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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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3월 11일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신 이후로 스님의 저서들이, 시중에 나와 있었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있던 스님의 저서들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고, 모두 절판이 결정되면서 자동적으로 한정판이 되어버린 책들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한바탕 진통을 겪은 일이 있었다. 지난 주 학교 교양수업시간에도 그에 관해 교수님이 잠깐 말씀하셨지만, 법정스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무소유’의 의지에 따라 절판을 결정된 것이었는데, 그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한 소유욕으로 책 가격이 열 배 이상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법정스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직 그 여파가 완전히 가셨다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도 그 당시에 진작 법정스님의 저서에 관심을 기울이고 몇 권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인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바로 읽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비록 앞에 ‘소설’이라는 두 글자가 붙긴 했지만 말이다. 법정스님의 입적이후로 ‘무소유’라는 글자만 보이면 반사적으로 눈이 돌아가곤 했었다. <소설 무소유>는 법정스님으로부터 법명과 계를 받은 무염(無染) 정찬주가 쓴 작품이다. 그는 ‘샘터’사에 십 수 년 동안 근무하면서 법정스님의 책들을 십여 권 만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법정스님과 사제의 정을 맺은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다. 저자의 법명 ‘무염’은 법정스님께서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내리신 법명이다.


  ‘작가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재가제가가 된 이후 법정스님이 사시던 불일암에 더 자주 내려갔다. 이 책 속에 담긴 많은 일화들은 그 시절 법정스님께서 저자에게 들려주신 것들이다. 스님의 저서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소년시절과 학창시절의 고독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들.


  작가는 ‘작가후기’에서 밝혔듯이, 이번작품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고승의 초월적인 정신세계를 쓰기보다는 고독한 실존의 인간이 어떻게 맑고 향기로운 꽃이 되는가를 써보고 싶었던’ 평소 바람을 이뤘다.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인간적인 법향(法香)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작가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군인이던 지난 2007년, 부대에서 법정스님께서 류시화 시인과 함께 쓰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부대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것이 내 생에 처음으로 법정스님의 글을 접하게 된 계기였다. 어리던 그 당시에도 그 책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과 감동을 주었었는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 법정스님의 글은 다시 멀어져갔고 3년이 훌쩍 지나버린, 스님께서 입적하신 지도 벌써 2달이 더 되어버린, 오늘 다시 스님의 흔적과 자취를 쫓는 나를 보게 됐다. 다시는 법정스님의 새로운 글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이 가슴 아프고 아쉽지만, 지금껏 우리에게 남겨주신 주옥같은 말씀과 함께, 법정스님이 그렇게 사셨듯이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인생을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되새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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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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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창비 청소년 문학상>이 작년 11월 13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세 번째 수상작이다. 솔직히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기 전까지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다. <완득이>도 <위저드 베이커리>도 아직 접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꽤 높은 것인 듯싶었다. 그런 촉망받는 문학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됐다는, 그리고 우리문학에서 가장 취약한 미래소설 부문에서 빼어난 성과로 기록되리라는 평가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강하게 내 관심을 끌었다. 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수상작의 이름은 <싱커Syncher>다. ‘싱커’란 소설 내에 등장하는 게임(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의 이름으로 신세계 아마존 속에서 사는 동물들(소설 속에서는 반려수(伴侶獸)라고 한다.)의 의식에 접속(싱크)하여 그 동물의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이 단어의 어원인 Sync는 ‘동조’ 혹은 ‘동시발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 ‘싱크’를 아이들이 즐기는 장면에서 자꾸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 것은 나뿐일까?

 

