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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붕대 스타킹 ㅣ 반올림 31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만으로도 추워진다. 세상에 이런 스타킹이 있을까. 스타킹은 멋을 내기 위해 신기도 하지만 보통은 보온의 효과를 내기 위해 신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얼음 붕대 스타킹 이라 하면 더 추워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만 보더라도 추워지는 느낌니다. 이런 스타킹을 신을수 밖에 없는 것일지, 아니면 이런 스타킹을 신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인지는 책을 보며 하나씩 알아가야 할듯하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있다보니 꾸준히 챙겨보는 시리즈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바람의 아이들의 '반올림'시리즈이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출발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만나게 된 이 시리즈에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을 빠져들게 할지 궁금하다.
'최강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선혜.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엄마는 누구보다 강한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떠밀리듯 이 곳에 온 선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잘 적응하고 있다. 기숙사 증축 공사로 인해 근처 고시텔에서 지내고 있다. 학교 뒷문으로 나가면 5분 거리이지만 뒷문이 닫히면 어두운 골목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리가 먼 것보다는 위험한 곳이라 아이들은 되도록 혼자 다니지 않고 뒷문을 이용해 고시텔에 가려고 한다.
좋아하는 선배 민석의 생일 선물을 사다보니 늦어 어쩔수 없이 골목으로 고시텔을 가야하는 선혜. 그곳에서 평생 잊을수 없는 일을 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안치환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고 가는 선혜앞에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골목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무서운 일이라고 말한다. 어두운 골목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의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다. 남자들의 강압적인 힘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두렵기만 하다. 그 순간 누가 해준 말인지 기억할수 없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두려워하면 안 돼.'라는 말이 떠오른다. 두려워히지 않고 지혜롭게 그 상황을 모면하려하지만 아직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그 위기의 순간은 모면하지만 잠시동안의 일은 오랜시간 선혜를 춥게 만든다. 그 누구도 선혜를 녹일수는 없는 것일까. 위로해 주어야할 엄마는 아무일도 아니라며 하루만 쉬고 다시 학교에 나가라고 말한다. 잊으려해도 그 순간이 떠오른다. 친구들은 그 사건의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내려 한다. 성추행이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것이고 피해 인물이 임신까지 했다는 말이 나온다. 소문은 커지고 진실과는 멀어진 이야기들 뿐이다. 자신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될까봐 두려운 선혜는 점점 추위를 느낄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온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지닌 빛과 어두움을 모두 알아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 본문 118쪽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숨기고 싶은 일이 된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이들의 얼어버린 마음을 녹일수는 없는 것일까. 간혹 진실을 묻어두어야 할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있어 진실은 더 아픈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 야속하게도 아픈 상처를 달래줄 따스한 첫사랑마저 차가운 상처로 남는다. 추위에 떨고 있는 현실속의 많은 선혜들이 얼음 붕대 스타킹을 벗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수 있기를 우리들은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