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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가 생각난다. 마지막 연의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는 문장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기다림의 의미는 다양하다. 지루함을 넘어 처절한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림을 가질 때도 있다. 어린 시절에는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다림이 있다. 기다림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이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종교를 떠나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잔잔하고 포근한 바람처럼 우리들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때로는 넘어지는 일이 많아 다시 일어서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바닥까지 내려가면 그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이지만 끝없는 어둠으로 향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따스하게 손을 내밀고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눈빛 하나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녀님의 글을 보며 그런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번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게 된다.
<기다리는 행복>은 표제를 포함하여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소제목들 중에 제목과 함께 일상의 행복, 오늘의 행복이 눈에 띈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들은 어디서 행복을 찾는 것일까.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일상의 행복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가진다. 지금 누리는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모를 때가 많은 것이다.
일상의 길 위에서 누가 나에게 좀 서운한 말을 하더라도 날카롭게 반응하기보다는 에와 수녀님처럼 부드럽게 인내하고자 애쓰고, 극히 사소한 심부름도 사랑을 담아 충실하게 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새롭고 아름답고 귀하게 여겨진다. - 본문 43쪽

흰구름 러브레터에서는 그리운 분들을 만날 수 있다. 법정 스님, 박완서 작가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보내는 편지를 보며 문자나 이메일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손글씨로 정성을 담아 편지를 쓰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편지를 쓰는 순간만이라도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과 마주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따스한 글을 전하고 있다. 글을 보면 수녀님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들을 잠시 쉬게 만드는 글이다. 누군가의 조언이 불편할 때가 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만나는 글들은 귀담아들으며 눈여겨보게 된다. 진심으로 우리들을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