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0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1월
평점 :
시리다. 이 책을 보는내내 마음이 시리다. 시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닿아 우리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 것일까. 순정만화같은 표지의 그림과 달리 내용은 순정만화와 동떨어진 내용이다.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맺기 힘든 친구들은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은 책이다. 단순히 왕따나 따돌림이라 생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수 있지만 조금 힘들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문장 하나하나 허투로 지나치게 되지 않는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304/pimg_7497951171603833.jpg)
고등학생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하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은 낯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키누요는 다른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친하게 지내지만 하츠는 쉽사리 그 친구들 틈에 낄수 없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어서인지 이런 모습들이 낯설지 않다. 새학기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새 학기가 되면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다. 그 중 가장 힘든 것이 친구관계가 아닐까. 중학교때는 친했던 친구가 이제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니 자연스럽게 혼자 남게 된 하츠. 그들과 못어울리는 하츠가 잘못된 것이라 말할수 있을까.
내성적인 사람들은 하츠와 니나가와라는 인물에 공감하며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답답해 보일수 있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가가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모듬활동을 꺼리는 이유도 모두가 즐거워하는 쉬는 시간이 왜 힘들게 느껴지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하츠처럼 다른 친구들이 떠드는 그 시간에 다음 시간의 교과서나 다른 책들을 보는 척하는 것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10분이 이 세상 어느 시간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보며 마음이 시릴수 밖에 없다.
혼자일것만 같았던 하츠 앞에 나타난 니나가와. 그도 언제나 하츠처럼 교실 안에서 투명인간같은 존재로 혼자 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서로의 외로움을 아는 것일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가고 있는 것일까.
아프게 하고 싶다.
발로 차 주고 싶다.
안쓰러움보다 더 강한 느낌. - 본문 142쪽
하츠와 니나가와는 친구라 말할수 있지 않을까. 우리들은 친구의 아픔을 알때 그를 보듬어 주거나 토닥거려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하츠는 니나가와를 발로 차 주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의 상처가 있을때 다른 상처를 주면 처음에 아파헸던 아픔을 잊게 하는 일이 있다. 하츠도 그런 마음이 아니였을까. 아픈 상처를 다독거려주기보다 다른 아픔을 주며 그가 가진 아픔을 잊게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성장통을 앓는다. 하츠와 나나가와가 겪는 고통은 누구보다 크게 다가온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세상밖으로 나오려 한다. 이들의 방식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까.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따스한 눈길로 응원을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