  21세기 중엽,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강대국에 대항해 출범한 ‘동아시아연합’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지구를 벗어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고 시행한 ‘베타지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백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그대로 재현한 ‘신(新) 아마존’을 그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안’은 거대기업 ‘바이오옥토퍼스’의 명예회장 파에타가 사욕을 채우기 위해 기만과 거짓으로 쌓아올린 장난감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는 ‘시민권자’만 인간답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비(非)시민권자’는 그 어떠한 권리도 가질 수 없다. 이 세계에도 빈부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 따라 시민층을 일생에 걸쳐 온갖 값비싼 유전자 상품들을 시술받는 부유층인 ‘유전자 귀족’들과 수정란 단계에서 장수 유전자 삽입 시술만 받는 것이 전부인 빈곤층 ‘늦둥이’, 이렇게 커다랗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늦둥이들은 장수 유전자 삽입 시술에 따라 성장기가 길어지고 2차 성징도 늦게 나타나며 추위에도 약하다. 작은 체구와 발육부전의 몸 그리고 허약한 면역 체계가 특징이다. 덕분에 시안의 아이들은 공장에서 찍어 낸 듯이 모두 비슷비슷한 외양을 갖고 있다. 반면, 유전자 귀족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훤칠한 키에 미모를 갖춘 젊은이의 모습을 갖고 있다. 부의 배분이 그렇듯이 부유층보다 빈곤층이 훨씬 많은 시안에서도 늦둥이들이 훨씬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인공 ‘미마’, ‘부건’, ‘다흡’ 등도 이런 늦둥이 출신 아이들이다. 미마가 우연한 계기로 ‘싱커’라는 게임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자연 세계에 접속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름다운 원시림과 미지의 야생동물, 태초의 변화무쌍한 기후를 간직한 ‘아마존’이라는 이국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해방감, 부모님의 따스한 사랑 그리고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은 친구 그리고 그 이상의 친밀감으로 뭉쳐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이루게 되고, 점점 이 세계에 애정을 갖게 되어 자신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시안이상으로 아끼고 지키고 싶은 제 2의 고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바이오옥토퍼스의 음모를 알게 되고 이에 대항해 힘을 합쳐 대항하기에 이르는데…….

 

  <싱커>는 미래 사회와 경이로운 자연에 동시에 접속하는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마를 비롯한 늦둥이 아이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행동에 뭉클해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힘내라고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어른들이, 아니면 미래의 어른들이 <싱커>속의 세계와 같은 환경을 후세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생각해봤다. 물론 급변하는 과학문명과 나날이 파괴되는 자연환경 그리고 한정적인 자원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시안’과 같은 세상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괴로움, 고통 그리고 아픔의 시간들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연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며, 이 자연을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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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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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랙코미디. 이 단어는 어렴풋이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정확한 정의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백과사전에서는 ‘블랙코미디는 일반적인 유머나 코미디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간존재의 불안, 불확실성을 날카로이 느끼게 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 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커다란 맥락에 접근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이러한 ‘블랙코미디’라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에 불필요하고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니 책을, 소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무 어려운 것으로서 내 스스로 무게를 지운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역자 역시 <역자 후기>에서도 “노인들이 누구를 왜 선택하여 어떻게 죽이는가에 주목하며, 사회 풍자와 유머가 뒤섞인 블랙코미디로서의 비장함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인 조이 슬링어는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로서 사십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언론업계(구체적으로는 신문업계)에 종사해온 베테랑이다. 토론토의 한 신문에서 유머러스한 칼럼을 통해 명성을 쌓아온 그가 내 놓은 첫 번째 소설이 바로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몸 담았던 직종이 직종이니 만큼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고 생각하고 글을 써왔던 분야가 그의 첫 번째 소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그가 어떤 칼럼을 썼었는지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상 사회의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부분을 꼬집고 지적하는 글들을 썼던 경력이 있었기에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그에게 가장 매력적이고 적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 전설적인 살인자가 되어버리는 여든 한 살의 ‘밸런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밸런타인 이외에 그와 의기투합한 수많은 괴짜노인들 이를테면 ‘마운트 러시모어’, ‘시스터 버니스’, ‘보롭스키’ 등이 등장하고 나름 다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사건, 사고, 소동이 소설의 중심 줄거리이다.





  아내와 사별하게 된 여든 한 살의 노인 밸런타인. 그는 남아도는 시간, 그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시간을 보낼, 그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자신의 아내를 겁에 질려 죽게 만든 망나니 세 명에 대한 복수.(이 부분에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겁에 질려서도 죽을 수 있는 힘없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슬프고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첫 번째 복수를 성공하고 ‘수도원’이라는 이름의 양로원에 들어가 그곳에서 만난 노인들과 뜻을 함께해 사회 정화 활동을 벌이게 된다.





