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무엇보다도 책 속의 삽화가 내 눈을 붙잡았다. 무언가 신비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들. 전부 여성들의 그림인데, 모두들 하나같이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여성 얼굴의 그림이 하나 이상씩 삽입되어 있어서 이야기와 관련된 듯 보이는 모습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있었다. 책의 겉표지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그 위에 책 제목은 은색으로 새겨져 있다.
책 제목인 상상과 몽상의 경계도 책 속 그림들과 잘 어울린다. 작가의 상상과 몽상이 만들어낸 이 책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삽화와 책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상상’과 ‘몽상’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그 정확한 의미를 되새겨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직접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상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으로, 몽상은 ‘꿈속의 생각,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으로 그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두 사고활동을 통해 이 책이 탄생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새삼 우리네 사고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책은 모두 ‘상처blue’, ‘이해violet’, ‘성숙red’. 이렇게 세 장으로 나뉘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 총 62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집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처럼 읽는 속도가 느린 독자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는, 전체적으로 글이 별로 없는 구성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에세이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이기에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김의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일상을 그리고 자신의 평소 생각들을 가볍게 또는 진지하게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책 속의 그림을 보고 내 이야기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를 느끼고 깨달으면서 지금의 내 위치와 앞으로의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형을 다시금 곱씹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몇 년 후면 나도 작가 또래의 나이가 된다. 그 때 다시금 이 책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내 생각을 굳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듯이 이 책을 다시 잡고 읽었을 때 조금이라도 지금과는 다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왠지 커다란 기쁨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혹은 비슷한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내가 평소 생각하거나 느끼고 있던 부분들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인지 아니면, 조금 더 인생경험이 많은 성숙함에서 오는 다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듯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읽는 다는 것, 접한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이고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덕분에 그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