신도 같이 가야죠."

부모가 더 늙고 약해질수록 자식들은 더 냉정해졌다.

부모는 나의 시작과 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