  평소 책을 읽는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에 소설은 나름, 다른 책에 비해, 빨리 읽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복수가 이렇게 쉬울리 없어!>를 읽는 데는 유독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학교를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만 틈틈이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용이 쉽게 와 닿지 않고 뭔가 꽉 막힌 답답한 기분 속에서,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보는 수준에서, 책을 읽었다(보았다고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사람이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죽는다. 물론 밸런타인과 그의 친구들이 펼치는 활동이 살인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가볍게 보이는 죽음들을 보면서 흥미도 많이 반감되고 정서가 메말라 가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외국문화를 접할 때 흔히 말하고는 하는 ‘정서의 차이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블랙코미디’라는 익숙지 못한 장르 때문인지 어디서 웃어야 할지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 미드를 즐겨 보는데, 특히 미국시트콤을 볼 때도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방송 속 웃음소리가 삽입된 부분에서 나는 웃지를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그들의 정서가 이해가 된 것일까 나도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도 다시 여러 번 읽다보면 좀 더 제대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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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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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을 차린 사치에. 처음 한 달 동안 파리조차 날리지 않던 그 곳에 조금씩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주먹밥이 대표 메뉴인 조그만 일식당, 그리고 그 곳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이 담긴 영화 <카모메 식당>. 이 작품의 참여를 계기로 ‘영화 전문 음식 감독’으로서 활약하게 된 ‘이이지마 나미’의 푸드 에세이집 <LIFE> .



  영화 <카모메 식당> 같이 음식이 중요한 소재인 작품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영화 전문 음식 감독’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참 신선했다. 물론 영화 속 음식들이 사연을 가지거나 하는 경우 더욱 특별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사연이나 상황을 설정해 레시피를 소개해 주는 책을 접하고 나니, 앞으로는 더욱 더 영화 속 음식을 비롯한 작은 소품들에 다시 한 번 눈이 가게 될 것 같다.



  <카모메 식당>외에도 <안경>,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남극의 쉐프> 그리고 <심야식당> 등의 영화에서도 그녀만의 가슴 따듯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기회를 내어 꼭 챙겨봐야겠다.



  <LIFE>에는 요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음식에 관한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다니카와 슌타로’,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소울메이트>를 공저한 ‘이토이 시게사토’ 그리고 <용서, 치유를 위한 위대한 선택>의 ‘시게마츠 기요시’가 바로 그 주인공 들이다.



  이들의 에세이 중 이토이 시게사토의 ‘오하기 지킴이로서’라는 제목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그의 센스만점 재치만점의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자연스레 웃음이 지어졌다. 글을 읽으니 ‘오하기’의 멸종?!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만 같았다.



  요리를 잘 하는 편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평소 요리책을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런 연유로, 솔직히 나로서는 이 책이 진정 요리책인지 에세이집인지 그 정체를 확실히 규정할 수 없다. 그리고 다른 기존의 요리책들에 비해 레시피가 얼마나 전문적이고 그 설명이 얼마나 친절한지 역시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책 속 <이이지마 나미의 쿠킹 포인트>에서 소개하는 음식 이야기는 정말 가슴 따듯하다.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일본 영화 속에서 나올법한 상황, 이야기들. 게다가 모든 요리책이 이렇게 설명을 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서마다 항목마다 세세하게 집어주고 알려주는 ‘포인트 설명’이 일품인 것 같다. 정말 주위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친척 같은 친한 사람에게 옆에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내가 벌써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뛰어난 요리사가 된 기분을 선사해 주는 책 . 맛있는 것뿐만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요리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책 . 이제부터 가끔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조금씩 그 아름다운 요리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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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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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도 책 속의 삽화가 내 눈을 붙잡았다. 무언가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들. 전부 여성들의 그림인데, 모두들 하나같이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여성 얼굴의 그림이 하나 이상씩 삽입되어 있어서 이야기와 관련된 듯 보이는 모습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있었다. 책의 겉표지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위에 책 제목은 은색으로 새겨져 있다.



  책 제목인 상상과 몽상의 경계도 책 속 그림들과 잘 어울린다. 작가의 상상과 몽상이 만들어낸 이 책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삽화와 책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상상’과 ‘몽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그 정확한 의미를 되새겨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직접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상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으로, 몽상은 ‘꿈속의 생각,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으로 그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두 사고활동을 통해 이 책이 탄생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새삼 우리네 사고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책은 모두 ‘상처blue’, ‘이해violet’, ‘성숙red’. 이렇게 세 장으로 나뉘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 총 62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처럼 읽는 속도가 느린 독자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는, 전체적으로 글이 별로 없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에세이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이기에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김의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일상을 그리고 자신의 평소 생각들을 가볍게 또는 진지하게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책 속의 그림을 보고 내 이야기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를 느끼고 깨달으면서 지금의 내 위치와 앞으로의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형을 다시금 곱씹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몇 년 후면 나도 작가 또래의 나이가 된다. 그 때 다시금 이 책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내 생각을 굳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듯이 이 책을 다시 잡고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지금과는 다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왠지 커다란 기쁨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혹은 비슷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내가 평소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던 부분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인지 아니면, 조금 더 인생경험이 많은 성숙함에서 오는 다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읽는 다는 것, 접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이고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덕분에 그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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